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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와 경제사상 4강.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심리학자 두 사람이 경제학의 인간 모형을 흔들었고, 그중 한 사람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경제학 수업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전망 이론이 기대효용 이론과 갈라지는 가장 핵심적인 지점은 무엇일까요?
기대효용 이론은 선택의 결과를 최종 부의 수준으로 평가하지만, 전망 이론은 어떤 기준점에서 얼마나 오르내렸는지로 평가한다고 봅니다. 전망 이론에서 사람들은 손실 영역에서는 오히려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언제나 위험 회피적이라는 서술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인간이라는 편리한 가정

20세기 중반 경제학의 표준 인간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선호가 일관되고, 확률을 정확히 다루며, 기대효용이 가장 큰 선택지를 고릅니다.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이 1944년에 몇 개의 공리로 정리한 이 모형은 놀라울 만큼 유용했습니다. 여기서 오해를 하나 걷어 냅시다. 경제학자들이 인간을 정말 그렇게 믿었다기보다, 예측을 뽑아내려면 단순한 모형이 필요했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금이 갑니다. 1953년 프랑스의 알레는 사람들에게 두 쌍의 도박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 쌍에서 A를 고른 사람이라면 두 번째 쌍에서도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쪽을 골라야 하는데, 실제로는 다수가 정반대를 골랐습니다. 기대효용 이론의 독립성 공리가 깨진 것이죠. 1961년 엘스버그는 다른 균열을 찾았습니다. 사람들은 확률을 아는 도박보다 확률을 모르는 도박을 유독 싫어했습니다. 위험 회피와는 다른 모호성 회피입니다. 이상 현상들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심리학자가 들어옵니다

1970년대 초,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의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람들이 확률을 어떻게 어림잡는지 실험합니다. 그리고 1979년 계량경제학 학술지에 전망 이론을 발표합니다. 심리학자가 쓴 논문이 경제학의 심장부에 실린 사건이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사람은 총자산이 아니라 준거점 대비 변화로 결과를 느낍니다. 연봉 6천만 원이 기쁜지 슬픈지는 작년 연봉이 얼마였는지에 달렸다는 것이죠. 둘째, 같은 크기라도 손실의 고통이 이득의 기쁨보다 큽니다. 실험들에서 그 비율은 대략 두 배 남짓으로 관찰됐습니다. 그래서 이득 영역에서는 확실한 것을 택하다가, 손실 영역에서는 본전을 노리며 위험한 쪽으로 기웁니다. 여기에 프레이밍이 겹칩니다. 1981년 실험에서 같은 정책을 "200명이 산다"로 표현하면 사람들이 확실한 안을 골랐고, "400명이 죽는다"로 바꾸면 도박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숫자는 똑같았습니다.

두 사람이 정리한 어림짐작들도 유명합니다. 전형적인 이미지에 맞으면 확률이 높다고 느끼는 대표성, 떠올리기 쉬우면 흔하다고 느끼는 가용성, 처음 본 숫자에 판단이 끌려가는 기준점 효과입니다. 통계적 직관이 어떻게 어긋나는지는 통계의 오용 강과 나란히 읽으면 훨씬 선명해집니다. 트버스키는 1996년에 세상을 떠났고, 카너먼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노벨상은 사후 수여되지 않습니다.

넛지, 그리고 누가 결정하는가

편향이 예측 가능하다면 정책에 쓸 수 있습니다. 세일러와 선스타인이 2008년 제안한 넛지는 선택지를 없애지 않으면서 기본값이나 배열만 바꿔 더 나은 선택을 유도하자는 발상입니다. 연금 가입을 신청제에서 자동 가입 후 탈퇴 선택제로 바꾸면 가입률이 크게 오릅니다. 장기기증 동의율이 나라마다 크게 다른 것도 국민성보다 신청 서식의 기본값 차이로 상당 부분 설명됩니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데 효과가 나오니 각국 정부가 앞다투어 전담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첫째,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 누가 정하느냐는 물음입니다. 편향된 인간을 대신해 판단하겠다는 설계자 역시 편향된 인간입니다. 둘째,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통로로 행동을 바꾼다면 설득이 아니라 조작에 가깝지 않으냐는 문제 제기입니다. 셋째, 넛지가 값싼 알리바이가 되어 임금이나 의료 접근성 같은 구조적 문제를 덮을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옹호하는 쪽은 기본값 없는 선택 설계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어차피 누군가는 배열을 정해야 한다고 답합니다. 여기에는 정답이 없고, 투명성과 탈퇴 가능성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라는 설계 문제가 남습니다.

흔들린 벽돌들, 그래도 남는 것

마지막은 가장 불편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2010년대 들어 심리학에 재현성 위기가 닥쳤습니다. 여러 연구실이 협력해 널리 알려진 실험들을 다시 돌렸더니, 원래 결과가 재현되는 비율이 절반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자아 고갈처럼 교과서에 실리던 효과가 대규모 재현 시도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사회적 점화 실험 상당수도 흔들렸습니다. 행동경제학 응용 연구 일부는 데이터 진위 문제로 논문이 철회되기까지 했습니다. 카너먼 본인도 자신의 저서에서 점화 연구를 지나치게 신뢰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분야 전체가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 손실 회피와 기준점 효과, 프레이밍처럼 반복 검증을 견딘 결과들도 있습니다. 물론 손실 회피가 얼마나 보편적인지를 두고도 이견이 있고, 넛지의 평균 효과 크기 역시 출판 편향을 보정하면 훨씬 작아진다는 재분석이 나와 논쟁 중입니다. 그러니 이 강의 결론을 이렇게 잡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인간이 표준 모형처럼 계산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충분히 확립됐고, 개별 편향의 크기와 정책 효과는 여전히 검증 중입니다. 스미스에서 시작해 마르크스와 케인스와 하이에크를 지나 여기까지, 경제학의 역사는 결국 인간을 어떻게 모형화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긴 논쟁이었습니다. 그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알레의 역설과 엘스버그의 역설이 각각 겨냥한 지점은 무엇일까요?
알레는 선택 쌍을 통해 독립성 공리가 실제 선택에서 지켜지지 않음을 드러냈고, 엘스버그는 확률이 알려진 도박보다 알려지지 않은 도박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손실 회피와 준거점은 이보다 뒤인 전망 이론의 개념이므로 시기와 내용이 맞지 않습니다.
문제 2. 전망 이론이 예측하는 손실 영역에서의 행동은 무엇일까요?
가치함수가 손실 영역에서 볼록한 모양이라 확실한 손실보다 도박을 선호하는 위험 추구가 나타납니다. 손실 난 주식을 못 팔고 버티는 행동이 대표적 사례이며, 이득 영역에서 확실한 것을 택하는 경향과 정확히 반대 방향이라는 점이 이 이론의 특징입니다.
문제 3. 넛지에 대한 비판으로 본문이 소개한 것은 무엇일까요?
넛지는 정의상 선택지를 제거하지 않고 기본값이나 배열을 바꾸는 개입이므로 강제와는 다르며,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 오히려 확산 이유였습니다. 비판의 초점은 판단 주체의 정당성, 조작 가능성, 그리고 더 큰 구조 개혁을 대체해 버릴 위험에 있습니다.
문제 4. 행동경제학의 재현성 논란에 대한 균형 잡힌 서술은 무엇일까요?
자아 고갈이나 사회적 점화처럼 흔들린 결과가 있는 반면 반복 검증을 통과한 결과도 있으므로, 전부 폐기하거나 전부 방어하는 태도 모두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행동경제학 응용 연구에서도 철회 사례가 나왔으므로 무관하다는 서술도 틀렸고, 개별 효과의 크기를 계속 재검증하는 것이 현재의 과제입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사람이 편향된다는 것을 아는 정책 설계자도 편향된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편향의 발견은 개입의 근거일까요, 아니면 개입을 더 겸손하게 만들 이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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