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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와 금융 3강. 주식과 채권, 위험의 값

금융시장이 파는 상품은 하나뿐입니다. 미래의 돈입니다. 값을 가르는 것은 그 돈이 올 확률이죠.

풀고 시작

문제 1. 어느 회사가 청산 절차에 들어갔을 때, 주주와 채권자의 지위 차이를 가장 정확히 설명한 것은 무엇일까요?
채권은 금액과 시점이 정해진 확정청구권이고 주식은 남은 것을 갖는 잔여청구권입니다. 주주가 주인이라는 말은 의결권과 상방 이익에 관한 것이지 변제 순서를 앞당겨 주지는 않으며, 그래서 주식이 더 큰 위험을 지는 대신 더 큰 기대수익을 요구합니다.

같은 회사, 전혀 다른 두 계약

한 회사에 돈을 넣는 방법은 크게 둘입니다. 채권을 사면 언제 얼마를 받을지가 계약서에 적혀 있습니다. 회사가 대박이 나도 약속된 이자만 받고, 대신 회사가 흔들려도 주주보다 먼저 받습니다. 주식을 사면 약속이 없습니다. 채권자에게 다 갚고 남은 것을 갖는 대신, 남은 것이 폭발적으로 커지면 그 몫도 전부 가져갑니다.

그래서 주식은 상방이 열려 있고 하방도 열려 있으며, 채권은 양쪽이 좁습니다. 위험을 더 지는 쪽이 더 높은 기대수익을 요구한다는 원칙은 금융의 거의 모든 가격을 관통합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의 채권 금리가 높은 것도, 신흥국 국채가 선진국 국채보다 이자를 더 주는 것도 같은 이유죠.

금리가 움직이면 모든 값이 흔들립니다

금융자산의 가격은 결국 미래에 받을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값입니다. 환산할 때 나누는 숫자가 금리이므로, 금리가 오르면 같은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줄어듭니다. 채권 가격과 시장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연 3퍼센트 이자를 주는 채권을 갖고 있는데 시장금리가 5퍼센트가 되면, 내 채권은 값을 깎아야만 팔립니다.

여기서 만기가 결정적입니다. 먼 미래의 현금일수록 할인의 영향을 오래 받으므로,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에 크게 흔들립니다. 지난 강에서 본 2023년 은행 사태의 회계적 뿌리가 바로 이 성질이었습니다. 은행이 보유한 장기 채권은 부실해서가 아니라 금리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평가액이 크게 줄었습니다. 주식도 예외가 아닙니다. 먼 미래의 이익을 기대하고 사는 성장주일수록 금리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유일하게 인정받는 공짜 점심

해리 마코위츠는 1952년 논문에서 지금은 상식이 된 사실을 수학으로 보였습니다.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으면 기대수익을 깎지 않고도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회사만 열 곳을 사는 것은 분산이 아닙니다. 같은 충격에 함께 무너지니까요.

다만 분산으로 지울 수 있는 것은 개별 기업의 사고 같은 비체계적 위험뿐입니다. 경기 침체나 금리 급등처럼 시장 전체를 때리는 체계적 위험은 아무리 많은 종목을 사도 남습니다. 분산투자는 위험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보상받지 못하는 위험만 골라서 버리는 기술입니다. 시장이 보상해 주는 것은 남아 있는 그 체계적 위험을 감당한 대가뿐입니다.

시장은 이미 다 알고 있을까요

유진 파마는 1970년 논문에서 효율적 시장 가설을 정리했습니다. 이용 가능한 정보가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면, 공개된 정보만으로 시장을 꾸준히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액티브 펀드 대다수가 장기적으로 지수를 밑돈다는 실증은 꾸준히 쌓였고, 워런 버핏이 2008년부터 10년간 지수 펀드가 헤지펀드 포트폴리오를 이긴다는 데 걸어 이긴 내기는 이 논쟁의 유명한 각주입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로버트 실러는 1981년 주가의 변동폭이 배당의 변동으로 정당화되는 수준을 훨씬 넘는다고 지적했고,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1979년 제시한 전망이론은 사람들이 손실을 이익보다 훨씬 아프게 느낀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행동재무학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흥미롭게도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은 파마와 실러가 라스 피터 한센과 함께 받았습니다. 정반대로 보이는 두 견해가 같은 해 인정받은 것이죠. 실은 두 사람 모두 단기 예측이 어렵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갈리는 지점은 가격이 장기적으로 근본가치를 벗어나 표류할 수 있는가입니다.

개인 투자자가 반복해서 밟는 지뢰

행동재무학이 맞다고 해서 개인이 돈을 벌기 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실증 연구는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브래드 바버와 테런스 오딘은 개인 투자자 계좌 자료를 분석해 거래를 자주 하는 투자자일수록 수수료와 매매 비용 때문에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결과를 반복해서 보고했습니다.

자주 관찰되는 함정은 몇 가지로 압축됩니다. 오른 자산을 뒤늦게 따라 사고 떨어지면 겁에 질려 파는 추격 매매, 오른 종목은 서둘러 팔고 손실 난 종목은 붙들고 있는 처분 효과, 자기 판단이 평균보다 낫다고 믿는 과잉확신입니다. 여기에 빚으로 투자하면 하락 국면에서 버틸 시간 자체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가 저비용 분산 투자와 장기 보유를 기본값으로 권합니다. 물론 이 조언이 만능은 아닙니다. 지수 투자도 시장 전체가 하락하면 함께 하락하고, 필요한 시점에 하락이 겹칠 수 있으니까요. 값이 오르내리는 이유를 아는 것과 그것을 견디는 것은 다른 능력입니다. 다음 강에서는 그 견딤이 집단적으로 무너지는 순간, 곧 금융위기를 해부합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시장금리가 오를 때 만기가 긴 채권의 가격이 특히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채권 가격은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값이므로 할인율이 오르면 값이 줄고, 그 효과는 현금이 먼 미래일수록 누적됩니다. 부도 위험과는 별개의 순수한 금리 효과이며, 2023년 은행들이 겪은 보유 채권 평가손실이 이 성질에서 나왔습니다.
문제 2. 분산투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정확한 것은 무엇일까요?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으면 비체계적 위험이 상쇄되지만 경기나 금리 같은 체계적 위험은 남습니다. 같은 업종만 모으면 충격 요인이 같아 분산이 되지 않으며, 시장이 보상하는 것은 남은 체계적 위험을 감당한 몫입니다.
문제 3. 효율적 시장 가설과 행동재무학의 대립을 정확히 요약한 것은 무엇일까요?
파마와 실러는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함께 받을 만큼 둘 다 근거를 갖춘 견해입니다. 쟁점은 단기 예측 가능성이 아니라 가격이 근본가치에서 오래 이탈해 표류할 수 있는가이며, 아직 어느 한쪽이 최종 승자로 판정되지 않았습니다.
문제 4. 개인 투자자에 관한 실증 연구에서 반복해서 확인된 것은 무엇일까요?
바버와 오딘의 계좌 분석은 거래가 잦은 투자자일수록 수수료와 매매 비용 탓에 성과가 낮아지는 패턴을 보고했습니다. 실제로 자주 나타나는 성향은 손실 종목을 빨리 파는 것이 아니라 붙들고 오른 종목을 서둘러 파는 처분 효과이며, 차입 투자는 하락기에 버틸 시간을 없앱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시장이 대체로 효율적이라면 열심히 분석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아무도 분석하지 않으면 가격은 무엇으로 효율적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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