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경제학 1강. 수요와 공급: 가장 유명한 두 곡선
경제학자를 열 명 모으면 의견이 열한 개 나온다지만, 이 두 곡선이 만나는 지점에 대해서만큼은 모두 같은 언어로 이야기합니다.
풀고 시작
가위의 어느 날이 종이를 자르는가
19세기 말 경제학계는 한 가지 질문을 두고 갈라져 있었습니다. 물건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그것을 만드는 데 든 비용일까요, 아니면 그것을 원하는 사람의 만족일까요. 이 다툼을 한 문장으로 끝낸 사람이 앨프리드 마셜(Alfred Marshall)입니다. 그는 1890년 『경제학 원리』에서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종이를 자르는 것은 가위의 윗날일까요, 아랫날일까요. 답은 당연히 둘 다입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함께 만들어 냅니다.
수요 법칙은 단순합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가격이 오를수록 사람들이 사려는 양은 줄어듭니다. 공급 법칙은 그 반대입니다. 가격이 오를수록 팔려는 양은 늘어납니다. 그래서 수요 곡선은 오른쪽 아래로, 공급 곡선은 오른쪽 위로 기울고, 두 선은 어딘가에서 반드시 만납니다. 그 교차점이 균형입니다. 균형 가격에서는 사고 싶은 양과 팔고 싶은 양이 정확히 일치해서, 아무도 줄을 서지 않고 아무 재고도 남지 않습니다. 여기서 "다른 조건이 같다면"이라는 단서가 결정적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걸려 넘어지는 함정이 바로 이 단서 안에 숨어 있거든요.
곡선 위를 미끄러질 때, 곡선이 통째로 옮겨갈 때
커피 가격이 올라서 사람들이 커피를 덜 마셨다고 해 봅시다. 이때 커피 수요가 줄어든 걸까요. 아닙니다. 수요 곡선은 제자리에 그대로 있고, 그 곡선 위의 점이 왼쪽 위로 미끄러졌을 뿐입니다. 이것을 수요량의 변화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곡선 자체는 언제 움직일까요. 가격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바뀔 때입니다. 소득이 늘거나, 취향이 바뀌거나, 대체재인 차 가격이 오르거나, 인구가 늘면 같은 가격에서도 사려는 양이 달라집니다. 그때 곡선이 통째로 옮겨갑니다. 규칙은 이렇게 외우면 편합니다. 가격은 곡선을 옮기지 못합니다. 가격은 곡선 위를 걸어 다닐 뿐입니다. 브라질에 한파가 닥쳐 원두 작황이 나빠지면 공급 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고, 그 결과 균형 가격은 오르고 균형 거래량은 줄어듭니다. 곡선을 움직인 원인과 그 뒤에 따라온 가격 변화를 섞지 않는 것이 미시경제학 전체의 기본기입니다.
균형은 누가 되돌리는가
균형이 좋다는 말은 쉽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균형에서 벗어났을 때 누가 그것을 되돌리는지가 진짜 질문입니다. 놀랍게도 지휘자는 없습니다.
가격이 균형보다 높으면 팔려는 양이 사려는 양을 넘어섭니다. 창고에 재고가 쌓이죠. 이 초과공급을 견디지 못한 판매자들이 하나둘 가격을 내리기 시작하면, 값이 싸진 만큼 사려는 사람은 늘고 팔려는 사람은 줄어 격차가 좁혀집니다. 반대로 가격이 균형보다 낮으면 초과수요가 생깁니다. 줄이 길어지고 웃돈이 붙고, 그러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아무도 명령하지 않았는데 가격 스스로가 신호등 노릇을 하는 셈입니다.
다만 교과서 그림처럼 이 조정이 늘 매끄러운 것은 아닙니다. 노동시장에서 임금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주택 공급은 몇 년이 지나야 반응합니다. 조정이 느린 시장에서는 불균형이 오래 남고 그동안의 고통도 실제로 존재합니다. 이 속도 문제가 나중에 거시경제학에서 경기변동을 설명하는 핵심 소재가 됩니다.
가격에 뚜껑을 씌우면 생기는 일
정부가 가격을 직접 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위로는 올리지 못하게 천장을 긋는 것이 가격 상한이고, 이 선은 균형보다 낮게 그어졌을 때만 실제로 힘을 발휘합니다. 임대료 규제가 대표적이죠. 이론이 내놓는 예측은 분명합니다. 싼값에 살고 싶은 사람은 늘고 내놓을 집은 줄어드니 초과수요가 생기고, 그 뒤로 대기줄과 웃돈, 그리고 굳이 수리할 이유가 사라진 집주인의 방치가 따라옵니다. 다만 이미 그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는 임대료 안정이라는 실질적 이득이 돌아간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같은 규제를 두고 평가가 갈리는 이유는 이득과 손해가 서로 다른 사람에게 나뉘어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 아래로는 내리지 못하게 바닥을 까는 것이 가격 하한이고, 이쪽은 균형보다 높게 그어졌을 때 힘을 발휘합니다. 농산물 가격 지지와 최저임금이 여기 속하고, 예측되는 부작용은 초과공급, 즉 팔리지 않는 재고이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최저임금만큼은 실증 연구가 깔끔하게 갈립니다. 데이비드 카드(David Card)와 앨런 크루거(Alan Krueger)가 1994년 뉴저지의 패스트푸드점을 인접 주와 비교한 연구에서 뚜렷한 고용 감소를 찾지 못하면서 논쟁이 불붙었고, 고용주가 임금 결정력을 쥔 시장에서는 표준 예측이 그대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힘을 얻었습니다. 반면 인상 폭이 클 때 근로시간이 줄었다는 연구도 꾸준히 나옵니다. 그러니 이 주제는 "곡선이 그렇게 말한다"로 끝낼 수 없습니다. 어떤 시장에서 얼마나 올렸을 때인지를 반드시 함께 물어야 합니다. 그 "얼마나"를 재는 도구가 다음 강의 주제인 탄력성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가격이 신호등이라면, 재난 직후 생수 값이 열 배로 뛰는 것도 그 신호등이 제 역할을 하는 장면일까요. 아니면 신호등이 고장 난 장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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