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학 5강. 정부와 중앙은행의 두 손
경기를 되살리는 두 개의 손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손이 언제 도착할지, 그리고 누가 쥐고 있어야 안전한지입니다.
풀고 시작
정부의 손: 얼마나 크게 퍼지는가
재정정책의 도구는 셋입니다. 정부가 직접 사고 짓는 지출, 세금을 깎거나 올리는 조세, 실업급여처럼 형편에 따라 자동으로 늘고 주는 이전지출입니다. 마지막 것에는 이름이 따로 있습니다. 불황이 오면 세수는 알아서 줄고 실업급여는 알아서 늘어 경기의 낙폭을 완충하는 자동안정화장치입니다.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작동한다는 점이 이 장치의 미덕입니다.
논쟁의 초점은 승수의 크기입니다. 정부가 1을 쓰면 국민소득이 얼마나 늘어나는가라는 질문이죠. 지출을 받은 사람이 그 돈을 다시 쓰는 연쇄가 이어지면 1보다 커지지만, 사람들이 미래 증세를 예상해 저축해 버리거나 돈이 수입품 구매로 새어 나가면 효과는 줄어듭니다. 여기에 구축 효과가 얹힙니다. 실증 결과는 한 곳에 모이지 않았습니다. 승수가 1보다 작다는 추정이 있는가 하면, 2010년대 초 국제통화기금 이코노미스트들은 유럽 재정 긴축기의 실제 성장 부진을 근거로 위기 국면의 승수를 그동안 과소평가했다는 재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대체로 공유되는 것은 조건부 결론입니다. 금리가 이미 바닥이고 실업 자원이 놀고 있는 불황기에는 승수가 커지고, 경제가 완전가동에 가까운 호황기에는 작아지며 구축 효과가 강해집니다. 그러니 긴축이냐 부양이냐는 언제나 옳은 한쪽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면 판단의 문제입니다.
중앙은행의 손: 금리 하나로 어디까지
통화정책의 출발점은 기준금리 하나입니다. 이 짧은 만기의 정책금리가 어떻게 경제 전체를 움직일까요. 우선 단기 시장금리가 따라 움직이고, 그 기대가 장기금리와 대출금리에 반영되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바꿉니다. 자산 가격이 변해 지출 여력을 흔드는 경로, 금리 차가 자본 이동과 환율을 움직여 수출입을 바꾸는 경로, 은행의 대출 태도가 달라지는 신용 경로도 함께 작동합니다.
여기에 갈수록 무게가 실린 것이 기대 경로입니다. 중앙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어떻게 할지 미리 알려 주는 것만으로도 장기금리가 움직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통화정책은 금리를 조정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사람들의 기대를 관리하는 기술에 가까워졌습니다.
왜 독립성이 필요해졌을까
중앙은행을 정부에서 떼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은 원래부터 상식이 아니었습니다. 이 발상에 이론적 뼈대를 준 것이 시간 비일관성 문제입니다. 핀 키들랜드와 에드워드 프레스콧이 1977년에 정식화한 논리는 이렇습니다.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하고, 사람들이 그 약속을 믿어 낮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면, 바로 그 순간 약속을 깨고 돈을 풀어 잠깐의 호황을 얻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유혹을 예상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약속은 처음부터 믿기지 않고, 결국 아무도 이득을 못 보는데 인플레이션만 높아진 상태에 갇힙니다.
해법은 유혹에서 손을 떼어 놓는 것이었습니다. 물가 안정을 법으로 임무로 못 박고 인사와 정책 결정을 정치에서 분리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목표를 숫자로 공표해 스스로를 묶는 인플레이션 목표제가 더해졌고, 뉴질랜드가 1990년에 처음 도입한 뒤 빠르게 국제 표준이 됐습니다. 다만 독립성이 만능은 아닙니다. 선출되지 않은 기구가 사실상 분배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린다는 민주적 책임성 문제가 있고, 대규모 위기에서는 재정과 통화가 협조하지 않으면 대응이 안 된다는 현실도 있습니다.
2008년 이후, 지도에 없던 길
2008년 금융위기는 정책 상자의 바닥을 보여 줬습니다. 기준금리를 0 근처까지 내렸는데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 곧 실효하한에 닿은 것입니다. 여기서 나온 것이 양적완화입니다. 중앙은행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같은 자산을 대규모로 사들여 장기금리를 직접 끌어내리고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방식이죠. 일본이 앞서 시도했고 미국과 유럽이 뒤따랐습니다.
평가는 지금도 갈립니다. 옹호하는 쪽은 금융시장의 공포를 진정시키고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막았다는 점, 그리고 당시 흔했던 하이퍼인플레이션 경고가 2010년대에 현실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비판하는 쪽은 실물 투자보다 자산 가격을 먼저 올려 자산 보유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를 벌렸다는 점, 저금리가 부실기업을 연명시켰다는 점, 그리고 한번 커진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출구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2021년 이후 인플레이션의 몫을 통화와 재정과 공급망에 어떻게 나눌지도 연구마다 추정이 갈립니다.
늦게 오는 약, 그리고 정치
정책의 가장 고약한 적은 시차입니다. 문제를 알아채는 데 걸리는 인식 시차, 대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실행 시차, 효과가 실물에 나타나는 외부 시차가 차례로 쌓입니다. 통화정책은 결정은 빠르지만 효과가 오래 걸리고, 재정정책은 효과는 직접적이지만 예산과 입법 절차 때문에 결정이 느립니다. 그래서 불황을 잡으려던 부양책이 경기가 이미 회복된 뒤에 도착해 오히려 과열을 키우는 일이 생깁니다. 밀턴 프리드먼이 재량보다 준칙을 선호한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정치적 유혹도 구조적입니다. 감세와 지출 확대는 표를 얻고 증세와 긴축은 표를 잃으니, 확장 쪽으로 기울고 호황기에 빚을 갚아 두지 못하는 편향이 생기기 쉽습니다. 재정준칙으로 손을 묶자는 제안이 나오는 배경이고, 반대로 준칙이 불황기에 필요한 대응까지 막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결국 두 손 모두 강력하되 무디고 늦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논의가 출발해야 합니다. 이 손들이 다루는 돈이라는 물건 자체는 무엇인지, 다음 과목에서 처음부터 따져 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선출되지 않은 중앙은행 총재가 금리를 결정해 수백만 명의 대출 부담과 일자리를 좌우합니다. 이 권한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