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흑역사 3화. 두개골 혹으로 성격을 읽던 시대
19세기 유럽에서는 머리를 만져 보고 사람을 채용하고, 배우자를 고르고, 인종을 서열화했습니다. 과학의 이름으로요.
풀고 시작
뇌 지도를 두개골에 그리다
18세기 말 독일의 의사 프란츠 요제프 갈(Franz Joseph Gall)은 대담한 가설을 세웠습니다. 정신 기능은 뇌의 서로 다른 부위가 담당하고, 어떤 기능이 발달하면 그 부위가 커지며, 커진 뇌가 두개골을 밀어 올려 혹이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 머리의 요철을 만지면 그 사람의 자비심, 호전성, 수리 능력까지 읽을 수 있다고 했죠. 그는 두개골을 27개 영역으로 나눈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근거였습니다. 시인의 머리 몇 개, 죄수의 머리 몇 개를 만져 보고 일반화한, 사실상 일화 수집이었습니다.
유행이 되고 무기가 되다
골상학(phrenology)은 19세기 전반 영국과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했습니다. 골상학 상담소가 성업했고, 고용주는 지원자의 머리를 만져 보고 채용을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더 어두운 쪽도 있었습니다. 두개골 모양으로 인종의 우열을 매기고 식민 지배와 노예제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동원된 겁니다. 반박하기 어려운 구조도 한몫했습니다. 예측이 맞으면 이론의 승리, 틀리면 "다른 부위가 상쇄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었으니까요. 틀릴 수 없는 이론은 과학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고전적 사례입니다.
절반의 진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갈의 핵심 직관 하나는 옳았습니다. 뇌 기능이 부위별로 나뉜다는 국재화(localization) 자체는 1861년 브로카(Paul Broca)가 언어를 담당하는 뇌 영역을 발견하면서 사실로 확인됐죠. 틀린 것은 나머지 전부였습니다. 자비심 같은 복잡한 성격은 한 부위에 깔끔하게 살지 않고, 뇌 부위의 크기가 두개골의 혹으로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옳은 직관과 엉터리 방법이 뒤섞인 이 학문은, 방법이 틀리면 직관이 옳아도 사이비가 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진짜 뇌 지도가 궁금하다면 신경과학 서가로 이어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