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4강. 해석 논쟁: 신은 주사위를 던지는가
계산은 만장일치인데 그 계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100년째 합의가 없습니다. 그리고 실험은 아인슈타인의 직관 쪽이 틀렸다고 판정했습니다.
풀고 시작
코펜하겐 해석과 측정 문제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사실은 양자역학을 조롱하려고 등장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이야기의 배경부터 보겠습니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정리된 코펜하겐 해석은 대략 이렇습니다. 파동함수는 계에 대한 완전한 기술이고, 측정 전에는 여러 가능성이 중첩되어 있으며, 측정하는 순간 파동함수가 하나의 결과로 붕괴(collapse)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보른 규칙의 확률만이 말해 주죠. 실용적으로는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문제는 개념입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매끄럽고 결정론적인데 붕괴는 불연속적이고 확률적입니다. 그렇다면 붕괴는 정확히 언제, 무엇 때문에 일어날까요? 검출기도 원자로 만들어졌는데 왜 검출기는 중첩되지 않을까요? 이것이 측정 문제(measurement problem)이며, 1935년 슈뢰딩거는 독가스 장치와 고양이를 등장시켜 이 문제를 극화했습니다. 방사성 붕괴의 중첩이 고양이의 삶과 죽음의 중첩으로 번진다면, 그 서술을 완결된 물리학이라 부를 수 있느냐는 고발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 대 보어, 그리고 EPR
아인슈타인은 확률이 이론의 밑바닥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보어가 "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고 받아쳤다는 일화가 두 사람의 논쟁을 상징하죠. 1927년과 1930년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은 불확정성을 깨는 사고실험을 연달아 내놨고, 보어는 그때마다 반박에 성공했습니다.
1935년 아인슈타인은 포돌스키, 로젠과 함께 전략을 바꾼 EPR 논문을 냅니다. 두 입자를 상관된 상태(얽힘, entanglement)로 만들어 멀리 떼어 놓으면, 한쪽을 측정하는 순간 다른 쪽의 상태가 즉시 정해집니다. 멀리 떨어진 것끼리 즉각 영향을 주고받는 "유령 같은 원격 작용"이 싫다면, 측정 전부터 결과를 정해 둔 숨은 변수가 있고 양자역학은 불완전한 이론이라고 봐야 한다는 논증이었습니다.
벨, 그리고 실험의 판결
30년간 이 논쟁은 취향의 문제처럼 보였습니다. 1964년 존 벨(John Bell)이 판을 바꿉니다. 국소적 숨은 변수가 있다면 얽힌 입자쌍의 측정 상관관계가 넘을 수 없는 수치적 한계, 벨 부등식이 존재하는데, 양자역학은 이 한계를 넘는 상관을 예측합니다. 철학 논쟁이 실험 문제로 바뀐 것이죠. 클라우저(1972), 아스페(1982)의 실험, 그리고 2015년의 허점 없는(loophole-free) 실험들까지, 결과는 일관되게 벨 부등식 위반, 즉 양자역학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클라우저, 아스페, 차일링거는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죠. 자연은 국소적 숨은 변수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다만 얽힘으로 신호를 빛보다 빨리 보낼 수는 없어서 상대성이론과의 정면충돌은 피해 갑니다.
다세계, 그리고 철학과의 접점
붕괴 자체를 지우는 길도 있습니다. 1957년 휴 에버렛(Hugh Everett)의 다세계 해석은 파동함수가 결코 붕괴하지 않고, 측정 때마다 관측자를 포함한 세계 전체가 갈라진다고 봅니다. 수식은 더 경제적이지만 무한히 분기하는 우주라는 존재론적 대가를 치르죠. 코펜하겐, 다세계, 그 밖의 해석들은 현재까지 실험적으로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직한 요약입니다. 관측이 실재를 구성하는가라는 물음은 과학철학 4강의 실재론 논쟁과 맞닿고, 관측자와 의식의 자리를 묻는 논의는 심리철학 1강으로 이어집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예측은 완벽한데 의미는 미정인 이론을 우리는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전: 3강 불확정성 원리 · 다음: 5강 원자와 스펙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