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역학 3강. 엔트로피와 시간의 화살
깨진 유리잔은 다시 붙지 않습니다. 금지되어서가 아니라, 붙는 경우의 수가 압도적으로 적어서입니다.
풀고 시작
카르노: 증기기관의 사고실험
시작은 뜻밖에도 공학이었습니다. 1824년, 28세의 프랑스 공병 장교 사디 카르노(Sadi Carnot)는 얇은 책 『불의 동력에 관한 고찰』에서 물었습니다. 증기기관의 효율에는 원리적 한계가 있을까요? 그의 답은 열역학 전체의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열기관의 최대 효율은 작동 물질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두 열원의 온도만으로 결정됩니다. 고온 T₁과 저온 T₂(절대온도) 사이에서 작동하는 어떤 기관도 효율 1 − T₂/T₁을 넘지 못합니다. 온도 차라는 낙차가 클수록 효율이 높고, 낙차가 없으면 일을 뽑을 수 없죠. 흡수한 열의 일부를 저온 열원에 버리는 것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원리적 강제입니다. 카르노는 열소설의 언어로 사유했지만 결론은 살아남았습니다. 그는 1832년 콜레라로 36세에 요절했고, 책은 한동안 잊혔다가 켈빈과 클라우지우스에 의해 발굴되었습니다.
클라우지우스: 엔트로피의 발명
클라우지우스(Clausius)는 카르노의 분석을 다듬다가 새로운 양을 발견했습니다. 가역 과정에서 열 Q를 온도 T에서 주고받을 때 Q/T라는 양을 추적하면, 고립계에서 이 양은 결코 줄지 않습니다. 1865년 그는 이 양에 엔트로피(entropy)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변환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따오되 에너지와 닮은꼴로 지은 이름이죠. 그리고 두 법칙을 한 쌍의 선언으로 요약했습니다. 우주의 에너지는 일정하다. 우주의 엔트로피는 최대를 향해 나아간다. 제2법칙은 이제 "열은 찬 곳으로만 흐른다"는 개별 진술이 아니라, 엔트로피라는 단일 장부의 증가 법칙이 되었습니다. 다만 이 단계에서 엔트로피는 계산 규칙일 뿐, 그것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어두웠습니다.
볼츠만: 경우의 수로서의 엔트로피
정체를 밝힌 사람은 빈의 볼츠만(Ludwig Boltzmann)입니다. 거시 상태 하나(온도, 압력 같은 겉보기 상태)에 대응하는 미시 배열(분자들의 위치와 속도의 조합)의 수를 W라 하면, 엔트로피는 S = k log W입니다. 엔트로피는 신비한 유체가 아니라 경우의 수의 로그, 곧 그 거시 상태가 실현되는 방식의 많음이었던 것이죠. 향수 분자가 방 안에 퍼지는 것은 퍼진 배열의 수가 병 속에 모인 배열의 수보다 천문학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엔트로피 감소는 불가능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확률이 낮을 뿐입니다. 제2법칙은 절대 법칙에서 통계 법칙으로 지위가 바뀌었습니다. 원자의 실재조차 인정받지 못하던 시대에 볼츠만은 이 해석을 놓고 평생 논쟁했고, 1906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빈 중앙묘지의 그의 묘비에는 S = k log W가 새겨져 있습니다.
시간의 화살과 우주의 운명
뉴턴 역학의 방정식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그대로 성립합니다. 분자 충돌 필름을 역재생해도 법칙 위반은 없죠. 그런데 왜 우리는 깨지는 유리잔만 보고 붙는 유리잔은 못 보는 걸까요? 볼츠만의 답은 이렇습니다. 방향은 법칙이 아니라 확률에서 나옵니다. 낮은 엔트로피 배열에서 높은 배열로 가는 길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거시 세계는 사실상 한쪽으로만 굴러갑니다. 이것이 시간의 화살입니다. 이 논리를 우주 전체로 밀면 무거운 전망이 나옵니다. 엔트로피가 최대에 이르러 온도 차가 모두 사라지면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지 않죠. 켈빈과 헬름홀츠가 논의한 열적 죽음(heat death) 시나리오입니다. 다만 이는 우주가 고립계이고 현재의 물리가 끝까지 유효하다는 가정 위의 외삽이며, 우주론(현대물리 과목에서 다룹니다)의 미해결 논점과 얽혀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의 시작이 왜 그토록 낮은 엔트로피였는가는 지금도 열린 문제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엔트로피 증가가 확률의 문제라면, 충분히 오랜 시간 뒤 우주 어딘가에서 엔트로피가 저절로 감소하는 요동을 목격할 수도 있을까요? 그때에도 "시간의 화살"이라는 말은 의미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