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과 빛 4강. 간섭과 회절: 파동설의 승리
빛에 빛을 더했더니 어둠이 나왔습니다. 입자로는 불가능한 이 결과가 뉴턴의 권위를 무너뜨렸죠.
풀고 시작
두 개의 틈이 던진 질문
토머스 영(Thomas Young)은 의사이자 언어학자로 로제타석 해독에도 기여한 박식가였습니다. 그는 1801년 무렵 시작한 일련의 실험을 1803년 왕립학회에서 발표했는데, 핵심 장치는 의외로 단순했죠. 한 광원의 빛을 좁은 슬릿 두 개에 통과시켜 스크린에 비춘 겁니다. 빛이 입자라면 슬릿 뒤에 밝은 줄 두 개가 생겨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밝고 어두운 줄무늬가 여러 개 늘어선 간섭무늬가 나타났죠. 논리는 1강의 중첩 원리 그대로입니다. 두 슬릿에서 스크린의 한 점까지 가는 경로의 길이 차가 파장의 정수배면 마루끼리 만나 밝아지고, 반파장의 홀수 배면 마루와 골이 만나 어두워집니다. 빛과 빛이 더해져 어둠이 되는 지점의 존재는 입자설이 넘을 수 없는 벽이었죠. 게다가 무늬 간격을 재면 파장이 계산되는데, 가시광선의 파장은 약 400~700nm에 불과했습니다. 파장이 이토록 짧다는 사실은 빛의 파동성이 왜 일상에서 안 보였는지도 함께 설명해 주죠.
회절: 파동은 모퉁이를 돈다
파동은 틈이나 장애물의 가장자리에서 그림자 영역으로 휘어 들어갑니다. 이것이 회절(diffraction)이며, 하위헌스 원리대로 틈의 각 점이 새로운 파원이 되어 퍼지는 현상이죠. 회절은 틈의 폭이 파장과 비슷한 규모일 때 뚜렷해집니다. 파장이 수십 cm에서 수 m인 소리가 열린 문을 돌아 복도 너머까지 들리는 반면, 파장이 수백 nm인 빛은 문 크기 앞에서 사실상 직진하는 것처럼 보이죠. 뉴턴이 빛의 직진성을 입자설의 근거로 삼은 것은 이 착시 때문이었습니다. 빛도 충분히 좁은 틈을 만나면 어김없이 퍼지고 간섭무늬를 만듭니다.
반대자가 완성한 증명: 푸아송의 밝은 점
1818년 파리 과학아카데미는 회절을 주제로 논문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토목 기사 출신의 프레넬(Fresnel)이 빛의 파동 이론을 정밀한 수학으로 다듬어 응모했는데, 심사위원이던 푸아송(Poisson)은 입자설 지지자였죠. 그는 프레넬의 수식을 몰아붙여 기묘한 귀결을 끌어냈습니다. 이 이론이 옳다면 둥근 원반의 그림자 한복판, 가장 어두워야 할 지점에 밝은 점이 생겨야 한다는 겁니다. 원반 가장자리를 도는 빛이 중심축 위에서는 모두 같은 거리를 지나 보강 간섭하기 때문이죠. 푸아송은 이것을 이론을 무너뜨릴 불합리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심사위원장 아라고(Arago)가 실제로 실험을 해 보자, 그림자 중심에서 정말로 밝은 점이 관측됐습니다. 반증하려고 뽑아낸 예측이 가장 강력한 입증이 된 거죠. 오늘날 이 점은 반대자의 이름을 붙여 푸아송의 밝은 점, 또는 아라고 점이라 불립니다. 대담한 예측과 가혹한 검증이 이론을 세우는 과학의 작동 방식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일화는 드물죠.
주머니 속의 간섭계
간섭과 회절은 실험실 밖 일상에 널려 있습니다. CD와 DVD 뒷면의 무지개빛은 약 1.6μm 간격으로 촘촘히 새겨진 트랙들이 회절격자 노릇을 하며 파장마다 다른 각도로 빛을 보강하기 때문이죠. 비눗방울과 아스팔트 위 기름막의 색은 얇은 막의 윗면과 아랫면에서 반사된 두 빛이 간섭한 결과로, 막 두께에 따라 보강되는 파장이 달라 색이 흐르듯 변합니다. 모르포 나비의 강렬한 파란색도 색소가 아니라 날개 표면의 미세 구조가 만드는 간섭의 색이죠. 간섭무늬는 파동만이 남길 수 있는 지문입니다.
판은 다시 뒤집힌다
19세기가 끝날 무렵 파동설의 승리는 완전해 보였습니다. 맥스웰이 빛을 전자기파로 예측했고 헤르츠가 실험으로 확인하면서(전자기학 5강), 빛의 정체는 파동으로 결론난 듯했죠. 그러나 1905년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를 분석하며 판을 다시 흔듭니다. 금속에 빛을 쬐면 전자가 튀어나오는데, 아무리 센 빛이라도 진동수가 문턱값보다 낮으면 전자가 나오지 않고, 약한 빛이라도 진동수만 높으면 즉시 나옵니다. 이는 빛이 진동수에 비례하는 에너지 덩어리, 곧 광자로 행동해야 설명되죠. 간섭과 회절은 파동을, 광전효과는 입자를 가리킵니다. 빛은 둘 다라는 기묘한 결론은 양자역학 과목에서 정면으로 다룹니다. 그 전에 다음 강에서는 빛의 속도가 일으킨 또 하나의 혁명, 상대성이론을 만나죠.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간섭무늬는 파동을, 광전효과는 입자를 가리킵니다. 서로 배타적으로 보이는 두 실험 결과를 모두 존중해야 한다면, "빛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어떻게 고쳐 물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