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과 빛 2강. 소리: 공기의 떨림
우리가 듣는 모든 것은 공기 압력의 미세한 떨림입니다. 그 떨림의 셈법이 음악과 소음을 가르죠.
풀고 시작
소리는 공기의 종파다
손뼉을 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공기가 순간적으로 압축되고, 그 압축이 이웃 공기를 밀며 퍼져 나갑니다. 소리는 매질이 진행 방향으로 압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종파이며, 상온 공기에서 약 340m/s로 전파되죠. 핵심은 매질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보일(Robert Boyle)은 1660년경 진공 펌프로 유리종 안의 공기를 뽑아내는 실험을 했고, 공기가 사라지자 안에서 울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됨을 확인했습니다. 우주 공간에서 폭발이 조용한 이유가 이것이죠. 반대로 매질이 촘촘할수록 소리는 빨라져서, 물속에서는 공기 중보다 4배 이상 빠릅니다.
높이, 크기, 색깔: 소리의 세 좌표
귀가 구별하는 소리의 세 성질은 파동의 세 성질에 하나씩 대응합니다. 음높이는 진동수입니다. 사람의 가청 범위는 대략 20Hz에서 20,000Hz이고, 상한은 나이가 들수록 내려가죠. 20,000Hz를 넘는 초음파는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뿐 물리적으로 같은 파동이어서, 박쥐의 항법과 병원의 태아 초음파 영상에 쓰입니다. 크기는 진폭입니다. 압력 변화의 폭이 클수록 크게 들리죠. 그리고 음색은 배음 구조입니다. 실제 악기 소리는 기본 진동수 f 하나가 아니라 2f, 3f, 4f의 배음(harmonics)이 겹친 합성 파형이며, 각 배음의 세기 비율이 악기마다 다릅니다. 같은 음을 연주해도 파형의 생김새가 다른 이유, 전화 목소리만 듣고 상대를 알아보는 이유가 여기 있죠.
악기는 정상파를 조율하는 기계다
1강의 정상파가 여기서 악기가 됩니다. 현악기의 현은 양 끝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기본 진동수가 f = v/2L로 정해지죠. 연주자가 지판을 짚어 L을 줄이면 음이 높아지고, 조율 나사로 현을 조여 장력을 키우면 현 위 파동 속도 v가 커져 음이 높아지며, 굵고 무거운 현은 v가 작아 낮은 음을 맡습니다. 관악기는 관 속 공기 기둥의 정상파를 쓰죠. 관이 길수록 낮은 음이 나고, 구멍과 밸브는 관의 유효 길이를 바꾸는 장치입니다. 양쪽이 열린 관과 한쪽이 막힌 관은 허용되는 배음의 구조가 달라서, 한쪽이 막힌 관처럼 행동하는 클라리넷은 홀수 배음이 두드러진 독특한 음색을 냅니다.
도플러: 움직임이 진동수를 바꾼다
구급차가 다가올 때는 사이렌이 높게, 멀어질 때는 낮게 들리죠. 왜 그럴까요. 파원이 다가오면 앞쪽 파면들이 좁게 압축되어 파장이 짧아지고 진동수가 높아지며, 멀어지면 반대가 됩니다. 이것이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입니다. 도플러가 1842년 이 원리를 제안하자, 1845년 바위스 발롯(Buys Ballot)은 달리는 기차에 트럼펫 연주자들을 태우고 절대음감을 가진 음악가들에게 선로 옆에서 음높이 변화를 기록하게 하는 실험으로 이를 검증했습니다. 같은 원리가 빛에도 적용되죠. 멀어지는 광원의 빛은 파장이 길어져 스펙트럼이 붉은 쪽으로 밀리는데, 이 적색편이(redshift)를 20세기에 허블이 먼 은하들에서 발견하면서 우주가 팽창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상대성이론 과목에서 이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데시벨: 귀의 로그 자
귀는 겨우 들리는 소리부터 고통스러운 소리까지 강도로 10¹²배에 이르는 범위를 감당합니다. 그래서 소리의 세기는 로그 눈금으로 재죠. 강도가 10배 커질 때마다 10데시벨(dB)씩 더하는 방식이며, 단위 이름은 전화를 발명한 벨(Bell)에서 왔습니다. 속삭임이 약 30dB, 일상 대화가 약 60dB, 록 콘서트는 110dB에 이르죠. 산업 안전 기준들이 경고선으로 삼는 85dB 안팎의 소음에 장시간 노출되면 달팽이관의 유모세포가 손상되는데, 이 세포는 재생되지 않으므로 소음성 난청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어폰 볼륨이 물리학의 문제인 동시에 보건의 문제인 이유죠.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배음 구조가 음색을 만든다면, 컴퓨터로 배음들을 정확히 합성한 바이올린 소리는 진짜 바이올린 소리와 같은 것일까요. 다르다면 그 차이는 물리에 있을까요, 듣는 쪽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