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흑역사 2화. 우주를 가득 채웠다던 투명한 바다
물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험 하나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해서" 노벨상급 업적이 됐습니다.
풀고 시작
파도에는 바다가 필요하다
소리는 공기가 없으면 전달되지 않습니다. 파도는 바다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죠. 그렇다면 빛이 파동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19세기, 물리학자들의 결론은 자연스러웠습니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텅 빈 우주에도 무언가 출렁이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들은 그 투명한 바다를 에테르(ether)라고 불렀습니다. 문제는 성질이 괴상했다는 겁니다. 빛의 어마어마한 속도를 전달하려면 강철보다 단단해야 하는데, 행성의 공전은 전혀 방해하지 않을 만큼 희박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대안이 없으니 다들 믿었습니다.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았다
1887년 미국의 마이컬슨(Albert Michelson)과 몰리(Edward Morley)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지구가 에테르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면, 헤엄치는 방향의 빛과 직각 방향의 빛은 속도가 미세하게 달라야 합니다. 두 사람은 빛을 직각으로 쪼개 왕복시키는 정밀한 간섭계를 만들었죠. 결과는 충격이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재도, 계절을 바꿔 재도, 차이가 없었습니다. 과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무위 결과(null result)입니다. 물리학자들은 "에테르가 지구에 끌려다닌다", "물체가 이동 방향으로 수축한다" 같은 구조 시도를 이어갔지만, 어딘가 임시방편 냄새가 났습니다.
바다는 처음부터 없었다
1905년 스위스 특허청의 무명 심사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매듭을 끊었습니다. 빛의 속도가 누구에게나 같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그것을 원리로 받아들이면 에테르는 필요 없다는 겁니다. 대신 시간과 공간이 관측자마다 달라진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이 태어났죠. 실패한 실험이 물리학을 갈아엎은 셈입니다. 마이컬슨은 1907년 미국 과학자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늘어나고 길이가 줄어드는 그 세계는 상대성이론 1강에서 제대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