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와 경제사상 2강. 마르크스: 자본을 해부하다
그는 자본주의를 저주하러 온 사람처럼 읽히지만, 정작 『자본론』 첫 장은 상품 하나를 현미경에 올려놓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풀고 시작
상품 하나를 현미경에 올리다
1867년, 런던 대영박물관 열람실에서 20년 가까이 자료를 뒤진 한 망명객이 『자본론』 1권을 내놓습니다. 마르크스는 혁명 팸플릿이 아니라 두꺼운 경제학 저작을 썼고, 그 출발점은 놀랍게도 앞 강에서 본 고전파의 노동가치설이었습니다. 상품의 가치는 그것을 만드는 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 정한다는 명제죠. 리카도까지는 여기서 멈췄습니다. 마르크스는 한 걸음 더 갑니다.
그가 던진 질문은 이것입니다. 모두가 등가로 교환하는데 이윤은 대체 어디서 생길까요. 사기나 우연이 아니라 정상적인 교환 안에서 이윤이 체계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죠. 답이 노동력이라는 특별한 상품입니다. 노동자는 자기 노동력을 하루치 재생산 비용, 즉 먹고 자고 다음 날 다시 출근할 수 있게 하는 비용만큼의 값에 팝니다. 그런데 그 노동력이 하루 동안 생산하는 가치는 그보다 큽니다. 여섯 시간이면 자기 몫을 다 벌고, 나머지 시간에 만든 가치는 자본가에게 돌아갑니다. 이 차액이 잉여가치입니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착취는 도덕적 비난이 아니라 이 회계적 구조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예측 하나: 이윤율은 떨어진다
여기서 마르크스는 유명한 예측을 꺼냅니다. 자본가들은 경쟁에서 이기려고 기계를 늘립니다. 그런데 그의 체계에서 가치를 낳는 것은 오직 노동입니다. 기계 비중이 커지고 노동 비중이 줄어들면 투자 대비 잉여가치의 비율, 즉 이윤율은 장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자본주의가 성공하려는 바로 그 노력이 자기 발밑을 판다는 논리입니다. 여기에 과잉생산 공황과 자본의 집중, 그리고 실업자 집단이 임금을 눌러 두는 산업예비군 개념이 결합해 위기의 그림이 완성됩니다.
공정하게 말하면 마르크스 본인도 이 경향을 무조건적 법칙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3권에서 착취율 상승, 원료 가격 하락, 대외 무역 같은 상쇄 요인들을 스스로 나열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예측은 이후 가장 집중적인 공격을 받습니다. 1961년 오키시오 노부오는 실질임금이 일정할 때 기업이 비용을 줄이려고 채택하는 기술은 균형 이윤율을 낮추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가치를 가격으로 옮기는 이른바 전형 문제도 뵘바베르크 이래 논쟁의 표적이었습니다.
빗나간 것과 살아남은 것
무엇이 틀렸는지부터 정직하게 봅시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 노동자의 실질임금과 생활수준은 마르크스 사후 크게 올랐습니다. 그가 말한 궁핍화가 절대적 빈곤의 심화인지 상대적 격차의 확대인지는 해석이 갈리지만, 궁핍화가 깊어져 혁명으로 이어진다는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정작 혁명은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영국이나 독일이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노동가치설은 오늘날 주류 경제학에서 가격 이론으로 채택되지 않습니다. 1870년대 한계효용 혁명 이후 가격은 희소성과 한계적 선택으로 설명되니까요.
그럼에도 살아남은 것이 있습니다. 첫째, 성장을 균형이 아니라 축적과 기술변화의 동학으로 본 시각입니다. 슘페터는 마르크스와 정치적으로 정반대였지만 그를 자본주의 동학을 진지하게 다룬 선구자로 존중했습니다. 둘째, 위기가 외부 충격이 아니라 체제 내부에서 생겨날 수 있다는 발상입니다. 셋째, 분배와 협상력의 문제입니다. 실업이 임금 협상력을 떨어뜨린다는 산업예비군의 직관은 현대 노동경제학의 언어로 살아 있습니다. 넷째, 소외입니다. 자기가 만든 생산물과 노동 과정으로부터 분리된다는 문제 제기는 경제학보다 철학과 사회학에서 더 길게 이어졌습니다. 이 계보는 철학 서가 마르크스 강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마르크스는 정치적 상징이 되면서 학문적으로 읽기 가장 어려운 저자가 됐습니다. 한쪽에서는 그의 이름을 단 체제의 실패를 근거로 저작 전체를 폐기하려 하고, 다른 쪽에서는 예측이 빗나간 부분까지 방어하려 합니다. 저작과 그 이름으로 세워진 체제는 같은 것이 아니고, 이론의 한 부분이 틀렸다는 것이 나머지 전부가 틀렸다는 뜻도 아닙니다. 20세기 후반에는 스라파의 가격 이론이나 분석적 마르크스주의처럼 그의 문제를 현대 수학 언어로 다시 검토한 흐름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정리해 두면 좋겠습니다. 가치론의 결론은 대체로 기각됐고, 축적과 분배와 위기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스스로 무너진다는 그의 예측이 빗나간 자리에서, 무너지려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살려 쓸 것인가를 묻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다음 강의 주인공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어떤 이론의 예측이 틀렸을 때, 그 이론이 던진 질문까지 함께 버려야 할까요. 아니면 답은 버리고 질문은 남겨 둘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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