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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경제학 4강. 완전경쟁부터 독점까지

경쟁이 심한 시장의 기업은 가격을 정하지 못합니다. 가격을 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힘의 증거입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완전경쟁 시장의 개별 기업이 자기 상품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완전경쟁의 핵심은 대체 가능성이 완벽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똑같은 물건을 파는 판매자가 무수히 많으니 한 명이 값을 올리면 그 사람의 수요만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런 기업을 가격 수용자라 부르며, 법적 금지 때문이 아니라 시장 구조 때문에 힘이 없는 것입니다.

시장 구조라는 스펙트럼

시장을 "경쟁이 있다, 없다"의 이분법으로 보면 현실이 거의 설명되지 않습니다. 경제학은 이것을 판매자 수와 상품 차별화 정도에 따라 늘어선 스펙트럼으로 봅니다.

구조 판매자 수 상품 가격 결정력
완전경쟁 매우 많음 동질적 없음 밀, 배추 같은 표준 농산물
독점적경쟁 많음 차별화됨 약간 있음 동네 카페, 미용실, 음식점
과점 소수 다양 상당함 이동통신, 정유, 항공
독점 하나 대체재 없음 지역 상수도

가장 흥미로운 칸은 독점적경쟁입니다. 카페는 수없이 많지만 어느 카페도 옆 가게와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위치, 분위기, 원두, 사장의 인사말이 조금씩 다르죠. 그래서 아주 좁은 의미의 독점력, 즉 값을 조금 올려도 단골이 남아 주는 힘이 생깁니다. 다만 진입이 자유로워 이윤이 나면 곧 옆에 새 카페가 생기고, 결국 겨우 먹고사는 수준으로 수렴합니다. 앞 강에서 배운 탄력성이 여기서 다시 등장합니다. 차별화란 결국 자기 상품의 수요를 덜 탄력적으로 만드는 작업이거든요.

독점은 무엇을 앗아가는가

독점 기업은 가격을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 값이나 부를 수는 없습니다. 값을 올리면 팔리는 양이 줄기 때문에, 독점 기업은 이윤이 가장 커지는 조합을 고릅니다. 그 답은 거의 언제나 경쟁 상태보다 비싸게, 그리고 적게 파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그 값이면 사지 않겠다고 물러선 사람들 중에는, 생산 비용보다는 더 낼 의향이 있었던 사람이 섞여 있습니다. 사회 전체로 보면 성사됐어야 할 거래가 사라진 것이고, 이 사라진 몫을 후생 손실(deadweight loss)이라 부릅니다. 독점의 진짜 죄는 기업이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이 아니라, 아무에게도 가지 않고 그냥 증발한 가치가 있다는 데 있습니다.

다만 모든 독점이 같지는 않습니다. 상수도관을 두 벌 깔고 두 회사가 경쟁하는 편이 더 싸질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초기 설비비가 압도적으로 크고 추가 공급 비용은 작은 산업에서는 한 회사가 전부 공급하는 편이 사회적으로 더 저렴합니다. 이것이 자연독점이고, 지난 강의 규모의 경제가 극단까지 간 경우입니다. 그래서 각국은 이런 산업을 쪼개는 대신 공기업으로 두거나 요금을 규제하는 길을 택해 왔습니다.

카르텔은 왜 자꾸 깨지는가

과점은 소수의 기업이 서로의 눈치를 보는 시장입니다. 여기서는 상대가 무엇을 할지가 내 최선을 바꾸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곡선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게임이론이 필요해지는 지점이죠.

두 회사가 값을 높게 유지하기로 몰래 합의했다고 해 봅시다. 이런 담합 조직을 카르텔이라 부릅니다. 겉보기에는 둘 다 이득이니 잘 유지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각자의 계산을 따라가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대가 약속을 지킬 때 나 혼자 몰래 값을 내리면 손님을 쓸어 담아 큰 이익을 봅니다. 상대가 배신할 때도 나만 고가를 지키면 손님을 다 뺏기니 역시 내리는 편이 낫습니다. 즉 상대가 무엇을 하든 나에게는 배신이 유리하고, 상대도 똑같이 계산합니다. 그래서 둘 다 값을 내려 합의는 무너집니다. 이 구조가 죄수의 딜레마입니다.

산유국 협의체의 감산 합의가 자주 흔들리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개별 국가에는 남몰래 더 파는 쪽이 늘 이득이니까요. 소비자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반복해서 마주치는 상대라면 배신에 보복할 수 있어 담합이 더 오래 버티기도 합니다. 그래서 경쟁 당국은 담합 자진 신고자에게 처벌을 감면해 주는 제도로 이 불안정성을 일부러 키웁니다.

반독점, 그리고 플랫폼이라는 새 질문

경쟁을 법으로 지키려는 시도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철도와 석유에 거대 자본이 몰리자 1890년 셔먼법이 제정됐고, 1911년 대법원은 스탠더드오일을 여러 회사로 분할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984년에는 통신 거인 AT&T가 쪼개졌습니다. 반독점의 역사는 곧 "큰 것 자체가 죄인가, 아니면 큰 힘을 나쁘게 쓴 것이 죄인가"라는 질문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플랫폼 시대에 이 질문은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검색과 메신저와 마켓플레이스에는 이용자가 많을수록 서비스가 좋아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해서 한 곳으로 쏠리는 힘이 강합니다. 게다가 소비자가 내는 가격이 0인 경우가 많아, 가격 인상을 독점의 증거로 삼던 전통적 잣대가 잘 들지 않습니다.

이 쟁점에서 결론을 한쪽으로 내리는 것은 정직하지 않습니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은 자사 서비스 우대, 데이터 집중, 잠재적 경쟁자의 조기 인수를 근거로 들며, 무료라는 이유로 넘어가면 품질과 프라이버시가 대가를 치른다고 봅니다. 신중해야 한다는 쪽은 플랫폼의 규모가 이용자 편익의 산물이며, 어제의 절대 강자가 몇 년 만에 밀려난 사례가 반복돼 왔고, 섣부른 규제가 혁신과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반박합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시장 획정을 어떻게 하느냐, 그리고 소비자 후생을 어디까지 넓게 볼 것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판단의 재료는 다음 강에서 다룰 시장실패 논의와 함께 봐야 온전해집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독점적경쟁 시장의 특징으로 옳은 것은 무엇일까요?
동네 카페처럼 판매자는 많지만 위치와 분위기 같은 차별화 덕에 값을 조금 올려도 단골이 남습니다. 다만 진입이 자유로워 초과 이윤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세 번째 보기는 완전경쟁, 네 번째 보기는 과점의 설명입니다.
문제 2. 독점으로 인한 후생 손실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후생 손실은 누군가에게 옮겨간 몫이 아니라 아예 사라진 가치입니다. 소비자에게서 기업으로 이전된 부분은 분배의 문제일 뿐 손실이 아니며, 진짜 문제는 이뤄졌어야 할 거래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문제 3. 카르텔이 자주 붕괴하는 이유를 게임이론으로 설명한 것으로 옳은 것은 무엇일까요?
죄수의 딜레마 구조에서는 상대의 선택과 무관하게 배신이 유리하므로 합의가 안에서부터 무너집니다. 다만 거래가 반복되고 보복이 가능하면 담합이 더 오래 버티기도 하며, 자진 신고 감면 제도는 이 내부 불안정성을 키우는 장치입니다.
문제 4. 플랫폼 규제 논쟁에 대한 서술로 가장 균형 잡힌 것은 무엇일까요?
무료 서비스에서는 가격 인상이라는 전통적 잣대가 잘 통하지 않아 판단이 어려워졌고, 그래서 강화론과 신중론이 모두 근거를 갖고 대립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보기는 각각 한쪽 입장을 합의된 결론처럼 서술한 것이라 정확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이용자가 많을수록 좋아지는 서비스에서 "경쟁 상태"란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서비스를 여러 개로 쪼개는 것이 이용자에게 정말 이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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