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란 무엇인가 3강. 생명의 기원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무엇이 아닌지, 그리고 어디를 파야 하는지는 알고 있죠.
풀고 시작
자연발생설의 죽음
썩은 고기에서 구더기가 저절로 생긴다. 지금 들으면 웃음이 나오지만, 19세기 중반까지도 미생물은 썩는 물질에서 저절로 생긴다는 자연발생설(spontaneous generation)이 진지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1668년 레디(Francesco Redi)가 고기를 천으로 덮으면 구더기가 생기지 않음을 보였지만, 현미경으로 발견된 미생물에 대해서는 논쟁이 이어졌죠. 이를 끝낸 것이 파스퇴르(Louis Pasteur)의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입니다(1859년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의 현상 공모에 답한 연구로, 1862년 수상했습니다). 플라스크의 목을 S자로 구부리면 공기는 통하지만 먼지는 굽은 곳에 가라앉습니다. 끓인 배양액은 이 상태로 몇 달이 지나도 썩지 않았고, 목을 부러뜨리자 곧 미생물이 번성했습니다. 생명은 생명에서만 온다는 것이 확립된 순간이죠. 그런데 이 승리는 곧바로 더 어려운 질문을 낳습니다. 그렇다면 최초의 생명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요.
밀러-유리 실험: 성과와 한계
1953년, 시카고 대학의 한 대학원생이 플라스크 안에 원시 지구를 통째로 재현해 보겠다는 대담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밀러(Stanley Miller)는 지도교수 유리(Harold Urey)의 아이디어를 실험으로 옮겨, 초기 지구 대기로 추정한 메탄, 암모니아, 수소, 수증기 혼합 기체에 번개를 흉내 낸 전기 방전을 일주일간 가했습니다. 그랬더니 플라스크 바닥의 물에서 글리신을 포함한 여러 아미노산이 검출되었죠. 생명의 재료가 평범한 화학 반응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최초의 실험적 증거였습니다.
물론 한계도 분명합니다. 첫째, 이후 지질학 연구는 초기 대기가 밀러의 가정만큼 환원적이지 않고 이산화탄소와 질소 중심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런 조건에서는 수율이 크게 떨어지죠. 둘째, 아미노산은 어디까지나 재료일 뿐입니다. 벽돌이 생겼다고 집이 지어진 것은 아니며, 재료에서 자기 복제 시스템까지의 거리가 진짜 난제입니다.
RNA 세계 가설
그 난제의 핵심은 닭과 달걀 문제입니다. DNA의 정보를 읽으려면 단백질 효소가 필요하고, 단백질을 만들려면 DNA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어느 쪽이 먼저였을까요. 돌파구는 뜻밖에도 제3의 분자, RNA에서 나왔습니다. 1980년대 초 체크(Thomas Cech)와 올트먼(Sidney Altman)은 RNA가 정보 저장뿐 아니라 효소처럼 반응을 촉매할 수도 있음을 발견했습니다(리보자임, ribozyme. 1989년 노벨 화학상). 그렇다면 초기 생명은 정보와 촉매를 RNA 하나로 해결했고, DNA와 단백질은 나중에 분업으로 등장했다는 그림이 가능해집니다. 1986년 길버트(Walter Gilbert)가 이를 RNA 세계(RNA world) 가설로 명명했죠. 현재 세포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리보솜의 촉매 중심부가 단백질이 아니라 RNA라는 사실은 이 가설의 강력한 정황 증거로 꼽힙니다. 다만 RNA 뉴클레오타이드 자체가 초기 지구에서 어떻게 합성되고 농축되었는지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심해 열수구 가설
햇빛도 번개도 닿지 않는 깜깜한 심해 바닥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다면 어떨까요. 재료가 아니라 에너지에서 출발하는 접근이 있습니다. 심해의 열수구(hydrothermal vent)는 뜨거운 광물질 물이 솟는 굴뚝으로, 특히 알칼리성 열수구는 미세한 광물 구멍이 벌집처럼 얽혀 있습니다. 이 구멍 벽을 사이에 두고 알칼리성 열수와 약산성 바닷물이 만나면 자연적인 양성자 농도 차이가 생기는데, 이것이 오늘날 모든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과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이 가설은 생명의 첫 단계를 복제가 아니라 대사로 보며, 광물 구멍이 원시 세포막의 역할을 대신했다고 제안합니다. 태양 빛도 번개도 필요 없다는 점에서 밀러-유리와는 전혀 다른 무대 설정이죠.
정직한 결론
자연발생설 반박은 확립된 과학입니다. 그러나 최초 생명의 경로에 대해서는 RNA 세계, 열수구 대사 기원, 그 둘의 절충까지 경쟁 가설이 공존하며, 어느 것도 결정적 실험으로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40억 년 전의 사건은 화석을 거의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죠. 모른다는 사실을 정확히 아는 것, 그것이 이 분야의 현재 위치입니다. 다음 강에서는 일단 생겨난 생명이 얼마나 다양하게 갈라졌는지, 분류의 체계를 다룹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실험실에서 무생물로부터 자기 복제 화학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이 40억 년 전 실제 경로였다는 증명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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