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학 1강. 전하와 전기장
"여기의 전하가 저기의 전하를 민다"는 말은 설명이 아니라 수수께끼였습니다. 그 수수께끼를 푼 답, 장(field)이 물리학의 무대 자체를 갈아치웠죠.
풀고 시작
호박에서 전하로
전기 이야기는 뜻밖에도 보석 세공대에서 시작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호박(그리스어 elektron)을 털가죽에 문지르면 지푸라기가 달라붙는 것을 알았고, 여기서 전기(electricity)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1600년 길버트(William Gilbert)는 『자석에 관하여』에서 이런 끌림을 자기와 구분해 처음 체계적으로 정리했죠. 18세기 뒤페(Du Fay)는 마찰전기에 두 종류가 있어서 같은 종류끼리는 밀고 다른 종류끼리는 당긴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유리를 문지른 전기와 수지를 문지른 전기, 두 가지가 있었던 겁니다.
프랭클린의 동전 던지기
여기서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이 과감한 단순화를 제안합니다. 두 유체 대신 한 가지 전기 유체의 과잉과 결핍으로 설명하자는 것이었죠. 남는 쪽이 양, 모자란 쪽이 음입니다. 그는 비단으로 문지른 유리 쪽을 양이라 정했는데, 이건 순전히 규약이었습니다. 문제는 150년 뒤에 터집니다. 1897년 톰슨(J. J. Thomson)이 발견한 전자, 즉 금속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알갱이가 하필 음전하였던 겁니다. 그래서 오늘날 회로도의 전류 방향(양극에서 음극으로)과 전자의 실제 이동 방향은 정반대죠. 물리학은 이 어긋난 규약을 고치는 대신 그냥 안고 삽니다. 부호가 뒤집혔어도 이론의 내용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쿨롱, 전기를 법칙으로 만들다
1785년 쿨롱(Coulomb)은 비틀림 저울로 전하 사이의 힘을 측정해 법칙을 얻었습니다. 힘은 두 전하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F = k·q₁q₂/r². 형태가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과 똑같다는 점이 인상적이죠. 다만 규모가 다릅니다. 수소 원자 안에서 양성자와 전자가 주고받는 전기력은 둘 사이 중력의 약 10³⁹배입니다. 전기력은 인력과 척력이 모두 있어 큰 물체에서는 상쇄되기에, 우리가 일상에서 중력만 실감할 뿐이죠. 원자를 묶고 화학을 굴리는 힘은 사실상 전부 전기력입니다.
원격작용의 불편함과 패러데이의 장
그런데 쿨롱 법칙에는 찜찜한 구석이 하나 있습니다. 두 전하가 텅 빈 공간을 사이에 두고 아무 매개 없이 즉각 힘을 주고받는다는 그림, 이른바 원격작용(action at a distance)입니다. 뉴턴 자신도 중력의 원격작용을 불합리하게 여긴다고 편지에 썼을 만큼 오래된 불편함이었죠. 대안을 낸 사람은 놀랍게도 수학 훈련을 거의 받지 못한 실험가 패러데이(Michael Faraday)였습니다. 그는 전하 주변 공간이 이미 변해 있다고 보았습니다. 전하는 자기 둘레 공간에 전기장을 만들고, 다른 전하는 자기가 놓인 그 자리의 장에 반응할 뿐이라는 거죠. 힘은 건너뛰지 않고, 공간을 채운 역선(lines of force)을 따라 전달됩니다.
처음에 장은 계산을 돕는 그림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밝혀지듯 장은 에너지와 운동량을 스스로 실어 나르고, 전하가 사라져도 파동으로 공간을 달립니다(5강). 이 관점이 승리하면서 물리학의 기본 어휘가 바뀌었죠. 맥스웰의 전자기장, 아인슈타인의 중력장(시공간의 기하), 현대 입자물리의 양자장까지, 근본 이론은 전부 장의 이론이 되었습니다. 입자조차 장의 들뜸으로 이해되죠. 이 강의 질문, "힘은 어떻게 건너가는가"에 대한 답이 물리학 전체의 문법이 된 셈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만약 프랭클린이 부호를 반대로 정했다면 물리학의 어떤 부분이 달라지고 어떤 부분이 그대로였을까요. "규약"과 "법칙"의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