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유래 6화. 바이러스는 원래 독이라는 뜻
고대 로마인이 뱀독을 부르던 말이, 2천 년 뒤 감기와 컴퓨터를 동시에 감염시키게 됩니다.
풀고 시작
정체 모를 독에 붙인 이름
라틴어 virus는 뱀의 독액처럼 끈적하고 유해한 액체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독성이 강하다는 뜻의 virulent도 같은 뿌리에서 나왔죠. 오랫동안 의학에서는 정체 모를 감염성 물질을 뭉뚱그려 이렇게 불렀습니다. 이 막연한 단어가 정확한 과학 용어가 된 계기는 담배밭이었습니다. 1892년 러시아의 이바놉스키는 담배모자이크병에 걸린 잎의 즙을 세균도 통과하지 못하는 도자기 필터에 거른 뒤에도 병이 옮는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세균을 걸러냈는데도 병이 옮는다니, 당시 상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결과였죠. 1898년 네덜란드의 베이에린크는 이 여과성 병원체가 세균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라고 판단하고, 살아 있는 전염성 액체라 부르며 virus라는 옛 단어를 여기에 붙였습니다. 세균보다 작아 광학현미경으로 보이지도 않던 이 존재의 실체는 전자현미경이 등장한 1930년대에야 눈으로 확인됩니다. 이름이 실물보다 40년 먼저 붙은 셈이죠. 이 미시 세계의 이야기는 생물학 서가에서 제대로 다룹니다.
컴퓨터로 옮겨붙다
단어의 두 번째 도약은 1980년대에 일어납니다. 미국의 대학원생 프레드 코언은 다른 프로그램에 자기 복제 코드를 심어 퍼지는 프로그램을 연구했고, 1984년 논문에서 이를 컴퓨터 바이러스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이름은 지도교수 레너드 에이들먼의 제안이었다고 알려져 있죠.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 하고, 숙주에 침입해 그 자원으로 자기를 복제하며 퍼진다는 생물학적 은유가 소름 돋게 정확히 들어맞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터넷 시대에 세 번째 확장이 옵니다. 콘텐츠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감염되듯 퍼진다는 뜻의 "바이럴(viral)"이 그것이죠. 뱀독을 가리키던 고대의 단어가 감기와 컴퓨터를 거쳐, 이제는 밈이 퍼지는 방식까지 설명하고 있는 겁니다. 2천 년 동안 뜻을 세 번 갈아탄, 보기 드물게 생명력 강한 단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