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흑역사 4화. 고기에서 구더기가 저절로 생긴다던 상식
인류는 2000년 동안 생명이 진흙과 고기에서 저절로 솟아난다고 믿었습니다. 그 상식을 끝낸 것은 목이 구부러진 유리병 하나였습니다.
풀고 시작
아리스토텔레스의 상식
썩은 고기를 며칠 두면 구더기가 꼬입니다. 장마철 진흙탕에는 어느새 벌레가 우글거리죠. 고대인의 눈에 결론은 자명했습니다. 생명은 적당한 물질에서 저절로 생겨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자연발생설(spontaneous generation)을 체계화한 뒤, 이것은 2000년 가까이 서양의 상식이었습니다. 첫 균열은 1668년에 왔습니다. 이탈리아의 레디(Francesco Redi)가 고기를 병에 담고 한쪽은 열어 두고 한쪽은 천으로 덮었더니, 파리가 앉을 수 없는 병에서는 구더기가 생기지 않았죠. 구더기는 고기의 자식이 아니라 파리의 자식이었습니다.
미생물이라는 마지막 보루
그럼 끝났을까요. 하필 그 무렵 현미경이 미생물의 세계를 열었습니다. 눈에 안 보이는 이 작은 생물들만큼은 저절로 생기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살아남았죠. 고깃국물을 끓여 밀봉하면 미생물이 안 생긴다는 실험에는 "밀봉 때문에 생명에 필요한 공기가 차단된 것"이라는 재반박이 따라붙었습니다. 1859년 프랑스 과학아카데미는 아예 현상금을 걸었고, 파스퇴르(Louis Pasteur)가 응수했습니다. 플라스크의 목을 백조 목처럼 S자로 길게 구부린 겁니다. 공기는 자유롭게 드나들지만, 먼지와 미생물은 굽은 목에 걸려 들어오지 못합니다. 끓인 국물은 몇 달이 지나도 맑았고, 목을 부러뜨리자 곧 미생물이 번식했습니다. 반박의 퇴로가 모두 막혔습니다.
생명은 생명에서, 그런데 최초의 생명은?
파스퇴르의 승리로 "모든 생명은 생명에서 나온다"가 확립됐고, 이 원리는 멸균과 저온살균으로 이어져 수많은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묘한 꼬리가 남습니다. 모든 생명이 생명에서 왔다면, 지구 최초의 생명은 어디서 왔을까요. 이 질문은 사이비가 아니라 현대 과학의 최전선 주제가 됐습니다. 그 이야기는 생명의 기원 강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