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지 / 물리학 / 상대성이론 1강. 특수상대성이론: 광속이라는 절대

상대성이론 1강. 특수상대성이론: 광속이라는 절대

시간과 공간을 절대로 두면 광속이 흔들리고, 광속을 절대로 두면 시간과 공간이 흔들립니다. 아인슈타인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시속 100km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진행 방향으로 시속 10km로 공을 던지면, 지상의 관찰자에게 공의 속도는 시속 110km입니다. 그런데 기차 안에서 손전등을 켜면 지상의 관찰자에게 그 빛의 속도는 어떻게 될까요?
빛의 속도는 광원이나 관찰자의 운동과 무관하게 항상 c입니다. 공처럼 속도가 더해질 것 같지만, 마이컬슨-몰리 실험 이래 어떤 실험도 광속의 변화를 검출하지 못했습니다. 이 하나의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결과가 특수상대성이론 전체입니다.

갈릴레이의 배: 상대성 원리의 출발

의외라고 느끼실지 모르지만, 상대성이라는 발상 자체는 아인슈타인의 발명이 아닙니다. 갈릴레이(1564~1642)가 『두 우주 체계에 관한 대화』(1632)에서 이미 유명한 사고실험을 제시했죠. 창문 없는 배의 선실에 갇혀 있으면, 물고기가 헤엄치고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만으로는 배가 정지해 있는지 등속으로 항해 중인지 구별할 수 없습니다. 등속으로 움직이는 모든 기준틀에서 역학 법칙은 동일하다. 이것이 갈릴레이 상대성 원리입니다. "절대 정지"를 역학 실험으로 찾아낼 방법은 없다는 선언이었죠.

그런데 19세기에 균열이 생깁니다.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의 전자기 이론은 빛이 초속 약 30만 km로 달리는 전자기파라고 예측했습니다. 문제는 "무엇에 대해" 그 속도인가였습니다. 소리가 공기라는 매질에 대해 일정한 속도를 갖듯, 빛도 에테르(ether)라는 매질에 대해 c로 달린다고 물리학자들은 가정했죠. 그렇다면 에테르는 곧 절대 기준틀이 됩니다. 갈릴레이의 상대성은 역학에서만 성립하고, 전자기학에서는 깨지는 셈이었습니다.

1887년, 실패가 만든 전환점

에테르가 있다면 지구는 그 속을 초속 약 30km로 헤치며 공전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빛의 속도는 방향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야 하죠. 마이컬슨(Albert Michelson)과 몰리(Edward Morley)는 1887년, 간섭계로 서로 수직인 두 경로의 빛 왕복 시간을 비교했습니다. 장치의 정밀도는 예상 효과를 충분히 잡아낼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무위(null result)였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재도, 계절을 바꿔 재도, 빛의 속도 차이는 검출되지 않았죠. 물리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실패가 이렇게 탄생합니다.

물리학자들은 에테르를 살리려 애썼습니다. 로런츠(Hendrik Lorentz)와 피츠제럴드(George FitzGerald)는 "에테르 속을 달리는 물체는 진행 방향으로 수축한다"는 가설까지 내놓았죠. 수식은 맞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하는 임시방편이었습니다.

1905년, 두 개의 공준

이 교착을 깬 사람은 대학교수가 아니라 스위스 특허청 심사관이던 26세의 아인슈타인이었습니다. 그는 1905년 논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관하여」에서 문제를 통째로 뒤집습니다. 에테르를 구하려 하지 않고, 두 가지 원리를 공준(postulate)으로 선언한 것이죠.

공준 내용
상대성 원리 모든 관성계에서 물리 법칙(역학과 전자기학 모두)은 동일하다
광속 불변 원리 진공에서 빛의 속도는 광원의 운동과 무관하게 모든 관성계에서 c다

첫째 공준은 갈릴레이 상대성을 전자기학까지 확장한 것이고, 둘째 공준은 마이컬슨-몰리의 무위 결과를 법칙으로 승격시킨 것입니다. 에테르는 "불필요하다"는 한 마디로 폐기됐죠. 그런데 두 공준은 상식적으로 양립할 수 없어 보입니다. 속도는 더해져야 하는데 광속은 안 더해진다니요. 아인슈타인의 통찰은, 양립시키려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가정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차와 번개: 동시성의 해체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동시성(simultaneity)입니다. 아인슈타인의 기차 사고실험을 함께 따라가 보시죠. 달리는 기차의 정중앙에 관찰자 A가 타고 있고, 지상의 관찰자 B는 기차의 앞뒤 양 끝에 번개가 치는 것을 봅니다. B에게 두 번개의 빛은 같은 거리를 달려와 동시에 도착합니다. B의 판정은 이렇습니다. 두 번개는 동시에 쳤다.

그러나 A는 기차와 함께 앞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앞쪽 번개의 빛을 마중 나가고, 뒤쪽 번개의 빛에서는 멀어지죠. 광속은 누구에게나 c이므로, A에게는 앞쪽 빛이 먼저 도착합니다. A의 판정은 다릅니다. 앞쪽 번개가 먼저 쳤다. 그렇다면 둘 중 누가 옳을까요. 둘 다 옳습니다. 동시성은 관찰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이며, 우주 전체에 걸린 하나의 "지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동시성이 무너지면 시간 간격과 공간 간격도 관찰자마다 달라집니다. 시간 지연과 길이 수축, 그리고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는 다음 강에서 전개합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갈릴레이의 배 사고실험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창문 없는 선실의 어떤 역학 실험도 등속 항해와 정지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 갈릴레이 상대성 원리입니다. 가속은 몸으로 느껴지므로 해당되지 않고, 광속 불변은 갈릴레이가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공준입니다.
문제 2. 마이컬슨-몰리 실험(1887)의 결과와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실험은 예상된 광속 차이를 잡아낼 정밀도를 갖추고도 아무 차이를 찾지 못한 무위 결과였습니다. 물리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실패로 불리며, 로런츠 수축 같은 임시방편을 거쳐 결국 아인슈타인의 광속 불변 공준으로 이어졌죠.
문제 3. 1905년 아인슈타인이 세운 특수상대성이론의 두 공준은 무엇일까요?
상대성 원리(역학을 넘어 전자기학까지)와 광속 불변 원리가 두 공준입니다. 중력과 가속도의 등가는 일반상대성이론(1915)의 출발점이므로 혼동하기 쉽지만 특수상대성의 공준이 아닙니다.
문제 4. 기차 사고실험에서 지상 관찰자에게 동시인 두 번개가 기차 안 관찰자에게 동시가 아닌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광속 불변입니다. 빛의 속도가 관찰자에 따라 더해지고 빼진다면 두 관찰자의 판정이 일치할 수 있지만, 광속이 모두에게 c이므로 도착 순서의 차이가 곧 사건 순서 판정의 차이가 됩니다. 어느 판정도 착오가 아니며 동시성 자체가 상대적입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동시성이 상대적이라면, "지금 이 순간 안드로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말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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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지 · 궁금하면 모던지 GitHub ·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