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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 6화. 만실인데 손님을 받는 호텔

방이 하나도 안 비었는데 지배인은 웃으며 말합니다. "네, 무한히 많은 분도 모실 수 있습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객실이 무한개인 호텔이 만실일 때 새 손님 한 명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n호실 손님을 n+1호실로 옮기면 모든 손님이 방을 갖고도 1호실이 빕니다. 방이 무한개라 마지막 방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죠. 만실이라는 상태 자체는 성립합니다. 모든 방에 손님이 있으니까요.

지배인의 첫 번째 마술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David Hilbert)가 1920년대 강연에서 소개한 사고실험입니다. 객실이 1호, 2호, 3호, ... 끝없이 이어지는 호텔이 있고, 모든 방에 손님이 들어 있습니다. 그때 새 손님이 도착합니다. 유한한 호텔이라면 정중히 돌려보내야겠지만 이곳의 지배인은 태연하게 안내방송을 켭니다. "모든 투숙객께서는 옆방으로 한 칸씩 이동해 주십시오." 1호실 손님은 2호실로, 2호실 손님은 3호실로, n호실 손님은 n+1호실로. 유한한 호텔이라면 마지막 방 손님이 갈 곳이 없겠지만, 이 호텔에는 마지막 방이 없습니다. 아무도 쫓겨나지 않았는데 1호실이 비고, 새 손님이 입실합니다.

무한 명의 새 손님이 탄 버스가 도착해도 문제없습니다. 기존 손님을 n호실에서 2n호실로 옮기면 홀수 번호 방이 전부 비고, 버스의 k번째 손님이 2k-1호실로 들어가면 됩니다. 만실인 호텔이 투숙객 수를 두 배로 늘린 셈이죠.

부분이 전체와 같은 세계

유한의 세계에서는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가 철칙입니다. 그런데 방금 호텔에서는 짝수 번호 방(부분)이 전체 손님을 다 받아냈습니다. 자연수와 짝수를 1대 2, 2대 4, 3대 6으로 짝지으면 하나도 남거나 모자라지 않죠. 게오르크 칸토어(Georg Cantor)는 이 짝짓기, 즉 일대일대응을 무한의 크기를 재는 자로 삼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의 진부분집합과 크기가 같다"는 성질이야말로 무한집합의 정의라고 뒤집어 버렸습니다. 유한의 상식이 무너지는 지점을 결함이 아니라 정의로 삼은 것입니다.

그래서 힐베르트 호텔은 모순이 아닙니다. 셀 수 있는 무한, 즉 가산 무한이 우리의 유한 직관과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는지 보여 주는 진열장이죠. 다만 칸토어의 이야기에는 반전이 하나 더 있습니다. 0과 1 사이의 모든 실수가 손님으로 몰려오면, 이 만능 호텔로도 감당이 안 된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무한에도 급이 있기 때문이죠. 그 이야기는 칸토어 강에서 이어집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무한 명의 새 손님을 받을 때 지배인이 쓴 방법은 무엇일까요?
n호실 손님을 2n호실로 보내면 기존 손님 전원이 짝수 방에 수용되고, 홀수 방이 무한개 비어 무한 명의 새 손님이 들어갑니다. 아무도 내보내지 않고 증축도 없이 해결하는 것이 이 마술의 묘미입니다.
문제 2. 힐베르트 호텔이 보여 주는 무한집합의 핵심 성질은 무엇일까요?
자연수 전체와 짝수 전체가 일대일로 짝지어지듯, 자기 부분과 크기가 같을 수 있다는 것이 무한집합의 정의적 성질입니다. 무한의 크기가 모두 같다는 것은 오히려 틀린 말로, 칸토어는 실수의 무한이 자연수의 무한보다 크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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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지 · 궁금하면 모던지 GitHub ·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