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 1화. 아킬레스는 거북을 영원히 못 따라잡는다?
그리스 최고의 달리기 선수가 거북 한 마리에게 지는 논증이 2천 년 넘게 깨지지 않았습니다.
풀고 시작
발 빠른 영웅과 느림보 거북의 경주
기원전 5세기, 엘레아의 제논(Zeno)은 이상한 경주를 제안합니다.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이자 그리스 최고의 준족인 아킬레스가 거북에게 100미터를 양보하고 출발합니다. 아킬레스가 100미터 지점에 도착하면 거북은 그사이 10미터를 더 갔습니다. 아킬레스가 그 10미터를 따라가면 거북은 또 1미터 앞서 있죠. 이 과정은 끝없이 반복됩니다. 따라잡으려면 무한히 많은 구간을 지나야 하는데, 무한한 일을 어떻게 유한한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을까요. 그래서 아킬레스는 영원히 거북 뒤에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몇 초면 추월합니다. 제논도 그걸 몰랐을 리 없습니다. 그의 진짜 표적은 "운동은 실재한다"는 상식 자체였습니다. 스승 파르메니데스가 "변화는 환상이다"라고 주장하자 세상이 비웃었고, 제논은 반대로 운동을 인정하면 이런 모순이 쏟아진다는 논증 묶음을 만들어 응수한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전하는 제논의 역설만 네 가지나 됩니다.
무한을 더했는데 유한이 나온다
해답의 열쇠는 19세기에야 완전히 정리됩니다. 100 + 10 + 1 + 0.1 + ... 처럼 무한히 많은 수를 더해도, 합이 유한한 값에 수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무한합은 정확히 111.11...미터, 즉 1000/9미터로 수렴합니다. 아킬레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거북을 따라잡습니다. 구간의 개수는 무한하지만 각 구간을 지나는 시간도 같은 비율로 짧아져서, 전체 시간 역시 유한하게 끝나죠.
이 "무한 과정의 유한한 끝"을 엄밀하게 다루는 도구가 바로 극한(limit)입니다. 코시와 바이어슈트라스가 다듬은 이 개념 덕분에 제논의 화살은 마침내 과녁을 빗나가게 됩니다. 다만 철학자들 중에는 극한이 계산은 해결해도 "무한한 과제를 하나하나 수행해 마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형이상학적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천 년 묵은 역설은 그렇게 아직도 꼬리 하나를 남겨 두고 있습니다.
인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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