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사고방식 2강. 포기한 것의 값
무언가의 진짜 값은 지갑에서 나간 돈이 아니라, 그것을 고르느라 못 고른 것에 적혀 있습니다.
풀고 시작
포기한 것 중에서 가장 아까운 하나
이 문제는 경제학자들에게 물었을 때도 정답률이 낮게 나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만큼 기회비용은 배우기는 쉽고 쓰기는 어려운 개념이죠. 정의는 간단합니다. 어떤 선택의 기회비용은 그 선택 때문에 포기한 대안들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하나의 가치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그 가치란 그 대안을 택했을 때 손에 남았을 순편익입니다. 대안에서 얻었을 만족에서 그 대안에 치렀어야 할 비용을 뺀 값이라는 뜻이죠. 앞 문제의 답이 5만 원이 아니라 1만 원이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합니다. 첫째, 포기한 모든 대안을 더하지 않습니다. 저녁 시간에 공부, 운동, 게임, 산책이 가능했다면 포기한 것은 셋이지만 기회비용은 그중 가장 아까운 하나뿐입니다. 나머지는 어차피 그 하나 때문에 포기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기회비용은 돈으로만 계산되지 않습니다. 시간, 건강, 관계처럼 값표가 붙지 않은 것들이 오히려 큰 몫을 차지합니다. 의대에 진학한 사람의 진짜 비용은 등록금이 아니라 그 6년 동안 다른 삶으로 갈 수 있었던 문이 닫힌다는 사실입니다.
회계사와 경제학자의 장부가 다른 이유
친구가 자기 소유 건물 1층에서 카페를 열고 1년에 5천만 원을 남겼다고 자랑합니다. 회계사는 축하해 주지만 경제학자는 질문을 세 개 던집니다. 그 자리를 남에게 세놓았다면 임대료를 얼마 받았을까요. 카페에 쏟은 본인의 노동을 다른 곳에 팔았다면 연봉이 얼마였을까요. 창업에 넣은 자기 돈을 다른 곳에 굴렸다면 수익이 얼마였을까요. 이 세 가지처럼 지출 영수증은 없지만 분명히 포기된 값을 암묵적 비용(implicit cost)이라고 부릅니다.
| 구분 | 세는 것 | 결과 |
|---|---|---|
| 회계적 비용 | 실제로 지출한 돈만 셉니다 | 회계적 이윤이 나옵니다 |
| 경제적 비용 | 지출한 돈에 암묵적 비용을 더해 셉니다 | 경제적 이윤이 나옵니다 |
임대료와 연봉과 이자를 합쳐 6천만 원이 나온다면, 회계장부의 이익 5천만 원은 경제적으로는 1천만 원 손실입니다. 경제적 이윤이 0이라는 말이 망했다는 뜻이 아니라 차선책과 딱 비슷하게 벌고 있다는 뜻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콩코드는 왜 계속 날았을까
영국과 프랑스가 함께 만든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1969년에 처음 하늘에 떴고 1976년부터 손님을 태웠습니다. 문제는 개발 중반부터 이미 사업성이 어둡다는 계산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두 나라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 쓴 돈이 얼만데"라는 말이 회의실을 지배한 것이죠. 이미 써 버렸고 무슨 선택을 하든 회수되지 않는 돈을 매몰비용(sunk cost)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경제학의 결론은 단호합니다. 매몰비용은 앞으로의 판단에서 아예 빼고 계산해야 합니다. 남은 질문은 오직 하나, 지금부터 들어갈 돈이 지금부터 나올 성과보다 작은가입니다. 이 원칙을 어기는 습관에 콩코드 오류라는 이름이 붙었고, 콩코드는 2003년 퇴역했습니다. 다만 공정하게 덧붙이면 콩코드의 지속에는 국가 위신과 고용, 양국 협정이라는 다른 계산도 얽혀 있었기에 순수한 오류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 일상은 훨씬 단순합니다. 재미없는 영화를 표값이 아까워 끝까지 보고, 두 시간이 아까워 안 맞는 관계를 이어 가는 그 순간이 바로 콩코드입니다.
평균이 아니라 한 단위 더
기회비용을 실제로 쓰려면 질문의 단위를 바꿔야 합니다. "이 사업을 할까 말까"가 아니라 "한 단위 더 할까 말까"로 묻는 것, 이것이 한계적 사고(marginal thinking)입니다. 이륙 직전 빈 좌석이 있는 항공사를 떠올려 보죠. 좌석당 평균 원가가 20만 원이라고 해서 15만 원에 파는 것이 손해는 아닙니다. 비행기는 어차피 뜨고 승객 한 명을 더 태우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은 기내식과 연료 조금뿐이니까요. 평균으로 판단하면 빈자리로 날고, 한계로 판단하면 15만 원을 법니다. 애덤 스미스를 괴롭힌 수수께끼도 같은 도구로 풀립니다. 생존에 필수인 물은 싸고 쓸모없는 다이아몬드는 비싼 이유는, 우리가 사는 것이 물 전체가 아니라 지금 한 잔을 더 마실지이기 때문입니다. 1870년대 한계혁명이 이 답을 내놓으며 경제학의 기본 언어를 바꾸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사람들이 정말 이렇게 값을 계산하며 움직인다면, 그 계산의 조건을 건드려서 행동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다음 강에서 다룰 인센티브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매몰비용을 무시하라는 원칙은 계산에서는 옳습니다. 그런데 오래 쏟은 관계나 직업을 두고 우리가 쉽게 놓지 못하는 태도는 단순한 오류일까요, 아니면 계산으로 담기지 않는 무언가를 지키는 방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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