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와 문명의 탄생 4강. 인더스와 황하: 또 다른 시작들
궁전도 왕릉도 없이 상하수도부터 갖춘 문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문자를 우리는 아직도 읽지 못합니다.
풀고 시작
4600년 전의 계획도시
기원전 2600년 무렵부터 인더스강 유역에서 하라파(Harappa)와 모헨조다로(Mohenjo-daro)를 중심으로 한 문명이 전성기를 맞습니다. 발굴된 도시의 모습은 놀랍습니다. 도로는 격자로 반듯하게 교차하고, 집집마다 배수구가 벽돌로 덮인 하수도로 이어집니다. 벽돌은 넓은 지역에서 일정한 비율로 규격화되어 있었고, 무게를 재는 돌 저울추도 표준화되어 있었죠. 모헨조다로 언덕 위에는 방수 처리까지 한 대목욕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3강에서 본 문명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왕을 외치는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화려한 궁전도, 부장품을 쏟아부은 왕릉도, 정복을 자랑하는 기념비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의 표준화와 도시 계획을 해낸 권력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 권력은 자신을 과시하지 않았습니다. 사제 집단의 통치였을까요, 도시 연합의 합의였을까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읽을 수 없는 문자, 풀리지 않는 몰락
모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더스인들이 인장과 토기에 남긴 수백 종의 기호, 즉 인더스 문자는 아직 해독되지 않았습니다. 남은 명문은 대부분 몇 자짜리로 짧고, 로제타석 같은 이중 언어 자료도 없으며, 어떤 언어를 적었는지조차 확실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기호가 완전한 문자 체계가 아니라는 주장까지 있을 정도죠. 기원전 1900년 무렵부터 도시들은 쇠퇴합니다. 한때는 아리아인 침입으로 파괴됐다는 설이 교과서를 지배했지만, 학살이나 대규모 파괴의 증거가 빈약해 지금은 사실상 폐기되었습니다. 현재 유력한 설명은 기후 건조화와 강줄기의 변화로 농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흩어졌다는 쪽입니다. 정복이 아니라 해체에 가까운 최후였던 셈입니다. 언젠가 이 문자가 해독된다면, 세계사 교과서의 한 장이 통째로 다시 쓰일 것입니다.
용의 뼈에 새겨진 왕의 질문
황하 유역의 문명은 정반대로, 문자 덕분에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된 경우입니다. 19세기 말 중국에서는 "용골"이라 불리는 뼈가 약재로 팔리고 있었는데, 1899년 학자 왕의영이 이 뼈에 새겨진 낯선 부호들을 알아봅니다. 약재상의 뼈가 실은 3천 년 전의 문서였던 것이죠. 이것이 갑골문(oracle bone script)의 발견입니다. 상나라(기원전 1600년경~1046년경)의 왕들은 거북 배딱지와 소 어깨뼈를 불로 지져 갈라진 금으로 점을 쳤고, 그 물음과 결과를 뼈에 새겼습니다. 이번 수확은 풍년일까, 전쟁에 이길까, 왕비의 출산은 순조로울까. 덕분에 우리는 상나라 왕의 이름과 근심을 구체적으로 알고, 전설로 치부되던 상 왕조는 안양의 은허 유적 발굴로 실재가 확인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연속성입니다. 갑골문은 오늘날 한자의 직계 조상으로, 세계 주요 문자 가운데 3천 년 넘게 같은 계통으로 이어져 지금도 쓰이는 드문 사례입니다. 상나라 이전의 얼리터우 유적을 전설 속 하나라와 연결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4대 문명이라는 틀, 어디까지 유효할까요
이제 큰 강 유역의 초기 문명 네 곳을 모두 보았습니다. 공통 조건은 분명합니다. 큰 강의 충적토가 잉여 농업을 가능하게 했고, 잉여가 도시·분업·국가·문자를 불렀다는 것이죠. 그러나 4대 문명이라는 틀 자체는 세계 학계의 표준이 아니라 동아시아 교과서 전통에 가깝다는 점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틀은 두 가지를 놓칩니다. 첫째, 큰 강 없이 태어난 문명들입니다. 메소아메리카의 마야와 안데스의 문명들은 대하천 범람원 없이도 도시와 국가를 세웠고, 안데스 해안의 카랄(Caral) 유적은 기원전 3000년대까지 올라갑니다. 둘째, "문명 대 야만"의 단선적 서열입니다. 문명은 네 곳에서 발원해 퍼진 은혜가 아니라, 조건이 맞는 곳마다 다양한 형태로 솟아난 수렴 현상이었습니다. 2강의 농경 기원이 그랬던 것처럼요. 다음 과목에서 만날 그리스 문명도 이 큰 그림 속에서 보면, 유일한 기적이 아니라 여러 시작들 가운데 하나로 제자리를 찾게 됩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자신을 과시하는 기록을 남긴 권력은 역사에 남고, 그러지 않은 권력은 수수께끼가 됩니다. 우리가 아는 역사는 얼마나 "기록을 남긴 자들의 역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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