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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 4강. 비형식적 오류

형식은 멀쩡한데 내용이 썩은 논증들입니다. 이름을 알면 보이고, 보이면 안 속습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채식주의를 주장하는 그 사람, 알고 보니 가죽 신발을 신더라. 그러니 채식주의는 틀렸다." 이 반박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인신공격(ad hominem) 오류, 그중에서도 피장파장(tu quoque)입니다. 주장자의 위선은 주장의 참·거짓과 무관하죠. 위선자가 말한 진리도 진리입니다.

비형식적 오류란

3강의 후건긍정처럼 형식 자체가 부당한 것이 형식적 오류입니다. 그런데 형식은 멀쩡한데도 사람을 속이는 논증이 있다면 어떨까요? 비형식적 오류는 형식은 문제없어 보이지만 전제의 내용, 언어의 애매함, 심리적 유혹으로 추론을 망치는 것들입니다. 자주 만나는 여덟 개만 추려 보겠습니다.

여덟 가지 단골 오류

1. 허수아비 공격 (straw man): 상대 주장을 약한 버전으로 바꿔치기한 뒤 그걸 부숩니다. "복지 확대하자"가 어느새 "일 안 해도 다 퍼주자는 거냐"로 둔갑하죠. 자비의 원칙(철학입문 3강)의 정반대입니다.

2. 인신공격 (ad hominem): 주장 대신 사람을 칩니다. 출신, 동기, 위선을 지적해도 주장의 참·거짓은 그대로죠.

3. 부적절한 권위 호소: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권위를 끌어옵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이 건강식품을 추천했다"가 그 예죠. 다만 권위 호소 자체가 오류는 아닙니다. 관련 분야의 검증된 전문성이면 정당한 근거입니다.

4. 성급한 일반화: 표본 몇 개로 전체를 단정합니다. "내 주변 셋이 다 그랬어"가 전형이죠. 귀납의 병든 형태입니다.

5. 거짓 딜레마 (false dilemma): 선택지가 더 있는데 둘만 있는 척합니다. "내 편 아니면 적"이 대표적이죠. 선언 삼단논법(3강)은 선언지가 진짜로 전부일 때만 작동합니다.

6. 미끄러운 비탈 (slippery slope): "이걸 허용하면 결국 최악까지 간다"를 근거 없이 잇습니다. 가언 삼단논법의 사슬 각 고리가 실제로 성립해야 하는데, 고리마다 개연성이 낮으면 곱해질수록 0에 가까워지죠.

7. 순환논증 (begging the question): 결론을 전제에 숨겨 넣습니다. "그 책은 진리다. 책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까"가 그 예죠.

8. 논점 일탈 (red herring): 다른 이슈로 주의를 돌립니다. "환경 오염요? 그보다 경제가 문제죠"처럼요.

오류 사냥의 규칙

오류 이름을 여덟 개나 외웠으니 이제 논쟁 상대를 사냥하러 가면 될까요? 방향이 틀렸습니다. 오류 이름을 아는 목적은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추론을 검사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를 조심하세요. 첫째, 오류 이름 붙이기 자체는 반박이 아닙니다. 왜 그 오류인지 보여야 하죠. 둘째, 오류의 오류(fallacy fallacy)가 있습니다. 논증이 오류라고 해서 결론까지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엉터리 논증으로 옹호된 참인 주장도 있죠.

인출 문제

문제 1. "규제를 조금이라도 풀면 결국 시장이 완전히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에 근거가 없다면 이것은 무슨 오류일까요?
미끄러운 비탈입니다. 각 단계의 이행이 실제로 개연적임을 보이지 않으면, 사슬이 길수록 확률은 곱셈으로 떨어지죠. 단, 각 고리가 실증되면 정당한 논증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 2. "신은 존재한다. 성서에 쓰여 있기 때문이다. 성서는 신의 말씀이므로 믿을 수 있다"의 오류는 무엇일까요?
결론(신의 존재)이 전제(성서가 신의 말씀)에 이미 들어 있는 순환논증입니다. 증명하려는 것을 가정하고 있죠.
문제 3. "상대의 논증이 오류투성이임을 보였으니 상대의 결론은 거짓이다"라는 판단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오류의 오류(fallacy fallacy)입니다. 논증 격파는 "그 근거로는 결론이 지지되지 않는다"까지만 보여주죠. 결론이 거짓이라는 별도의 논증은 따로 필요합니다.
문제 4. 권위 호소가 오류가 아닌 경우는 무엇일까요?
관련 분야의 검증된 전문성은 정당한 귀납적 근거입니다. 기후과학에 대한 기후학자들의 합의 인용은 오류가 아니죠. 분야가 어긋나거나(물리학자의 건강식품 추천) 전문성이 검증 안 됐을 때 오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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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지 · 궁금하면 모던지 GitHub ·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