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유래 1화. 로봇은 연극 무대에서 태어났다
공학 연구실이 아니라 체코의 한 극작가 서재에서, 그것도 동생의 한마디로 태어난 단어입니다.
풀고 시작
부역을 뜻하던 말
1920년,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는 인조인간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다 끝내 반란을 일으키는 희곡 R.U.R.(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을 발표합니다. 인간처럼 생겼지만 임금도 휴식도 필요 없는 인공 노동자를 공장에서 찍어내 파는 회사의 이야기였죠. 그런데 이 존재들을 뭐라고 부를지가 문제였습니다. 차페크는 처음에 라틴어에서 노동을 뜻하는 말을 따와 "labori"라고 지으려다 어딘가 학술적이고 딱딱하다고 느꼈습니다. 고민을 털어놓자 화가였던 형제 요세프 차페크가 그림을 그리던 손을 멈추지도 않고 한마디를 던집니다. "로보티(roboti)라고 하지 그래?" 체코어 robota는 봉건 시대 농노가 영주에게 바치던 강제 노동, 즉 부역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슬라브어권에서 노예를 뜻하는 말과 뿌리를 나누는, 무게가 실린 단어였죠. 대가 없이 부려지는 존재라는 어감이 인조 노동자에게 정확히 들어맞았던 겁니다. 카렐은 훗날 이 작명의 공을 형제에게 돌리는 글을 직접 남기기도 했습니다.
무대를 휩쓸고 사전에 오르다
R.U.R.은 1921년 프라하 초연 이후 유럽과 미국 무대를 휩쓸었고, 로봇이라는 단어는 몇 년 만에 여러 언어의 사전에 올랐습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정작 차페크의 로봇은 금속 기계가 아니라 합성 원형질로 빚은 유기체였습니다. 우리가 떠올리는 강철 몸체의 이미지는 후대의 영화와 소설이 덧씌운 것이죠. 그리고 이 단어를 과학의 영역으로 끌고 간 사람이 아이작 아시모프입니다. 그는 1941년 단편에서 로봇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뜻으로 로봇공학(robotics)이라는 말을 썼는데, 본인은 훗날 이미 있는 단어인 줄 알고 썼다고 회고했습니다. 물리학(physics)이 있으니 로봇학도 당연히 robotics겠거니 했다는 거죠. 부역을 뜻하던 체코어가 연극 무대를 거쳐, 한 세기 만에 실제 산업과 학문의 이름이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