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철학 3강. 의식의 어려운 문제
뇌의 모든 기능을 설명해도 마지막 물음이 남습니다. 왜 이 모든 정보 처리에 느낌이 동반될까요?
풀고 시작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
차머스(David Chalmers)는 1995년 논문 「의식의 문제에 직면하기」와 『의식하는 마음』(1996)에서 의식 연구의 문제들을 둘로 갈랐습니다. 쉬운 문제(easy problems)는 자극 변별, 정보 통합, 주의, 행동 제어, 언어 보고 같은 기능의 설명입니다. 어렵더라도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의 표준 방법으로 언젠가 풀리죠. 그런데 어려운 문제(hard problem)는 다릅니다. 그 모든 기능이 수행될 때 왜 주관적 경험이 동반되는가. 네이글(Thomas Nagel)이 1974년 논문에서 만든 표현으로, 어떤 유기체가 의식적이라는 것은 "그 유기체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떠한 무엇인가가 있다"(there is something it is like to be that organism)는 것입니다. 박쥐의 음파 탐지 메커니즘을 다 알아도, 박쥐로 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네이글의 논점이었습니다.
이 느낌의 질적 측면이 감각질(qualia)입니다. 빨강의 빨간 느낌, 통증의 아픈 느낌 같은 것이죠. 레빈(Joseph Levine)은 1983년 이를 설명적 간극(explanatory gap)이라 명명했습니다. 통증이 C섬유 발화라고 해도, 왜 그 발화가 하필 이런 느낌인지, 아니 왜 어떤 느낌이든 동반하는지는 설명되지 않은 채 남습니다.
좀비 논증
차머스의 대표 무기는 철학적 좀비(philosophical zombie)입니다. 나와 물리적으로 원자 하나까지 동일하지만 내면의 경험이 전혀 없는 존재, 즉 불이 꺼진 채 돌아가는 복제를 상상해 보세요. 좀비는 나처럼 말하고 통증 행동을 하고 심지어 의식에 대해 논문도 씁니다. 논증은 이렇게 갑니다. 좀비는 상상 가능(conceivable)합니다. 상상 가능하면 형이상학적으로 가능합니다. 좀비가 가능하다면 물리적 사실 전체가 의식적 사실을 결정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물리주의는 거짓이라는 것이죠.
공격 지점은 두 번째 다리입니다. 물리주의자들은 상상 가능성이 가능성을 함축하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물이 H2O가 아닌 상황도 상상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듯, 좀비의 상상 가능성은 우리 개념의 한계를 보여줄 뿐이라는 겁니다. 데닛(Daniel Dennett)은 더 나아가, 물리적으로 완전히 같으면서 의식만 빠진 존재를 정말로 정합적으로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메리 논증
잭슨(Frank Jackson)의 지식 논증(knowledge argument, 1982)은 같은 결론을 다른 길로 뽑아냅니다. 메리는 흑백 방에서 자란 천재 색채 과학자입니다. 그녀는 색 지각에 관한 물리적 사실 전부를 압니다. 어느 날 방을 나와 처음으로 빨간 토마토를 봅니다. 메리는 이때 새로운 것을 배울까요? 배운다면(빨강이 이렇게 보이는구나), 물리적 사실 전부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있는 것이고, 물리주의는 불완전한 것이 됩니다.
물리주의의 응답은 정교합니다. 루이스(David Lewis)와 네미로우(Laurence Nemirow)의 능력 가설(ability hypothesis)은 메리가 얻는 것이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 새로운 능력(재인하고 상상하고 기억하는 노하우)이라고 봅니다.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새 명제를 배우는 것이 아니듯 말이죠. 현상적 개념 전략(phenomenal concept strategy, 로어 등)은 메리가 이미 알던 옛 사실을 새로운 종류의 개념(현상적 개념)으로 다시 파악할 뿐이라고 봅니다. 하나의 사실, 두 가지 인지 경로라는 것이죠. 후일담이 논쟁을 더 흥미롭게 합니다. 잭슨 본인이 훗날 입장을 바꿔, 지식 논증은 어딘가 잘못되었다며 물리주의로 전향했거든요.
과학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려운 문제가 과학을 멈추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토노니(Giulio Tononi)의 통합정보이론(Integrated Information Theory)은 시스템이 통합하는 정보량(파이 값)이 의식의 정도라고 제안하며, 의식을 아예 기초 속성처럼 다루는 쪽으로 기웁니다. 바스(Bernard Baars)가 제안하고 드앤(Stanislas Dehaene)이 발전시킨 전역작업공간이론(Global Workspace Theory)은 여러 모듈이 경쟁하다 승리한 정보가 전역 작업공간에 방송될 때 의식된다고 봅니다. 주목할 점은 구도입니다. 전역작업공간이론은 접근과 방송이라는 기능을 설명하므로 차머스 기준으로는 쉬운 문제의 이론이고, 통합정보이론은 어려운 문제에 직접 답하려다 범심론(panpsychism) 논란을 삽니다. 의식 과학의 최전선에서도 어려운 문제의 선은 지워지지 않고 자리만 옮기는 셈이죠.
| 논증 | 핵심 장치 | 표준 물리주의 응답 |
|---|---|---|
| 좀비 논증 (차머스) | 물리적 복제에서 의식만 제거 | 상상 가능성은 가능성을 함축하지 않는다 |
| 지식 논증 (잭슨) | 흑백 방의 색채 과학자 메리 | 능력 가설, 현상적 개념 전략 |
| 설명적 간극 (레빈) | 동일성 진술의 설명력 결여 | 간극은 존재론이 아니라 인식론의 문제다 |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어려운 문제가 원리상 풀릴 수 없는 문제라면, 그것은 세계의 특징일까요, 우리 인지 능력의 한계일까요? (맥긴의 신비주의는 후자를 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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