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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경제학 2강. 탄력성: 얼마나 민감한가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늘어날까요, 줄어들까요. 정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가 아니라 하나의 숫자에 달려 있습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어떤 상품의 가격을 10% 올렸더니 판매량이 3% 줄었고, 그 결과 총수입은 늘었습니다. 이 상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격 변화율보다 수량 변화율이 작으면 수요는 비탄력적이고, 이때는 가격을 올릴수록 총수입이 늘어납니다. 반대로 탄력적인 상품은 가격을 올리는 순간 손님이 더 큰 비율로 빠져나가 수입이 줄어듭니다. 네 번째 보기는 곡선 이동과 곡선 위 이동을 혼동한 것입니다.

민감도에 숫자를 붙이다

지난 강에서 우리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이 준다는 것까지 배웠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진짜 궁금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 크기입니다. 얼마나 줄어드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니까요. 그래서 경제학은 가격탄력성(price elasticity)이라는 자를 만들었습니다. 계산은 의외로 싱겁습니다. 수요량 변화율을 가격 변화율로 나누면 끝입니다. 가격이 10% 올랐을 때 수요량이 20% 줄었다면 탄력성은 2, 2% 줄었다면 0.2입니다. 부호는 보통 음수지만 관행상 절댓값으로 말합니다.

기준선은 1입니다. 1보다 크면 탄력적이라 부르고, 손님이 가격에 예민하다는 뜻입니다. 1보다 작으면 비탄력적이라 부르고, 값을 올려도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산다는 뜻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탄력성이 상품의 타고난 성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같은 물건도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숫자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무엇이 예민함을 만드는가

첫째는 대체재입니다. 소금 전체의 수요는 대단히 비탄력적입니다. 소금 대신 쓸 것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특정 브랜드 소금 하나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정반대가 됩니다. 옆 칸에 다른 소금이 잔뜩 있으니 값을 조금만 올려도 손님이 옮겨갑니다. 좁게 정의된 시장일수록 탄력적입니다. 이 원리는 나중에 독점을 판정할 때 시장 획정이 왜 그렇게 치열한 다툼이 되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둘째는 필수품인지 사치품인지입니다. 인슐린이 필요한 환자에게 가격은 큰 변수가 아니지만, 해외여행은 값이 오르면 미루면 그만입니다. 셋째는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후추 값이 두 배가 돼도 생활에 별 타격이 없지만 월세가 두 배가 되면 삶이 흔들립니다.

넷째가 가장 자주 잊히는 요인, 바로 시간입니다. 휘발유 값이 오늘 급등해도 이번 주 주유량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출퇴근을 안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면 사람들은 연비 좋은 차로 바꾸고, 대중교통으로 옮겨가고, 회사 가까운 곳으로 이사합니다. 거의 모든 상품의 수요는 단기에 비탄력적이고 장기에 탄력적입니다. 단기 자료만 보고 "이 시장은 가격에 둔감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가장 비싼 실수입니다.

가격을 올리면 수입이 늘까

총수입은 가격 곱하기 수량이므로, 가격을 올리는 순간 두 힘이 반대로 싸웁니다. 단가는 올라가고 수량은 줄어듭니다. 어느 쪽이 이길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탄력성입니다. 비탄력적이면 인상이 이겨서 수입이 늘고, 탄력적이면 이탈이 이겨서 수입이 줄어듭니다.

여기서 농업의 오래된 역설이 풀립니다. 날씨가 좋아 대풍이 들면 농가는 부자가 될까요. 대체로 그 반대입니다. 곡물과 채소의 수요는 비탄력적이라 물량이 조금만 늘어도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농가 전체의 수입은 줄어듭니다. 개별 농부에게는 축복인 풍년이 농가 전체에는 재앙이 되는 구성의 역설이죠. 각국이 농산물 수급 조절에 개입하는 배경에는 이 구조가 있습니다.

세금은 누가 내는가

법이 "판매자가 납부하라"고 적어 놓으면 그 세금은 판매자가 부담하는 걸까요. 경제학의 답은 단호합니다. 아닙니다. 세금을 실제로 누가 지느냐를 조세 귀착(tax incidence)이라 부르는데, 결정하는 것은 법 조문이 아니라 양쪽의 탄력성입니다. 원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도망갈 수 있는 쪽이 덜 냅니다. 수요가 비탄력적이면 소비자가 대부분을 지고, 공급이 비탄력적이면 생산자가 지게 됩니다.

담배세가 교과서의 단골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니코틴 의존 탓에 담배 수요는 비탄력적이라, 세금이 붙으면 가격이 거의 그대로 올라 흡연자가 대부분을 부담합니다. 그래서 세수는 안정적으로 걷힙니다. 다만 목적이 흡연을 줄이는 것이라면 효과는 제한적이고, 소득 대비 부담이 저소득층에 무겁게 걸린다는 역진성 비판이 따라붙습니다. 반대로 청소년의 흡연 결정은 성인보다 가격에 민감하다는 연구가 있어, 세금이 신규 흡연 진입을 막는 데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크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유류세도 비슷한 구조입니다. 세수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소비 억제 효과는 장기에 가서야 나타납니다.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이 1990년 요트를 포함한 사치품에 부과한 세금은 수요가 탄력적인 품목을 겨눈 탓에 부유층의 구매 자체가 줄었고, 세수는 기대에 못 미치는 대신 조선업 일자리가 타격을 입었다는 비판 속에 몇 년 만에 상당 부분 철회됐습니다. 누구에게 물리느냐보다 누가 도망갈 수 있느냐를 먼저 보라는 교훈입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가격탄력성 계산과 해석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무엇일까요?
탄력성은 두 변화율의 비율이라 단위가 없고, 절댓값 1을 기준으로 탄력과 비탄력이 갈립니다. 마지막 보기가 특히 그럴듯하지만 틀렸습니다. 소금 전체와 특정 브랜드 소금처럼 시장을 넓게 잡느냐 좁게 잡느냐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집니다.
문제 2. 휘발유 수요가 단기보다 장기에 더 탄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기에는 이미 가진 차와 정해진 출퇴근 경로 때문에 소비를 줄이기 어렵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실제로 행동을 바꿉니다. 적응할 시간이 곧 대체 수단이므로 탄력성이 커집니다. 단기 자료만으로 시장의 민감도를 단정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제 3. 풍년이 들었는데도 농가 전체 수입이 줄어드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총수입은 가격과 수량의 곱인데, 비탄력적 수요에서는 수량 증가율보다 가격 하락률이 커서 곱이 작아집니다. 개별 농부에게는 이득인 다수확이 농가 전체에는 손해가 되는 구성의 역설이며, 첫 번째 보기는 탄력과 비탄력을 뒤바꾼 오답입니다.
문제 4. 조세 귀착의 원리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무엇일까요?
누구에게 걷느냐를 정하는 것은 법이지만 누가 지느냐를 정하는 것은 탄력성입니다. 담배처럼 수요가 비탄력적이면 가격 전가가 쉬워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요트처럼 수요가 탄력적이면 구매 이탈 때문에 판매자가 타격을 입습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수요가 비탄력적인 상품에 세금을 매기면 세수는 안정적으로 걷히지만 부담은 도망갈 곳 없는 쪽에 쌓입니다. 잘 걷히는 세금과 공평한 세금이 어긋날 때, 어느 쪽을 먼저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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