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3강. 관세는 누구를 지키는가
외국 상품에 매긴 세금인데, 영수증에 찍히는 이름은 자국 수입업자입니다. 그 다음은 누구에게 넘어갈까요.
풀고 시작
세 가지 무기, 서로 다른 그림자
무역을 제한하는 도구는 크게 셋입니다. 관세는 수입품에 세금을 붙여 값을 올립니다. 정부에 세수가 들어오고 국내 생산자는 보호받지만, 소비자는 더 비싸게 삽니다. 쿼터는 수입 물량 자체에 상한을 겁니다. 값이 오르는 결과는 비슷한데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관세에서는 그 인상분이 정부 세수가 되지만, 쿼터에서는 수입 허가를 쥔 쪽의 몫이 됩니다. 세수가 될 돈이 특정 사업자의 이익으로 바뀌는 것이죠. 보조금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자국 생산자에게 돈을 얹어 원가를 낮춥니다. 소비자 가격은 오르지 않지만 재원은 세금에서 나옵니다.
관세 부담의 귀착은 오랫동안 이론적 논쟁이었는데, 2018년 이후 미국이 광범위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규모 자연 실험이 생겼습니다. 여러 실증 연구가 관세 인상분의 상당 부분이 수출국 가격 하락이 아니라 미국 내 수입 가격 상승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철강처럼 미국이 큰 구매자인 품목에서는 수출국이 일부를 흡수한 사례도 관찰됩니다. 누가 부담하느냐는 원리가 아니라 시장 구조가 정합니다.
유치산업 보호론, 200년 된 반칙 논쟁
자유무역의 논리가 그렇게 강한데 왜 보호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가장 진지한 반론이 유치산업 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입니다. 갓 태어난 산업은 규모의 경제와 학습 효과를 아직 얻지 못해 당장은 외국 기업을 이길 수 없지만, 몇 년 보호해 주면 자립할 수 있다는 주장이죠.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이 1791년 제조업 보고서에서 이 논리를 폈고, 독일의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1841년 저작에서 체계화했습니다. 리스트의 비유가 날카롭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사람이 뒤따라오는 사람에게 사다리는 나쁘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첫째, 정부가 어느 산업이 자랄지 미리 알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둘째, 보호가 끝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보호로 이익을 얻은 기업은 그 보호를 유지하려고 로비하고, 경쟁 압력이 없으니 자립 능력도 늦게 자랍니다. 셋째,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것이 문제라면 금융시장을 고치는 편이 관세보다 정확한 처방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증거일까 반증일까
이 논쟁에서 양쪽이 모두 인용하는 사례가 동아시아입니다. 일본의 통상산업성과 한국의 중화학공업 육성은 정부가 특정 산업을 골라 금융과 세제를 몰아준 전형적인 산업정책이었습니다. 찰머스 존슨과 앨리스 앰스든, 로버트 웨이드 같은 연구자들은 이 개입이 성장의 원동력이었다고 봤습니다. 반면 세계은행이 1993년에 낸 동아시아의 기적 보고서는 다른 평가를 내놨습니다. 거시경제 안정, 높은 저축률, 교육 투자, 수출 실적으로 지원을 심사하는 규율이 핵심이었고 산업별 특혜의 효과는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죠.
흥미로운 지점은 양쪽이 같은 사실을 놓고 갈린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선택한 산업 중에는 크게 성공한 것도 있고 큰 부실로 끝난 것도 있습니다. 성공만 세면 산업정책의 승리이고 실패까지 포함하면 평가가 달라집니다. 게다가 수출 시장에서 계속 시험받게 만든 규율이 있었기에 개입이 부패로 굳지 않았다는 해석도 있어서, 동아시아 경험은 보호 그 자체보다 보호를 끊는 장치가 있었는지를 묻게 만듭니다.
다자 체제의 균열
전쟁 사이 기간의 관세 경쟁이 세계 무역을 얼마나 망가뜨렸는지 겪은 뒤, 각국은 1947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을 만들었습니다. 한 나라에 준 혜택을 모든 회원국에 똑같이 주는 최혜국 대우가 뼈대였죠. 여덟 차례 협상 라운드를 거쳐 1995년 세계무역기구가 출범했고, 여기에는 회원국 간 분쟁을 판정하는 사법 절차가 붙었습니다. 그런데 이 체제는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2001년 시작한 도하 라운드는 농업과 개도국 대우를 놓고 교착됐고, 2019년 말에는 상소기구 위원 임명이 막히면서 분쟁 해결의 최종심이 사실상 멈췄습니다. 그 빈자리를 지역 무역협정과 일방적 조치가 채우고 있습니다. 다자 규범이 약해질 때 이득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이 누구인지는 4강에서 이어서 보겠습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보호가 필요한 산업이 정말 있다고 해도, 그 보호를 정해진 시점에 끊을 수 있는 정치 제도를 설계할 수 있을까요. 끊지 못할 것이 예상된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