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론 5강. 사회인식론: 증언, 전문가, 인식적 부정의
당신이 아는 것의 대부분은 직접 확인한 적이 없습니다. 지식은 처음부터 공동 작업이었던 겁니다.
풀고 시작
개인주의 인식론의 사각지대
데카르트 이래 인식론의 주인공은 홀로 반성하는 개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잠깐, 목록을 한번 만들어 보세요. 당신의 생년월일, 세종대왕, 바이러스, 브라질의 존재. 전부 증언(testimony)으로 안 것입니다. 지각·기억·추론과 나란히, 증언은 지식의 기본 원천입니다. 그렇다면 남의 말은 언제, 왜 지식을 주는 걸까요?
증언의 인식론: 흄이냐 리드냐
이 물음에 대한 고전적 대립 구도가 있습니다.
- 환원주의(흄 계열)는 증언이 독립 원천이 아니라고 봅니다. 화자의 신뢰성에 대한 나 자신의 귀납적 증거(이 사람이 그간 정확했다, 이런 부류의 말은 대개 맞더라)로 뒷받침될 때만 정당하다는 겁니다.
- 반환원주의(리드 계열)는 다르게 봅니다. 우리는 진실을 말하는 성향(정직 원리)과 들은 것을 믿는 성향(신뢰 원리)을 갖고 태어났고, 증언은 결함의 징후가 없는 한 기본값으로(default) 정당하다는 거죠. 지각을 매번 검증하지 않고 믿듯이 말입니다.
각자 난점이 있습니다. 환원주의의 난점은 어린이입니다. 어린이는 화자 신뢰성의 귀납적 증거를 쌓기 전에 언어와 세계상 전체를 증언으로 배웁니다. 환원주의가 옳다면 우리 지식의 기초 공사 전체가 부정당해집니다. 반환원주의의 난점은 잘 속는 사람(gullibility)과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겁니다. 현재 논의는 "기본 신뢰 + 경계 모니터링"의 혼합 모델로 수렴하는 중입니다.
전문가 문제와 인식적 분업
현대의 지식은 극단적으로 분업화됐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어떻게 고를까요?(골드만의 "초심자/전문가 문제") 전문성 자체를 평가할 능력이 없는데, 전문가끼리 충돌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쓸 수 있는 간접 지표들이 있습니다. 논증 태도(상대 논거를 다루는 방식), 트랙 레코드, 전문가 공동체 내의 합의 분포, 이해충돌 여부입니다. 기후변화·백신 논쟁에서 보듯, 이 지표를 읽는 능력이 시민의 인식적 생존 기술이 되었습니다. 음모론의 전형적 수법이 정확히 이 지표들의 위조(가짜 전문가, 합의 부정)라는 점도 같은 이론으로 설명됩니다.
같은 계열의 현대 문제들도 있습니다. 동료 불일치(나만큼 유능하고 같은 증거를 가진 동료가 반대 결론일 때, 믿음을 낮춰야 할까요, 버텨도 될까요), 집단 지식(위원회나 과학 공동체가 개별 구성원 누구도 갖지 않은 지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인식적 거품과 반향실(자기 견해만 메아리치는 정보 환경의 구조 분석)이 그것입니다.
인식적 부정의
미란다 프리커의 2007년 저작이 연 분야입니다. 지식의 사회적 흐름에는 정의의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 증언적 부정의는 편견 때문에 화자의 신뢰성이 부당하게 깎이는 것입니다. 여성의 고통 호소가 "예민함"으로, 아이의 증언이 "상상"으로 할인되는 경우죠. 화자는 지식 제공자로서의 지위 자체를 침해당합니다.
- 해석학적 부정의는 자기 경험을 표현할 개념 자체가 사회에 없어서 생기는 부정의입니다. "성희롱"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기 전, 피해자들은 자기 경험을 이해시킬 언어가 없었습니다. 개념의 부재가 특정 집단에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분포한다는 통찰입니다.
인식론이 윤리·정치와 만나는 이 지점에서 「인식론」 과목을 닫습니다. 아는 일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며, 따라서 잘 아는 일에는 공정하게 듣는 일이 포함됩니다.
인출 문제
이전: 4강 내재주의와 외재주의 · 다음: 형이상학 1강 (편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