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뒤집기 3화. 우주에서 만리장성은 안 보입니다
인류가 우주에 나가기 한참 전부터, 사람들은 우주에서 만리장성이 보인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풀고 시작
우주 시대보다 늙은 신화
이 신화의 재미있는 점은 나이입니다. 최초의 인공위성이 1957년에 올라갔는데, 만리장성이 달에서 보일 것이라는 주장은 그보다 수십 년 앞서 있었습니다. 1932년 미국의 만화 시리즈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Ripley's Believe It or Not)는 만리장성을 달에서 보이는 유일한 인공물이라고 소개했고, 비슷한 추측은 그 이전 문헌에도 등장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즉 누구도 검증할 수 없던 시절에 태어난 상상이, 검증 수단이 생긴 뒤에도 그대로 살아남은 경우입니다. 심지어 한때는 교과서에도 실렸습니다.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
검증의 기회는 왔습니다. 2003년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가 귀환 직후 만리장성이 보였느냐는 질문에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고, 이 답변은 중국 교과서 수정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달까지 다녀온 아폴로 우주인들의 증언은 더 단호합니다. 달에서 보이는 것은 흰 구름과 파란 바다, 대륙의 윤곽 정도이며 인공 구조물은 어느 것도 식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구 저궤도에서는 도시의 불빛이나 공항, 대형 댐처럼 폭이 넓고 대비가 강한 인공물이 오히려 눈에 띕니다. 만리장성만 특별히 보인다는 이야기는 순서가 거꾸로 된 셈이죠.
길이가 아니라 폭이 문제입니다
이유는 단순한 기하학입니다. 보이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길이가 아니라 시야각, 즉 폭입니다. 만리장성의 폭은 대략 5미터에서 10미터 남짓입니다. 고도 400킬로미터의 저궤도에서 폭 6미터짜리 구조물을 내려다보는 일은, 3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의 머리카락 한 올을 알아보는 일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사람 눈의 분해능이 감당할 수 없는 각도죠. 게다가 성벽은 주변 산등성이와 비슷한 흙색이라 대비도 약합니다. 아무리 긴 실이라도 가늘면 멀리서 안 보이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만리장성의 위대함은 우주에서 보이느냐가 아니라 2천 년 넘게 쌓아 올린 시간에 있으니, 신화가 걷혀도 성벽은 조금도 낮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