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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변동 3강. 세계는 평평해졌는가

국경을 넘는 흐름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작습니다. 그런데도 세계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이 두 문장을 같이 붙들어야 합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전 세계 인구 중 자기가 태어난 나라가 아닌 곳에 사는 국제 이주자의 비율은 대략 어느 정도일까요?
국제 이주자는 유엔 집계 기준으로 세계 인구의 3퍼센트대로, 여러 나라에서 사람들이 짐작하는 수치보다 훨씬 작습니다. 이주가 눈에 잘 띄는 도시와 언론에 집중되기 때문에 체감이 부풀죠. 세계화 논의를 시작할 때 이 체감과 실제의 간격을 먼저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평평하다는 말이 잘 팔린 이유

2005년 토머스 프리드먼이 『세계는 평평하다』를 내놓았을 때, 인도 방갈로르의 콜센터와 미국의 회계 업무가 같은 광케이블에 연결된 장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기술이 거리를 지웠고 이제 경쟁은 지구 전체에서 벌어진다는 이야기였죠.

여기에 경영학자 판카지 게마와트가 숫자로 반박했습니다. 국경을 넘는 흐름이 정말 압도적이라면 통계에 나와야 하는데, 전화 통화도 투자도 이주도 대학 진학도 대부분은 국경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붙인 이름이 준세계화(semi-globalization)입니다. 세계는 평평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닫혀 있지도 않은 중간 상태라는 것이죠. 무역 자료를 보면 거리와 공용어, 식민지 경험 같은 옛 요인들이 여전히 교역량을 강하게 예측합니다. 거리는 죽지 않았습니다.

세계화는 한 덩어리가 아닙니다

세계화를 하나의 과정으로 부르면 논쟁이 엉킵니다. 최소한 세 층으로 나눠 봐야 합니다. 경제 층에서는 상품과 자본, 생산 공정이 국경을 넘습니다. 문화 층에서는 음악과 음식, 드라마, 규범이 이동하죠. 정치 층에서는 국민국가의 결정 권한 일부가 국제기구와 협정, 신용평가사 같은 국경 밖 행위자에게 넘어갑니다.

세 층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본은 거의 즉시 이동하지만 사람은 비자 앞에서 멈춥니다. 문화 상품은 자유롭게 퍼지는데 그것을 만드는 노동자는 그러지 못하죠. 경제 층에서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봤는지는 경제학 서가 세계화와 불평등 강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여기서는 사회학이 잘 보는 것, 곧 문화와 사람의 이동을 봅니다.

맥도날드는 어디서나 맥도날드일까요

조지 리처는 1993년에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라는 개념을 내놓았습니다. 효율성과 계산 가능성, 예측 가능성, 그리고 기술을 통한 통제라는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교육과 의료, 여행에까지 퍼진다는 진단이었죠. 눈치채셨겠지만 이것은 1강에서 본 베버의 합리화 논의를 소비의 영역으로 옮긴 것입니다. 세계화의 문화적 얼굴은 동질화라는 주장입니다.

반론은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인류학자 제임스 왓슨이 이끈 동아시아 맥도날드 연구는 흥미로운 장면을 보고했습니다. 홍콩과 베이징에서 맥도날드는 빨리 먹고 나가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 생일잔치를 열고 학생들이 몇 시간씩 앉아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본사가 설계한 회전율 논리가 지역의 용법에 의해 다시 쓰인 셈이죠. 롤런드 로버트슨은 이런 현상을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라 불렀습니다. 전 지구적 상품은 언제나 지역의 문법을 통과해야만 쓰이기 때문에, 도착점은 복제가 아니라 혼종입니다. 아르준 아파두라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사람과 미디어, 기술, 자본, 이념이 각기 다른 방향과 속도로 흐르는 여러 겹의 지형을 그렸습니다. 동질화냐 혼종화냐는 아직 결판난 논쟁이 아니라, 어느 층위를 보느냐에 따라 답이 갈리는 문제입니다.

국경을 오가며 사는 사람들

과거의 이민 연구는 떠남과 정착이라는 한 방향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값싼 항공권과 영상통화가 그림을 바꿨습니다. 오늘의 이주자 상당수는 두 사회에 동시에 발을 딛고 삽니다. 이쪽에서 일하며 저쪽의 선거와 장례에 참여하고, 매달 송금을 보내죠. 세계은행 집계로 저소득국과 중소득국에 들어가는 송금 총액은 해외직접투자에 견줄 만한 규모이고, 어떤 나라에서는 국가 예산보다 가계 경제에 더 직접적입니다. 이렇게 국경을 가로질러 유지되는 생활 세계를 초국적 사회공간이라 부르고, 그 안에서 형성된 집합적 정체성을 디아스포라라고 합니다.

이주가 수용국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정치적으로 뜨겁고 학술적으로도 미결입니다. 1980년 쿠바에서 마이애미로 대규모 이주가 있었던 사건을 분석한 초기 연구는 지역 저숙련 임금에 뚜렷한 타격이 없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후 같은 자료를 좁은 집단으로 다시 나눠 본 연구는 학력이 가장 낮은 층에서 상당한 임금 하락을 찾아냈고, 또 다른 연구자들은 그 표본이 너무 작고 구성이 바뀌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같은 사건, 같은 통계에서 반대 결론이 나오는 중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주가 수용국 경제의 규모 자체를 키운다는 점이고, 논쟁 중인 것은 그 이득과 부담이 집단별로 어떻게 갈리느냐입니다. 어느 정파의 결론도 이 자료만으로는 확정되지 않습니다.

되돌아오는 파도

1999년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회의는 대규모 시위로 마비됐습니다. 노동조합과 환경단체, 농민 조직이 한자리에 모인 그 장면은 세계화가 더 이상 기술적 흐름이 아니라 정치적 쟁점이 되었음을 알렸습니다. 이후 로컬푸드와 지역화폐처럼 규모를 되돌리려는 운동이 이어졌고, 국가 차원에서는 무역협정 재협상과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 무역이 지역 블록 안에서 더 촘촘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것이 세계화의 후퇴인지 재배치인지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세계화는 되돌릴 수 없는 자연법칙도, 곧 끝날 유행도 아닙니다. 정치적 선택에 따라 속도와 방향이 바뀌는 과정이죠. 4강에서는 이 과정을 가장 빠르게 밀어붙이는 층, 곧 디지털 연결을 봅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게마와트의 준세계화 주장이 근거로 삼은 관찰은?
준세계화는 흐름이 없다는 주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작다는 주장입니다. 거리와 공용어, 과거의 역사적 연결이 지금도 교역량을 강하게 예측한다는 점이 평평한 세계 서사에 대한 반증으로 쓰입니다.
문제 2. 리처의 맥도날드화 개념이 계승한 고전 사회학의 논의는?
효율성과 계산 가능성, 예측 가능성, 기술을 통한 통제는 베버가 관료제에서 읽어낸 합리화의 요소들입니다. 리처는 그 논리가 행정 조직을 넘어 소비와 여가의 영역까지 퍼졌다고 보았습니다. 1강의 관료제 논의와 곧바로 이어지는 대목입니다.
문제 3. 동아시아 맥도날드 연구가 보여 준 것과 가장 가까운 개념은?
홍콩과 베이징에서 맥도날드는 회전율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공간, 생일잔치 장소로 쓰였습니다. 본사가 설계한 논리가 지역의 문법을 통과하며 바뀐 것이죠. 동질화 명제 자체가 완전히 틀렸다기보다, 어느 층위를 보느냐에 따라 답이 갈린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문제 4. 이주가 수용국 임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상황을 옳게 서술한 것은?
1980년 마이애미 사례에서 초기 분석은 뚜렷한 타격을 찾지 못했고, 좁은 집단으로 다시 나눈 분석은 상당한 하락을 보고했으며, 그 표본의 타당성을 두고 다시 반박이 이어졌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진다는 점은 비교적 확립되었고, 이득과 부담의 집단별 분포가 논쟁 중입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문화가 섞이는 것을 풍요라고 부를 때와 침식이라고 부를 때, 우리는 각각 무엇을 지키려는 것일까요. 지켜야 할 지역 문화와 바뀌어도 좋은 지역 문화는 누가 구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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