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사고방식 4강. 가격은 신호입니다
연필 한 자루를 혼자 만들 줄 아는 사람은 지구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구점에는 연필이 늘 쌓여 있죠.
풀고 시작
연필 한 자루의 족보
1958년 레너드 리드는 「나는 연필입니다」라는 짧은 글에서 연필이 직접 자기 이야기를 하게 했습니다. 자기 몸을 이루는 나무는 미국 서북부에서 벌목되었고, 톱과 트럭과 밧줄은 또 다른 수천 명의 노동에서 왔으며, 흑연은 다른 대륙에서, 지우개의 재료와 금속 테와 페인트는 각각 또 다른 산업에서 왔다고요. 그리고 결론은 이렇습니다. 나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없다고요. 벌목공은 흑연을 모르고 흑연 광부는 지우개 배합을 모릅니다. 서로 언어도 국적도 다르고 상대의 존재조차 모르는 수만 명이 아무도 지휘하지 않는데도 협력해 연필 한 자루를 만들어 냅니다. 밀턴 프리드먼이 방송에서 연필을 들어 보이며 이 이야기를 널리 퍼뜨린 뒤로, 이 장면은 시장을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그림이 되었습니다. 질문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지휘자가 없는데 무엇이 이들을 맞물리게 할까요.
하이에크의 지식 문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1945년 논문에서 그 답을 내놓습니다. 그가 먼저 한 일은 문제를 다시 정의한 것이었습니다. 경제의 진짜 어려움은 계산이 복잡하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지식이 애초에 한곳에 모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는 겁니다. 어떤 창고에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어느 기계가 오늘 고장 났는지, 이 지역 손님들이 요즘 무엇을 찾는지 같은 지식은 특정 시점과 장소에 붙어 있고 대부분 문서화되지도 않습니다. 이것이 지식 문제(knowledge problem)입니다. 하이에크가 든 예가 선명합니다. 세계 어딘가에서 주석의 새로운 용도가 생기거나 공급원이 끊겼다고 해봅시다. 주석을 쓰는 수많은 사람이 그 사건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주석값이 올랐다는 사실만 알면 각자 아껴 쓰고 대체재를 찾습니다. 가격은 그렇게 흩어진 수백만 개의 사정을 숫자 하나로 압축한 신호이며, 동시에 그 신호를 따를 이유까지 함께 붙여 보냅니다. 하이에크는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계산 논쟁
이 논의는 한가한 이론이 아니라 20세기의 실제 논쟁이었습니다. 1920년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없는 사회에서는 생산수단의 가격이 생기지 않고, 가격이 없으면 어떤 생산 방식이 더 나은지 비교할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계획경제는 잘못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나은지 알 수단이 없다는 강한 주장이었죠. 이것이 사회주의 계산 논쟁입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오스카르 랑게는 1930년대에 중앙 계획 기구가 시행착오로 가격을 조정하면 시장과 같은 정보 기능을 흉내 낼 수 있다는 시장사회주의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학계에서는 랑게가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고, 이후 계획경제의 실제 부진을 근거로 미제스와 하이에크가 옳았다는 재평가가 힘을 얻었습니다. 다만 이 재평가를 두고도 논쟁은 이어집니다. 계획경제의 실패가 계산 불가능성 때문인지, 아니면 정치적 억압이나 유인 구조 때문인지가 분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계산 능력이 비약적으로 커진 오늘날 이 논쟁이 다시 소환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격을 누르면 생기는 일
가격이 신호라면 가격을 인위적으로 묶는 일은 신호를 지우는 일입니다. 1970년대 미국이 석유 파동으로 공급이 흔들리는 와중에 유가를 통제했을 때 주유소마다 긴 줄이 생긴 것이 교과서적 장면입니다. 값은 눌렸지만 사람들은 대신 시간을 지불했고, 아낄 이유가 사라지자 부족은 더 오래갔습니다. 임대료 규제도 오래된 논쟁거리입니다. 한쪽은 상한이 신축과 유지보수 유인을 꺾어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줄이고, 결국 이미 들어가 사는 사람만 보호한다고 봅니다. 다른 한쪽은 급격한 임대료 인상이 세입자를 쫓아내고 지역 공동체를 해체한다고 보며, 규제가 실제로 세입자의 퇴거와 이주를 줄였다는 실증 결과를 근거로 듭니다. 샌프란시스코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세입자가 그 집에 더 오래 머무는 효과와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함께 관측되기도 했으니, 어느 한쪽이 실증을 독점한 논쟁이 아닙니다. 재난 직후 생수와 발전기 값이 치솟는 상황도 같은 구조입니다. 값이 오르면 공급이 몰려오고 사재기가 줄어든다는 논거와, 필수재만은 지불 능력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나눠야 한다는 논거가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이 대립은 실증만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효율과 공정 중 무엇을 앞에 둘 것인가라는 가치 판단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답하지 못하는 것
그러니 가격을 신봉하라는 결론은 이 강의 것이 아닙니다. 가격이 놀라운 장치라는 사실과, 가격이 모든 문제를 푼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공장이 강에 오염물질을 흘릴 때 그 피해는 어떤 가격에도 적히지 않고, 등대나 기초연구처럼 값을 받기 어려운 재화는 시장이 충분히 만들어 내지 못하며, 중고차 시장에서 보았듯 정보가 기울면 거래 자체가 얇아집니다. 무엇보다 시장은 누가 얼마나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습니다. 시장이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의 목록을 정확히 그리는 작업, 그것이 다음 과목인 미시경제학의 일입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도구부터 다시 시작해 탄력성과 비용, 독점, 그리고 시장실패와 외부효과까지 차례로 밟아 가겠습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계산 능력과 데이터가 지금처럼 커진 시대라면 하이에크의 지식 문제는 기술로 해결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문제의 본질은 계산량이 아니라 아무도 말로 옮기지 못하는 지식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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