심리철학 1강. 심신문제의 지도
마음을 물질로 환원하려던 20세기의 두 시도(행동주의, 동일론)는 모두 좌초했습니다. 좌초 지점의 지도가 곧 심리철학의 출발점입니다.
풀고 시작
데카르트가 남긴 문제
심리철학의 문제 지형을 그린 사람은 데카르트입니다. 합리론 1강에서 본 대로, 그는 방법적 회의 끝에 사유하는 나의 존재를 확보했고, 마음을 사유 실체(res cogitans), 물체를 연장 실체(res extensa)로 나누는 실체 이원론(substance dualism)에 도달했습니다. 『성찰』 6부의 논거는 이렇습니다. 나는 마음을 몸 없이 명석판명하게 생각할 수 있으므로, 둘은 적어도 원리상 분리 가능한 별개의 실체라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곧바로 터졌습니다. 마음이 비물질이라면, 그것이 어떻게 팔을 움직일까요? 1643년 보헤미아의 공주 엘리자베스가 데카르트에게 편지로 바로 이 점을 물었습니다. 연장도 접촉면도 없는 실체가 어떻게 물체를 밀 수 있는가. 데카르트는 송과선(pineal gland)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고 답했지만, 이는 장소를 지목했을 뿐 방식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상호작용 문제이고, 이후 모든 심신 이론은 이 문제를 피하는 방식으로 자기를 정의하게 됩니다.
라일: 기계 속 유령이라는 범주 오류
20세기 전반의 첫 대응은 과감했습니다. 마음이라는 내부 극장 자체를 지워 버리는 것이었죠. 라일(Gilbert Ryle)은 『마음의 개념』(1949)에서 데카르트 이원론을 "기계 속 유령의 도그마"(the dogma of the Ghost in the Machine)라 부르며, 그것이 거짓이 아니라 범주 오류(category mistake)라고 진단했습니다. 대학의 건물들을 다 보고 나서 "그런데 대학은 어디 있죠?"라고 묻는 방문객처럼, 행동과 성향을 다 보고 나서 그 뒤의 유령을 따로 찾는 것이 오류라는 겁니다.
여기서 논리적 행동주의(logical behaviorism)가 나옵니다. 심적 상태를 지칭하는 문장은 행동과 행동 성향(disposition)에 관한 문장으로 번역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통증을 느낀다"는 "그는 움츠리고, 신음하고, 진통제를 찾는 경향이 있다"로 풀립니다. 유리잔의 깨지기 쉬움이 유리 속 유령이 아니듯, 마음도 행동 패턴이라는 것이죠.
행동주의의 몰락
행동주의는 두 방향에서 무너졌습니다. 첫째는 퍼트넘(Hilary Putnam)의 슈퍼 스파르타인 사고실험입니다. 통증을 느끼면서도 어떤 통증 행동도, 그 성향조차도 완벽히 억제하도록 훈련된 공동체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통증은 있고 행동은 없죠. 그렇다면 통증은 행동이 아닙니다. 둘째, 번역 자체가 순환에 빠집니다. "통증이 있으면 진통제를 찾는다"는 그가 낫기를 원하고 진통제가 듣는다고 믿을 때만 참입니다. 행동으로 풀어내려던 심적 상태가 번역문 안에서 계속 되살아나는 겁니다.
동일론과 다수실현
다음 후보는 더 직접적이었습니다. 플레이스(U. T. Place)와 스마트(J. J. C. Smart)의 심뇌 동일론(mind-brain identity theory, 1950년대)은 심적 상태가 뇌 상태와 경험적으로 동일하다고 주장합니다. 물이 H2O이고 번개가 방전이듯, 통증은 C섬유 발화라는 것이죠. 정의가 아니라 과학적 발견으로서의 동일성이므로, "통증"과 "C섬유 발화"의 의미가 달라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이러면 상호작용 문제는 증발합니다. 마음이 곧 뇌라면 설명할 간극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퍼트넘이 1967년 다시 칼을 들었습니다. 다수실현(multiple realizability) 논증입니다. 통증이 C섬유 발화와 동일하다면, C섬유가 없는 존재(문어, 가상의 화성인, 어쩌면 실리콘 기계)는 정의상 통증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통증을 느끼는지는 신경 해부학이 아니라 그 상태가 하는 역할에 달려 있어 보입니다. 하나의 심적 상태가 여러 물질적 기반에서 실현될 수 있다면, 심적 상태를 특정 물질 상태와 동일시하는 이론은 틀린 것이죠.
물론 동일론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통증, 문어의 통증처럼 종에 따라 제한된 동일성을 주장하는 응답도 있고, 김재권은 다수실현이 오히려 심적 속성의 과학적 지위를 위협한다고 반격했습니다. 그러나 논쟁의 무게중심은 이미 이동했습니다. 다수실현을 반론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삼는 이론, 즉 기능주의가 다음 강의 주제입니다.
| 이론 | 마음이란 | 치명적 반례 |
|---|---|---|
| 실체 이원론 | 비물질적 사유 실체 | 상호작용 문제 (엘리자베스) |
| 논리적 행동주의 | 행동과 행동 성향 | 슈퍼 스파르타인, 번역의 순환 |
| 심뇌 동일론 | 뇌 상태 그 자체 | 다수실현 (퍼트넘) |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동일론자가 "문어의 통증과 인간의 통증은 애초에 다른 상태"라고 응수한다면, 그때 "통증"이라는 하나의 개념은 무엇을 묶고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