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 3화. "이 문장은 거짓이다"
여섯 글자짜리 문장 하나가 논리학 전체를 2천 년 넘게 괴롭혔습니다.
풀고 시작
크레타 사람이 말했다, 크레타 사람은 다 거짓말쟁이라고
기원전 6세기 크레타의 현자 에피메니데스(Epimenides)가 "크레타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런데 에피메니데스 본인이 크레타 사람입니다. 이 말이 참이면 그도 거짓말쟁이니 이 말은 거짓이 되어야 하죠. 이 문장은 신약성서 디도서에도 인용될 만큼 고대부터 유명했습니다. 다만 엄밀히 따지면 이 버전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습니다. 다른 크레타 사람 중 정직한 이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의 말이 그냥 거짓이 되면서 모순 없이 끝나거든요.
그래서 논리학자들은 구멍을 막은 순수한 버전을 씁니다. "이 문장은 거짓이다." 참이라 해도 모순, 거짓이라 해도 모순. 이번에는 도망갈 곳이 없습니다. 문제의 뿌리는 문장이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한다는 것, 즉 자기지시(self-reference)입니다. 고대의 논리학자 필레타스는 이 문제를 고민하다 야위어 죽었다는 전설까지 전해질 정도로, 이 짧은 문장은 오래도록 골칫거리였습니다.
타르스키의 처방: 언어에 층을 나눠라
20세기 논리학자 알프레트 타르스키(Alfred Tarski)는 과감한 진단을 내립니다. 일상 언어처럼 자기 문장의 참과 거짓을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언어에서는 이 역설을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의 처방은 언어의 계층화였습니다. 어떤 언어의 문장이 참인지는 그 언어 안에서 말하지 말고, 한 단계 위의 메타언어(metalanguage)에서만 말하게 하자는 것이죠. 이 체계에서 "이 문장은 거짓이다"는 자기 층에서 자기 참값을 말하려 하므로 애초에 만들 수 없는 문장이 됩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괴델은 이 자기지시 구조를 역으로 이용해 "이 문장은 증명할 수 없다"에 해당하는 수학적 문장을 만들었고, 그것이 불완전성 정리의 심장이 되었습니다. 역설을 자세히 보고 싶다면 논리학 6강을, 그 폭발력을 보고 싶다면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