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6강. 양자 기술: 트랜지스터에서 양자컴퓨터까지
해석 논쟁이 끝나기를 기다린 사람은 없었습니다. 스마트폰 속 트랜지스터 수십억 개가 이미 양자역학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풀고 시작
트랜지스터, 20세기 최대의 양자 산물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기기 안에서 양자역학이 백억 번 넘게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고 하면 어떠신가요? 과장이 아닙니다. 고체 속 전자는 수많은 원자가 만드는 주기적 퍼텐셜 안의 파동입니다. 그 결과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연속이 아니라 띠(band)로 갈라지고, 띠 사이에는 금지된 틈이 생깁니다. 띠가 꽉 찼는지, 틈이 얼마나 넓은지에 따라 도체, 절연체, 반도체가 갈리죠. 반도체는 틈이 적당히 좁아 불순물 첨가(도핑)로 전기적 성질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고, 이 조절 가능성 위에 1947년 벨 연구소의 바딘, 브래튼, 쇼클리가 트랜지스터를 만들었습니다(1956년 노벨상). 오늘날 스마트폰 칩 하나에 트랜지스터가 백억 개 넘게 들어갑니다. 양자역학 없이는 설계는커녕 왜 작동하는지 설명조차 할 수 없는 물건이죠.
터널링(tunneling)도 실용 기술이 됐습니다. 파동함수는 고전적으로 넘을 수 없는 장벽 너머로 스며들 수 있어, 입자가 일정 확률로 벽을 통과합니다. 플래시 메모리는 전자를 터널링으로 절연막 너머에 밀어 넣어 데이터를 저장하고, 주사터널링현미경(STM, 1981년 비니히와 로러)은 터널링 전류로 원자 하나하나를 그려냅니다. 태양이 빛나는 것도 양성자들이 전기적 반발 장벽을 터널링으로 뚫고 융합하기 때문입니다.
병원과 위성에 들어간 양자
MRI(자기공명영상)는 원자핵의 스핀이라는 순수 양자적 성질을 씁니다. 강한 자기장 속에서 몸속 수소 원자핵의 스핀 상태는 불연속 에너지로 갈라지고, 정확히 그 차이에 해당하는 전파를 쏘면 공명합니다. 조직마다 다른 공명 신호를 되읽어 단면 영상을 만드는 것이죠. 원자시계는 세슘-133 원자의 초미세 전이 진동수를 기준으로 삼는데, 1초의 국제 정의 자체가 이 전이의 9,192,631,770번 진동입니다. GPS 위성은 원자시계 없이는 무용지물이므로, 내비게이션을 켤 때마다 우리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시간 지연 보정)을 함께 쓰는 셈입니다.
양자컴퓨터, 약속과 정직한 현재
고전 비트가 0 아니면 1인 것과 달리, 큐비트(qubit)는 0과 1의 중첩 상태를 가질 수 있고 여러 큐비트는 얽힘으로 묶입니다. 덕분에 특정 문제에서는 가능성들을 병렬적으로 다루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는데, 1994년 피터 쇼어(Peter Shor)가 소인수분해를 지수적으로 빠르게 푸는 양자 알고리즘을 내놓으면서 판이 커졌습니다. 소인수분해의 어려움은 정수론 4강에서 본 RSA 암호의 토대이므로, 충분히 큰 양자컴퓨터는 현행 공개키 암호를 무너뜨립니다.
정직한 현재도 말해야겠죠. 큐비트는 주변과 조금만 상호작용해도 중첩이 깨지는(결어긋남) 극도로 연약한 존재라 오류율이 높고, 오류를 정정하려면 논리 큐비트 하나에 물리 큐비트 수백에서 수천 개가 필요합니다. RSA를 실제로 깨는 규모는 아직 요원하며, 양자컴퓨터가 모든 계산을 빠르게 하는 만능 기계라는 통념도 틀렸습니다. 이점이 증명되거나 기대되는 문제는 소인수분해, 양자계 시뮬레이션 등 특정 부류입니다. 한편 방어 기술도 양자에서 나옵니다. 양자암호(양자 키 분배, 1984년 BB84 프로토콜)는 도청이 곧 측정이고 측정은 상태를 흔든다는 원리를 역이용해, 도청 시도가 반드시 흔적을 남기게 만듭니다. 다음 과목에서는 시선을 원자보다 깊은 곳, 입자물리의 표준모형으로 옮깁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해석에 합의하지 못한 이론이 인류 기술의 근간이 됐습니다. 이해와 활용은 얼마나 분리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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