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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4강. 세계화는 누구를 웃게 했나

지난 30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빈곤에서 벗어난 시기였고, 동시에 선진국 중산층이 가장 크게 흔들린 시기였습니다. 두 문장 다 사실입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1990년 이후 세계 극빈 인구 비율과 여러 선진국 내부의 소득 불평등은 각각 어떻게 움직였나요?
세계 전체로 보면 극빈층 비율은 1990년 3분의 1 이상에서 2010년대 말 10퍼센트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 안에서는 상위 소득 집중이 강해졌죠. 세계화 논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방향이 다른 두 사실에 있습니다.

코끼리를 그린 그래프

2013년 크리스토프 라크너와 브랑코 밀라노비치가 발표한 그래프 한 장이 세계화 논쟁의 판을 바꿨습니다. 가로축에 세계 인구를 소득 순으로 줄 세우고, 세로축에 1988년부터 2008년까지 각 구간의 실질소득 증가율을 찍은 그림이었죠. 결과는 코끼리를 닮았습니다. 등이 높이 솟은 구간은 아시아 신흥국의 중산층으로, 소득이 극적으로 늘었습니다. 코끝이 치솟은 오른쪽 끝은 세계 최상위 1퍼센트입니다. 문제는 그 사이 푹 꺼진 코의 아랫부분이었습니다. 세계 소득 분포에서 상위권이지만 최상위는 아닌 구간, 곧 선진국의 중하위층입니다. 20년 동안 실질소득이 거의 늘지 않았죠.

이 그림은 강력했지만 곧 검증대에 올랐습니다. 애덤 코렛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이 기간에 각 구간의 인구 구성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인구가 정체한 일본과 체제 전환기의 옛 동구권이 통계에 미친 영향을 조정하면 코가 꺼진 정도가 훨씬 완만해진다는 것이었죠. 그래프의 극적인 모양은 논쟁의 대상이지만, 이득이 고르게 퍼지지 않았다는 큰 그림 자체는 여러 방식의 계산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나라 사이는 좁아지고 나라 안은 벌어졌습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국가 간 불평등국가 내 불평등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중국과 인도, 베트남 같은 인구 대국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평균 소득의 국제 격차는 좁혀졌습니다. 세계 전체를 한 사람씩 세어 계산한 불평등 지표도 이 힘 덕분에 개선되는 쪽으로 움직였죠.

그런데 같은 기간 상당수 나라 안에서는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세계화의 성적표는 어느 자를 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인류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면 성공이고, 국민국가 단위로 보면 절반의 성공입니다. 그리고 투표는 국민국가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정책 논쟁이 통계보다 뜨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베트남 노동자의 소득이 세 배가 되었다는 사실이 오하이오 공장 노동자에게 위로가 되지는 않으니까요.

자동화인가 무역인가

선진국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원인을 놓고 경제학 안에서도 답이 갈립니다. 한쪽은 수입 경쟁을 지목합니다. 데이비드 오터와 공저자들의 연구는 중국산 수입에 크게 노출된 미국 지역의 제조업 고용이 급감했고 그 지역의 회복이 예상보다 훨씬 느렸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른 쪽은 기술을 지목합니다. 같은 기간 미국 제조업 생산량은 계속 늘었는데 고용만 줄었으니, 사라진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로봇과 공정 개선이 가져간 몫이라는 것이죠.

두 설명은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정책 함의가 크게 달라집니다. 무역이 주범이면 관세와 협정 재조정이 답처럼 보이고, 기술이 주범이면 관세를 아무리 올려도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원인 진단이 처방을 정하기 때문에, 이 실증 논쟁은 이념 논쟁보다 훨씬 실용적인 싸움입니다. 어느 쪽 연구도 상대를 완전히 반박하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컨테이너의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무역이 세계 생산보다 빠르게 늘던 흐름이 눈에 띄게 둔해졌습니다. 여기에 팬데믹이 공급망의 취약함을 드러냈죠. 반도체 하나가 막히자 자동차 공장이 멈추는 광경을 보고 나서, 기업과 정부는 가장 싼 곳이 아니라 가장 끊기지 않을 곳을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생산 거점을 가까운 나라나 우호국으로 옮기는 움직임이 이어졌고, 각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전략 산업에 직접 보조금을 붓고 있습니다. 3강에서 본 산업정책 논쟁이 안보의 언어로 돌아온 셈입니다.

이 재편의 대가는 분명합니다. 효율을 일부 포기하는 만큼 비용이 오르고, 그 비용은 결국 가격에 실립니다. 얻는 것도 분명합니다. 충격이 왔을 때 견디는 힘이죠. 세계화 논쟁에서 어느 한쪽이 완전히 옳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개방은 파이를 키우지만 그 분배와 위험을 자동으로 처리해 주지는 않고, 폐쇄는 특정 집단을 지키지만 값을 올리고 성장을 갉습니다. 남는 질문은 개방이냐 폐쇄냐가 아니라, 개방으로 커진 이득을 어떻게 나누고 그 위험을 누가 떠안을 것이냐입니다. 다음 과목에서는 이 질문들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애덤 스미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코끼리 곡선에서 높이 솟은 등과 치솟은 코끝 사이에 푹 꺼진 구간은 어떤 집단인가요?
코끼리의 등은 아시아 신흥국 중산층의 급성장, 치솟은 코끝은 세계 최상위 1퍼센트입니다. 그 사이 꺼진 구간이 선진국 중하위층이었죠. 세계 기준으로는 부유한 축인데 20년간 소득이 정체했다는 대비가 이 그래프를 정치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문제 2. 국가 간 불평등과 국가 내 불평등의 최근 수십 년 흐름을 옳게 짝지은 것은?
중국과 인도 같은 인구 대국의 성장이 국제 평균 소득 격차를 줄였습니다. 동시에 여러 나라 내부에서는 상위 소득 집중이 강해졌죠. 세계화의 평가가 갈리는 이유는 어느 단위로 세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고, 정치는 국민국가 단위로 작동합니다.
문제 3. 선진국 제조업 고용 감소의 원인 논쟁에서 기술 쪽 설명의 핵심 근거는 무엇인가요?
생산은 유지되거나 늘었는데 사람만 줄었다면, 사라진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생산성 향상이 흡수한 것입니다. 반대편의 중국 쇼크 연구는 수입 노출이 큰 지역의 고용 급감을 근거로 무역을 지목하죠. 두 설명은 공존할 수 있지만 처방이 갈리기 때문에 논쟁이 계속됩니다.
문제 4. 팬데믹 이후 공급망 재편이 감수하는 대가와 얻는 것을 옳게 짝지은 것은?
가장 싼 곳 대신 가장 끊기지 않을 곳을 고르면 조달 비용은 올라가고 그 부담은 가격에 실립니다. 그 대가로 얻는 것이 회복력이죠. 효율과 안정 사이의 교환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재편의 손익을 정직하게 따질 수 있습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베트남 노동자의 소득이 세 배가 된 것과 미국 공장 노동자의 소득이 20년간 제자리인 것을 한 저울에 올릴 수 있을까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를 기준으로 이득과 손실을 세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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