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입문 3강. 논증이란 무엇인가
철학의 유일한 무기입니다. 주장의 가치는 근거의 질로 결정됩니다.
풀고 시작
논증은 전제와 결론이다
논증(argument)이라고 하면 목소리 높이는 말싸움부터 떠오르시나요? 철학에서 논증은 싸움이 아니라 결론 하나를 전제들이 떠받치는 구조물입니다.
전제 1. 모든 인간은 죽는다.
전제 2.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결론.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철학 텍스트를 읽는 기술의 절반은 이 구조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결론이 무엇인지, 그것을 떠받치는 전제가 무엇인지 찾으면 아무리 어려운 철학자도 뼈대가 드러나죠.
타당성과 건전성을 구분하라
여기 이상한 논증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고래는 새다. 모든 새는 돌이다. 따라서 모든 고래는 돌이다." 놀랍게도 논리학자는 이 논증을 "타당하다"고 부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이 구분이 논증 평가의 전부입니다.
타당함(valid)은 전제가 참이라면 결론이 반드시 참인 구조를 말합니다. 내용과 무관하죠. 위의 고래 논증은 전제가 엉터리지만 구조만큼은 완벽해서 타당합니다. 반면 건전함(sound)은 타당하면서 전제가 실제로 모두 참인 논증을 말합니다. 건전한 논증의 결론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그래서 상대의 논증을 공격하는 길도 정확히 두 갈래뿐입니다. 구조가 틀렸음을 보이거나(부당함), 전제 중 하나가 거짓임을 보이는 것이죠(불건전함).
연역과 귀납
전제가 결론을 얼마나 강하게 붙잡느냐에 따라 논증은 두 종류로 나뉩니다. 연역(deduction)은 전제가 결론을 100% 보장합니다. 수학과 논리학의 방식이죠. 귀납(induction)은 전제가 결론을 그럴듯하게 만들 뿐 보장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해가 매일 떴다, 따라서 내일도 뜰 것이다"가 전형이죠. 과학이 바로 이 방식에 기대고 있는데, 훗날 흄이 여기에 폭탄을 던집니다(경험론 과목에서 만납니다).
철학자의 연장 두 개
철학자의 공구함에는 연장이 딱 두 개 들어 있습니다.
첫째는 반례(counterexample)입니다. "모든 A는 B다"를 무너뜨리려면 B가 아닌 A 하나면 충분합니다. 철학사의 진보 대부분이 반례 제시의 역사죠. 인식론 과목에서 만날 게티어 문제는 반례 두 쪽으로 2000년 된 지식의 정의를 무너뜨렸습니다.
둘째는 자비의 원칙(principle of charity)입니다. 상대의 논증을 가장 강한 형태로 재구성한 뒤에 공격하는 것이죠. 약한 버전을 부수는 것(허수아비 공격)은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철학은 사람이 아니라 가장 강한 버전의 주장과 싸웁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최근에 누군가를 설득하려다 실패한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그때의 논증을 전제와 결론으로 분해하면, 상대가 거부한 것은 구조였을까요, 전제였을까요?
이전: 2강 철학의 분과 지도 · 다음: 4강 철학사 조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