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와 우주 4강. 물리학의 미해결 문제들
우주의 95%는 정체불명이고, 물리학의 두 기둥 이론은 서로 모순됩니다. 물리학은 완성이 아니라 가장 큰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풀고 시작
암흑물질: 보이지 않는 손
이야기는 1933년, 츠비키(Zwicky)의 이상한 발견에서 시작됩니다. 은하단 속 은하들의 속도가 보이는 질량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빨랐던 것이죠. 그는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dark matter)을 상정했습니다. 결정적 증거는 1970년대 루빈(Rubin)의 은하 회전곡선입니다. 뉴턴 역학대로라면 은하 외곽의 별은 중심에서 멀수록 천천히 돌아야 합니다(태양계 행성들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관측된 회전 속도는 외곽까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됐습니다. 보이는 별과 가스만으로는 불가능한 곡선이죠. 은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질량 헤일로에 잠겨 있다고 보면 설명됩니다. 이후 중력 렌즈, 우주배경복사 분석이 같은 결론을 지지했습니다. 문제는 정체입니다. 표준모형의 어떤 입자도 후보가 되지 못하며, 유력 후보로 꼽혔던 입자들의 탐지 실험은 수십 년째 빈손입니다. 중력 법칙 자체를 수정하자는 소수 견해(수정 뉴턴 역학)도 있으나, 은하단 충돌 관측 등에서 설명력이 밀려 다수설은 여전히 미지의 입자입니다.
암흑에너지: 가속하는 우주
1998년 두 관측팀이 Ia형 초신성으로 우주 팽창의 역사를 측정했습니다. 예상은 감속이었죠. 물질의 중력이 팽창의 브레이크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팽창은 약 50억 년 전부터 가속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펄머터(Perlmutter), 슈미트(Schmidt), 리스(Riess)는 2011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우주를 밀어내는 이 미지의 성분에 붙은 이름이 암흑에너지(dark energy)입니다. 가장 단순한 후보는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 즉 진공 자체의 에너지입니다. 그런데 양자장론으로 진공 에너지를 계산하면 관측값보다 무려 10¹²⁰배가량 큰 값이 나옵니다. 물리학 역사상 최악의 예측 실패로 불리는 이 간극은 아직 아무도 메우지 못했습니다.
두 기둥의 불화: 양자중력
20세기 물리학의 두 기둥,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은 각자의 영역에서 완벽하게 작동하지만 서로 양립하지 않습니다. 블랙홀 중심이나 빅뱅 직후처럼 극단적으로 작고 무거운 영역에서는 둘을 동시에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계산이 무한대로 발산해 버리죠. 이를 해결하려는 양자중력(quantum gravity)의 두 주류 후보가 끈이론과 고리 양자중력입니다. 끈이론은 입자를 진동하는 끈으로 보고 중력을 자연스럽게 포함하지만, 여분 차원을 요구하고 검증 가능한 예측을 아직 내놓지 못했습니다. 고리 양자중력은 시공간 자체가 불연속적 알갱이라고 제안하지만 역시 실험적 확증이 없습니다. 정직한 현재 상태는 이렇습니다. 두 진영 모두 수학적으로 흥미로운 구조를 만들었으나, 40년 넘게 어느 쪽도 실험이 판정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미세조정과 인류 원리 논쟁
마지막 문제는 물리학의 경계선 자체를 건드립니다. 자연 상수들이 조금만 달랐다면(예를 들어 강한 핵력이 조금 약했다면 수소 외의 원소가, 우주상수가 조금 컸다면 은하가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생명은 불가능했습니다. 이 미세조정(fine-tuning)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한쪽은 더 깊은 이론이 상수 값을 필연으로 설명해 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다른 쪽은 인류 원리(anthropic principle)를 듭니다. 수많은 우주가 존재하고 상수는 우주마다 다르며, 우리는 당연히 생명이 가능한 우주에서만 관측하고 있다는 것이죠. 와인버그는 1987년 이 논리로 우주상수가 0이 아닌 작은 값일 것이라 추정했고 1998년 관측과 방향이 맞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우주는 원리적으로 관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것이 과학적 설명인지 설명의 포기인지를 두고 논쟁이 계속됩니다. 이 질문들의 무대인 별, 은하, 우주의 역사는 지구와 우주 서가(지구와 우주)에서 이어집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원리적으로 관측 불가능한 다중우주를 끌어들이는 설명은 어디까지 과학일까요. 반증 가능성을 과학의 기준으로 본 포퍼라면 뭐라고 답했을까요.
- "우주의 95%를 모른다"는 사실은 물리학의 실패일까요, 아니면 다음 혁명이 임박했다는 신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