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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학 2강. 물가가 오른다는 것

통계청은 물가가 3% 올랐다고 하는데 장바구니는 훨씬 무겁게 느껴집니다. 둘 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공식 물가상승률보다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더 높게 나타나는 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은 매일 마주치는 가격에 훨씬 민감하고 인상은 인하보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지수는 수백 개 품목을 소비 비중으로 가중평균하므로 자주 사는 품목의 급등이 희석되며, 서비스 요금도 지수에 포함되므로 세 번째 보기는 사실과 다릅니다.

물가를 잰다는 어려운 일

인플레이션은 개별 상품이 아니라 물가 수준 전반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입니다. 잴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대표적인 가구가 사는 물건과 서비스를 한 바구니에 담아 두고, 그 바구니 값이 얼마나 변했는지 추적하는 것이죠. 이것이 소비자물가지수(CPI)입니다.

문제는 바구니를 고정해 놓는 순간 생깁니다. 소고기가 비싸지면 사람들은 돼지고기로 갈아타는데, 고정된 바구니는 여전히 소고기를 그대로 담아 물가 상승을 과대평가합니다. 이것을 대체 편의라고 부릅니다.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10년 전 스마트폰과 지금 스마트폰이 같은 값이라면 물가는 그대로일까요. 성능은 몇 배가 됐으니 실질적으로는 싸진 셈인데, 이 품질 개선을 지수가 잡아내지 못하면 물가 상승은 한 번 더 부풀려집니다. 그렇다고 성능이 몇 퍼센트 좋아졌는지를 금액으로 환산하기가 쉬운 것도 아니어서, 그 조정 방식을 두고도 논쟁이 이어집니다. 여기에 주거비를 어떻게 넣느냐의 문제까지 겹칩니다.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의 주거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잡느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고, 집값 급등기에 지표와 체감의 간극이 벌어지는 지점이 대개 여기입니다.

수요가 밀어 올리나, 비용이 밀어 올리나

물가가 오르는 경로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사려는 힘이 만들 수 있는 양을 넘어설 때 생기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하나입니다. 소득이 늘고 신용이 풀리고 정부가 돈을 쓰면 상점의 물건이 먼저 동나고 가격표가 따라 올라갑니다. 다른 하나는 생산 비용이 튀어 오를 때 생기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입니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이 교과서적 사례로, 원유값이 뛰자 거의 모든 산업의 원가가 동시에 올랐습니다.

이 둘의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처방이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과열되어 생긴 물가는 금리를 올려 수요를 식히면 잡히지만, 공급 충격으로 생긴 물가에 같은 처방을 쓰면 물가는 잘 안 잡히면서 생산과 고용만 더 주저앉습니다. 통화량을 근본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오래된 전통입니다.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이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 단언했는데, 장기적 대세로는 널리 받아들여지는 반면 몇 년 단위의 국면에서 통화량과 물가의 연결이 느슨하다는 반론도 실증적으로 축적되어 있습니다. 어느 한쪽을 정답으로 외우기보다 두 주장이 각각 무엇을 잘 설명하는지 아는 편이 낫습니다.

화폐가 신뢰를 잃을 때

1923년 독일에서는 물가가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뛰었습니다. 봉급을 받으면 곧장 달려 나가 뭐든 사야 했고, 지폐 다발이 땔감보다 쌌다는 장면이 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광란은 신뢰의 문제였기에 신뢰로 끝났습니다. 그해 말 렌텐마르크라는 새 화폐가 도입되고 통화 발행에 제동이 걸리자 물가는 놀랄 만큼 빠르게 안정됐습니다. 짐바브웨는 2000년대 후반 같은 길을 갔습니다. 100조 단위가 찍힌 지폐가 실제로 발행됐고, 결국 2009년 정부가 자국 통화 사용을 사실상 포기하고 외화를 쓰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정리됐습니다.

두 사례가 남기는 교훈은 하나로 모입니다. 돈의 가치는 종이나 금속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 줄 것이라는 믿음에 얹혀 있습니다. 정부가 재정을 메우려고 발권력에 손대는 순간 그 믿음이 흔들리고, 사람들이 화폐를 서둘러 처분하기 시작하면 유통 속도가 빨라져 물가가 다시 뛰는 악순환이 걸립니다.

떨어지는 물가가 더 무서운 이유

그렇다면 물가가 내려가면 좋은 일 아닐까요. 지속적인 물가 하락, 곧 디플레이션은 오히려 더 다루기 어려운 병으로 꼽힙니다. 내년에 더 싸질 것이 확실하면 오늘 살 이유가 사라져 소비와 투자가 미뤄지고, 그 결과 수요가 줄어 물가가 더 내려가는 고리가 만들어집니다. 어빙 피셔가 1933년에 정리한 부채 디플레이션이 여기에 겹칩니다. 빚의 액수는 그대로인데 물가와 소득이 줄면 실질 부채 부담이 저절로 무거워지고, 갚으려고 자산을 팔면 자산값이 더 떨어집니다. 임금은 명목상 깎기가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기업은 임금 삭감 대신 해고를 택하기 쉽고, 금리는 0 아래로 내리기가 어려워 중앙은행의 무기도 빨리 바닥납니다. 다만 기술 진보로 생산비가 내려가 물가가 낮아지는 경우까지 싸잡아 위험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있으니, 수요 붕괴형 물가 하락과 공급 개선형 물가 하락은 구분해야 합니다.

누가 웃고 누가 우는가

인플레이션은 모두에게 똑같이 작용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예상 여부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물가 상승이 오면 고정 금리로 돈을 빌린 채무자는 실질적으로 가벼워진 빚을 갚게 되고, 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돌려받는 돈의 구매력이 줄어 손해를 봅니다. 대개 가장 큰 채무자는 정부이므로, 인플레이션이 조용히 걷어 가는 세금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반면 예상된 인플레이션은 계약에 미리 반영됩니다. 명목금리가 대략 실질금리에 기대 인플레이션을 더한 수준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채권자는 처음부터 그만큼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진짜 분배 효과를 만드는 것은 인플레이션 자체가 아니라 예상을 벗어난 부분입니다. 임금 인상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자, 현금과 예금을 들고 있는 사람, 연금처럼 고정된 명목 소득에 기대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지고, 실물 자산과 부채를 함께 가진 쪽이 유리해집니다. 물가와 짝을 이루는 또 하나의 지표인 고용은 다음 강에서 다룹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소비자물가지수의 대체 편의란 무엇일까요?
소고기가 비싸지면 소비자는 돼지고기로 옮겨 가는데 고정된 바구니는 소고기를 그대로 담고 있으므로 실제 생활비 상승보다 지수가 높게 나옵니다. 품질 개선을 지수가 잡아내지 못할 때에도 물가 상승이 과대평가된다는 점까지 함께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문제 2. 공급 충격으로 생긴 물가 상승에 금리 인상만으로 대응할 때 우려되는 결과는 무엇일까요?
원유값 급등처럼 비용 쪽에서 온 물가는 수요를 눌러도 원인이 사라지지 않으므로, 긴축은 물가 대신 경기를 먼저 때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요 견인인지 비용 인상인지 진단하는 일이 처방을 가른다는 것이 이 대목의 요점입니다.
문제 3. 1923년 독일의 초인플레이션이 진정된 계기로 본문이 든 것은 무엇일까요?
초인플레이션은 본질적으로 화폐 신뢰의 붕괴이므로, 신뢰를 되살리는 조치가 놀랄 만큼 빠르게 효과를 냈습니다. 배상 문제는 배경 요인이었지만 전액 면제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며 가격 동결은 이 사례의 해법이 아니었습니다.
문제 4. 예상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쪽은 누구일까요?
갚아야 할 금액은 그대로인데 돈의 구매력이 줄었으므로 채무자의 실질 부담이 가벼워집니다. 반대로 채권자와 현금 보유자와 고정 명목 소득자는 구매력을 잃으며, 예상된 인플레이션이라면 명목금리에 미리 반영되어 이런 이전이 크게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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