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 2화. 부품을 다 갈아 끼운 배는 같은 배일까
널빤지 한 장 바꿨을 뿐인데, 어느새 배 전체가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풀고 시작
아테네 항구의 오래된 배 한 척
고대 아테네 사람들은 영웅 테세우스가 크레타에서 타고 돌아온 배를 수백 년간 항구에 보존했다고 전해집니다. 널빤지가 썩으면 새것으로 갈아 끼우면서요. 1세기의 전기 작가 플루타르코스(Plutarchos)는 영웅전에서 이 배가 철학자들 사이의 단골 논쟁거리였다고 기록합니다. 어떤 이들은 같은 배라고 했고, 어떤 이들은 이미 다른 배라고 했다는 것이죠.
부품을 하나씩 전부 교체한 뒤에도 이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일까요. 널빤지 한 장 바꿨을 때 다른 배가 되었다고 말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한 장이 쌓이고 쌓여 원래 부품이 하나도 안 남았다면, 어느 순간 다른 배가 된 걸까요. 그렇다면 그 "어느 순간"은 대체 언제였을까요. 아무도 답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역설의 첫 번째 가시입니다.
홉스가 판을 키운다
17세기 철학자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여기에 얄미운 변형을 하나 얹습니다. 누군가 버려진 헌 널빤지를 몰래 모아 두었다가, 그걸로 배를 한 척 다시 조립했다고 해 봅시다. 이제 항구에는 배가 두 척입니다. 계속 수리되어 온 배와, 원래 부품으로만 이루어진 배. 둘 중 어느 쪽이 진짜 테세우스의 배일까요. "원래 재료"를 기준으로 삼으면 두 번째 배가, "연속적인 역사"를 기준으로 삼으면 첫 번째 배가 진짜입니다. 두 배가 동시에 진짜일 수는 없으니, 멀쩡해 보이던 두 기준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죠.
이 문제는 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의 세포도 상당수가 몇 년 주기로 교체됩니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요. 회사가 창업 멤버와 사업을 전부 바꿔도 같은 회사일까요. 무엇이 대상을 "그것"으로 만드는가, 재료인가 형상인가 역사인가. 이 물음은 형이상학의 존재론과 인격 동일성 논쟁으로 곧장 이어집니다. 형이상학 강의에서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