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흑역사 1화. 불타는 것마다 들어 있다던 유령 물질
100년 동안 유럽 최고의 화학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그 삽질이 화학을 만들었습니다.
풀고 시작
잘 타는 것은 플로지스톤이 많다?
나무는 활활 타는데 돌은 왜 안 탈까요. 18세기 초 독일의 화학자 게오르크 슈탈(Georg Ernst Stahl)은 명쾌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타는 물질 속에는 플로지스톤(phlogiston)이라는 불의 원소가 들어 있고, 연소란 그것이 빠져나가는 현상이라는 겁니다. 숯처럼 잘 타는 것은 플로지스톤 덩어리, 재처럼 안 타는 것은 플로지스톤이 다 빠진 껍데기라고 설명했죠. 밀폐된 병 안에서 촛불이 꺼지는 것도 "공기가 플로지스톤으로 포화됐기 때문"이라고 풀었습니다. 웬만한 현상이 다 설명되니, 유럽의 화학자들은 100년 가까이 이 틀 안에서 연구했습니다.
저울이 유령을 잡다
그런데 이상한 데이터가 하나 있었습니다. 금속을 태우면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갔으니 가벼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무거워졌습니다. 옹호자들은 "플로지스톤은 음의 무게를 가진다"는 궁색한 해명까지 내놓았죠. 프랑스의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는 밀폐 용기와 정밀 저울로 반격했습니다. 연소는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는 현상이었고, 늘어난 무게는 결합한 산소의 무게였습니다. 1783년 그는 플로지스톤설을 정면으로 논박했고, 화학은 "측정하는 과학"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틀린 이론의 유산
반전은 여기 있습니다. 플로지스톤설은 틀렸지만 쓸모없지 않았습니다. 흩어져 있던 연소, 금속의 녹, 호흡을 하나의 원리로 묶으려 한 최초의 통합 이론이었고, 그 틀을 검증하려는 실험들이 산소 발견으로 이어졌으니까요. 산소를 처음 분리한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조차 죽을 때까지 그 기체를 "플로지스톤이 빠진 공기"라고 불렀습니다. 과학은 정답의 목록이 아니라, 틀린 답을 정교하게 기각해 온 역사입니다. 원자론이 걸어온 비슷한 여정은 화학 서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