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입문 1강.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답의 목록이 아니라 질문하는 방법입니다.
풀고 시작 (배우기 전에 먼저 찍는다)
"철학"이라는 말의 뿌리
철학이라는 말의 족보를 캐 보면 의외의 단어가 튀어나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철학(philosophy)은 그리스어 필로소피아(philosophia), 즉 "지혜(sophia)에 대한 사랑(philia)"에서 왔습니다. 지혜를 소유한 상태가 아니라 추구하는 활동이라는 뜻이죠. 소크라테스가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 것이 바로 이 태도의 원형입니다. 다 안다고 자부하는 순간 철학은 멈추고, 모른다는 것을 아는 순간 철학이 시작됩니다.
철학은 다른 학문과 무엇이 다른가
물리학은 "물체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묻고 실험으로 답합니다. 역사학은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묻고 사료로 답하죠. 그렇다면 철학은 대체 무엇으로 먹고사는 학문일까요? 다른 학문과 갈라지는 지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철학은 다른 학문이 당연하게 전제하는 것을 묻습니다. 물리학자는 "외부 세계가 존재한다"를 전제하고 시작하지만, 철학자는 "외부 세계가 존재한다는 걸 어떻게 아는가?"부터 묻습니다. 과학이 1층부터 짓는 건물이라면 철학은 지하의 기초를 파보는 작업인 셈이죠.
둘째, 철학은 실험이 아니라 논증(argument)으로 답합니다. 철학에서 어떤 주장의 가치는 그 주장을 떠받치는 근거의 질로 결정됩니다. 유명한 철학자가 말했다는 사실은 아무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철학의 3대 근본 질문
2500년치 철학을 단 세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을까요? 칸트가 정리한 판본이 유명합니다. 철학 전체가 이 세 질문의 변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이 질문에서 인식론과 형이상학이 나옵니다.
-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서 윤리학과 정치철학이 나옵니다.
-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이 질문에서 종교철학과 삶의 의미에 대한 탐구가 나옵니다.
원전 구절
플라톤, 『테아이테토스』 155d의 한 대목을 보겠습니다.
"놀라움(thaumazein), 이것이야말로 철학자의 상태라네. 철학은 놀라움에서 시작하며, 그 외에 다른 시작은 없다네."
일상에서 당연했던 것("시간은 흐른다", "나는 나다")이 어느 순간 낯설게 보이는 경험, 그것이 철학의 출발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형이상학』 첫머리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죠.
인출 문제 (본문을 덮고 푼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과학의 질문일까요, 철학의 질문일까요? 왜 그럴까요?
- 철학에 2500년 동안 "확정된 답"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철학의 실패일까요, 아니면 철학이라는 활동의 본질일까요?
다음: 2강 철학의 분과 지도. 전체 지도는 철학 커리큘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