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뒤집기 6화. 우리는 뇌를 이미 다 씁니다
몸무게의 2퍼센트가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쓰는데, 그 90퍼센트가 놀고 있을 리 없습니다.
풀고 시작
잠재력 장사꾼이 사랑한 숫자
인간은 뇌의 10퍼센트만 쓴다, 나머지를 깨우면 천재가 된다. 자기계발서와 영화가 사랑해 온 이 신화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유력한 추정 하나는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입니다. 그는 20세기 초에 인간이 잠재력의 일부만 쓰고 있다고 썼는데, 이 수사적 문장이 훗날 뇌의 10퍼센트라는 구체적 숫자로 왜곡되어 퍼졌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라는 버전도 돌아다니지만 근거 있는 출처는 확인된 적이 없습니다. 잠재력이라는 모호한 말이 퍼센트라는 정확해 보이는 숫자로 바뀌는 순간, 신화는 과학의 옷을 입었습니다.
뇌영상과 손상 환자가 보여준 것
증거는 신화의 반대편에 쌓여 있습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들여다본 뇌는 단순한 과제 중에도 여러 영역이 동시에 켜지고, 하루에 걸쳐 보면 놀고 있는 영역이 사실상 없습니다. 멍하니 쉴 때조차 활발해지는 회로가 따로 있을 정도죠. 뇌 손상 연구는 더 직접적입니다. 만약 90퍼센트가 잉여라면 뇌졸중이나 외상으로 어디를 다쳐도 대부분 무사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작은 손상도 위치에 따라 언어, 기억, 성격에 뚜렷한 결손을 남깁니다. 버려도 되는 부위가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진화는 낭비를 봐주지 않습니다
에너지 장부를 펴 보면 신화는 더 궁색해집니다. 뇌는 체중의 2퍼센트 남짓이면서 몸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가량을 소모하는 대식가입니다. 그 90퍼센트가 평생 놀고먹는 조직이라면, 진화가 이 낭비를 수백만 년 동안 봐주었을 리 없습니다. 신경계는 쓰지 않는 연결을 가지치기로 정리해 버릴 만큼 알뜰하니까요. 뇌가 어떤 구조로 이 에너지를 쓰는지 궁금해지셨다면 신경과학 강에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상식 뒤집기 시리즈는 여기까지입니다. 우리는 이미 뇌를 다 쓰고 있으니, 남은 일은 잘 쓰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