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경제학 5강. 시장이 못 하는 일
공장이 매연을 뿜을 때, 그 연기를 마시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값을 치르지 않습니다. 가격표에 적히지 않은 비용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죠.
풀고 시작
가격표에 적히지 않은 비용
지금까지 네 강 동안 우리는 가격이 정보를 실어 나른다는 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떤 비용은 아예 가격표에 오르지 못합니다. 강 상류의 공장이 폐수를 흘려보내면 하류 어민의 그물은 비게 되지만, 그 손해는 공장의 원가 계산서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렇게 거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흘러가는 영향을 외부효과(externality)라 부릅니다.
여기서 사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갈라집니다. 공장이 실제로 내는 돈은 사적 비용이고, 여기에 어민이 입은 피해까지 더한 것이 사회적 비용입니다. 시장은 사적 비용만 보고 움직이니 값이 실제보다 싸고, 싼 값은 더 많은 생산을 부릅니다. 오염이 "나쁜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멀쩡한 계산의 결과로 발생한다는 점이 이 개념의 무서운 부분입니다.
방향을 뒤집으면 긍정적 외부효과가 됩니다.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자기 건강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의 감염 위험까지 낮춰 줍니다. 그런데 그 이득에 대해 아무도 돈을 주지 않으므로, 각자의 계산으로는 사회가 바라는 것보다 적게 접종하게 됩니다. 교육과 기초연구도 같은 구조라, 정부가 보조금을 넣는 근거가 여기서 나옵니다.
아무도 사지 않는데 모두가 쓰는 것
두 번째 실패는 상품의 성질 자체에서 옵니다. 등대를 떠올려 봅시다. 불빛은 요금을 낸 배만 골라 비출 수 없고(비배제성), 한 척이 그 빛을 본다고 다른 배의 몫이 줄지도 않습니다(비경합성). 이 두 성질을 모두 가진 것이 공공재입니다. 국방, 치안, 깨끗한 공기가 그렇습니다.
문제는 명확합니다. 돈을 안 내도 쓸 수 있다면 굳이 낼 이유가 없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면 등대는 지어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무임승차 문제이고, 시장이 공공재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회는 공공재를 세금이라는 강제 징수로 조달합니다. 다만 등대는 역사적으로 항만 이용료 같은 방식으로 민간이 운영한 사례도 있어서, 무엇이 순수 공공재인지는 기술과 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공유지의 비극, 그리고 그것을 뒤집은 사람
1968년 생태학자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글이 지금도 인용됩니다. 마을 공동 목초지에 목동들이 소를 풀어놓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죠. 소를 한 마리 더 넣으면 이득은 온전히 내 것이지만 풀이 줄어드는 손해는 모두가 나눠 집니다. 그러니 각자에게는 계속 늘리는 쪽이 합리적이고, 결국 목초지는 황폐해집니다. 이것이 공유지의 비극입니다. 남획으로 무너진 어장, 고갈되는 지하수가 같은 얼굴입니다.
하딘의 결론은 답이 국가 통제 아니면 사유화, 둘뿐이라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이 이분법을 현장 자료로 흔든 사람이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입니다. 그는 스위스 알프스의 공동 목초지, 스페인의 관개 조합, 일본의 산림 공유지처럼 수백 년간 무너지지 않고 유지된 사례들을 파고들었습니다. 그곳에는 국가도 사유재산권도 없었지만 다른 것이 있었습니다. 이용 자격이 분명했고, 규칙을 당사자들이 직접 만들었으며, 서로 감시하고, 위반에 단계적 제재를 가하고, 분쟁을 싸게 해결하는 통로가 있었습니다. 오스트롬은 이 연구로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공동체 자율 관리가 언제나 통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참여자가 너무 많거나 서로를 관찰할 수 없는 전 지구적 문제에서는 훨씬 어렵죠. 요지는 정답이 두 개가 아니라 세 개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세금, 배출권, 그리고 협상
해법의 첫 번째 도구는 아서 피구(Arthur Pigou)가 1920년대에 제안한 방식입니다. 오염에 세금을 매겨 사적 비용을 사회적 비용까지 끌어올리자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기업이 스스로 계산을 다시 하게 되므로, 무엇을 얼마나 줄일지는 정부가 지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피구세의 현대적 얼굴이 탄소세입니다.
두 번째 도구는 총량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 배출 권리를 사고팔게 하는 배출권 거래제입니다. 감축 비용이 싼 기업이 더 많이 줄이고 권리를 팔면, 같은 총량을 더 싸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1990년 청정대기법 개정으로 도입한 이산화황 거래제는 예상보다 낮은 비용으로 산성비 원인 물질을 줄여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다만 총량을 느슨하게 잡거나 배출권을 너무 후하게 무상 배분하면 가격이 무너져 효과가 사라집니다. 세금이냐 거래제냐를 두고는 가격의 확실성과 총량의 확실성 중 무엇을 택할지, 그리고 부담이 저소득층에 역진적으로 걸리는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지가 계속 논쟁 중입니다.
세 번째 길은 정부 없이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것입니다. 로널드 코즈(Ronald Coase)는 1960년 논문에서, 재산권이 명확하고 거래 비용이 없다면 누구에게 권리를 주든 협상을 통해 효율적인 결과에 도달한다고 논증했습니다. 이것이 코즈 정리입니다. 다만 이 결과를 "그러니 정부는 빠져라"로 읽는 것은 코즈를 거꾸로 읽는 것입니다. 그의 진짜 강조점은 현실에 거래 비용이 크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염 피해자가 수백만 명이거나 서로를 찾을 수 없다면 협상 테이블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코즈 정리는 만능 해법이 아니라, 어떤 제도가 거래 비용을 가장 낮추는지 비교하라는 지침에 가깝습니다. 시장, 국가, 공동체 가운데 무엇이 나은지는 상황마다 다르며, 그 비교가 다음 과목인 거시경제학과 그 뒤 경제사상사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기후 문제는 참여자가 전 세계이고 서로를 감시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오스트롬이 찾아낸 자치의 조건을 흉내 낼 방법이 있을까요, 아니면 국가 간 강제만이 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