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과 빛 3강. 빛과 광학
반사도 굴절도 우연이 아닙니다. 빛은 언제나 가장 시간이 적게 드는 길을 가죠.
풀고 시작
경계에서 빛이 하는 두 가지 일
빛이 두 매질의 경계를 만나면 일부는 되돌아오고 일부는 꺾여 들어갑니다. 반사는 규칙이 단순하죠.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습니다. 굴절(refraction)은 매질에 따라 빛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생깁니다. 매질의 굴절률 n은 진공 광속을 그 매질 속 광속으로 나눈 값이고, 스넬리우스(Snellius)가 1621년 찾아낸 스넬 법칙이 꺾이는 각도를 정합니다: n₁sinθ₁ = n₂sinθ₂. 빽빽한 매질에서 성긴 매질로 나갈 때 입사각이 임계각을 넘으면 빛이 아예 빠져나가지 못하는 전반사가 일어나는데, 유리 섬유 속에 빛을 가두어 지구 반대편까지 보내는 광통신이 이 원리 위에 서 있죠.
페르마의 원리: 빛은 시간을 아낀다
1662년 페르마(Fermat)는 이 규칙들을 하나의 원리로 묶었습니다. 빛은 두 점 사이에서 시간이 가장 적게 걸리는 경로를 택한다. 해변의 인명구조원을 생각하면 됩니다. 모래 위에서는 빠르고 물속에서는 느리므로, 물에 빠진 사람에게 가는 최단 시간 경로는 곧은 직선이 아니라 모래 구간을 길게 잡고 물 구간을 줄인 꺾인 경로죠. 빛도 정확히 그렇게 꺾이며, 이 조건에서 스넬 법칙이 그대로 유도됩니다. 반사 법칙도 같은 원리의 결과죠. 이것은 설명 방식의 전환이기도 합니다. 경계에서의 국소 규칙 대신 경로 전체를 놓고 최적을 찾는 관점이며, 이 발상은 훗날 최소 작용의 원리로 일반화되어 현대물리학 전체를 관통합니다.
유리를 다듬어 우주를 보다
굴절을 설계하면 렌즈가 됩니다. 볼록렌즈는 평행하게 들어온 빛을 초점에 모으고, 오목렌즈는 퍼뜨리죠. 눈은 각막과 수정체가 빛을 굴절시켜 망막에 상을 맺는 정교한 볼록렌즈 장치입니다. 근시는 상이 망막 앞에 맺히는 상태라 오목렌즈로 빛을 미리 퍼뜨려 교정하고, 원시는 반대로 볼록렌즈로 교정하죠. 1608년 네덜란드의 안경 제작자 리퍼세이(Lippershey)가 망원경 특허를 신청했고, 이 소문을 들은 갈릴레오는 1609년 직접 망원경을 만들어 하늘로 향했습니다. 목성 둘레를 도는 위성들과 달의 산맥이 드러났고, 모든 천체가 지구를 돈다는 세계상에 금이 갔죠. 렌즈 하나가 도구를 넘어 세계관을 바꾼 사례입니다.
무지개는 하늘에 걸린 프리즘이다
굴절률은 파장에 따라 조금씩 달라서, 보라색 빛이 빨간색 빛보다 더 크게 꺾입니다. 이것이 분산(dispersion)이죠. 뉴턴은 1666년경 프리즘으로 햇빛을 무지개 스펙트럼으로 갈랐는데, 결정적인 것은 그다음 실험이었습니다. 갈라진 빛에서 한 색만 골라 두 번째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더는 갈라지지 않았고, 스펙트럼 전체를 다시 모으면 백색광이 되었죠. 색은 프리즘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백색광 속에 처음부터 섞여 있던 성분이라는 결론입니다. 무지개는 공중의 물방울 하나하나가 프리즘 역할을 한 결과로, 빛이 물방울 안에서 굴절과 반사를 거쳐 약 42도 각도로 되돌아 나오며 색이 갈라진 것이죠. 같은 분산이 렌즈 설계자에게는 색마다 초점이 어긋나는 색수차라는 골칫거리가 됩니다.
빛의 정체를 둘러싼 대결: 1라운드
그렇다면 빛은 대체 무엇일까요. 뉴턴은 저서 광학(1704)에서 빛을 작은 입자들의 흐름으로 보았습니다. 빛이 직진하고 날카로운 그림자를 만드는 사실이 근거였죠. 하위헌스(Huygens)는 빛에 관한 논고(1690)에서 빛을 파동으로 보았고, 파면 위의 모든 점이 새로운 구면파의 파원이 된다는 하위헌스 원리로 반사와 굴절을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두 이론 모두 당시 알려진 현상을 그런대로 설명했다는 겁니다. 판정할 결정적 실험이 없는 상태에서 뉴턴의 압도적 권위가 저울을 기울였고, 입자설이 100년 가까이 우세를 지켰죠. 판을 뒤집는 실험은 다음 강에서 등장합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빛은 어떻게 출발하기도 전에 "가장 빠른 경로"를 아는 것처럼 행동할까요. 목적지를 아는 듯한 이 원리를 물리학은 어떻게 목적론 없이 소화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