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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 4강. 생물다양성 위기

문제는 지금까지 사라진 종의 수가 아니라 사라지는 속도입니다. 속도는 이미 대멸종급이고, 규모는 아직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현재 종의 멸종 속도는 화석 기록에서 추정한 배경 멸종률과 비교해 대략 어느 수준으로 평가될까요?
배경 멸종률은 대멸종이 없던 시기에도 늘 있어 온 자연 멸종의 속도입니다. 현재 속도는 이보다 수백 배 규모라는 추정이 학계 주류이고, 정확한 배수는 표본과 방법에 따라 100배에서 1000배까지 갈리죠. 100만 배 같은 수치는 근거가 없고, 비슷하다는 평가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양성의 세 층위

1840년대 아일랜드에서 백만 명 안팎이 굶어 죽은 재앙의 씨앗은, 놀랍게도 감자밭의 균일함이었습니다.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은 종의 수만 세는 개념이 아닙니다. 세 층위가 있습니다. 첫째는 유전자 다양성, 같은 종 안의 변이 폭입니다. 당시 아일랜드는 룸퍼라는 단일 감자 품종에 의존했고, 감자역병균이 퍼지자 유전적으로 균일한 밭 전체가 함께 무너졌습니다. 다양성은 개체군의 보험인 셈이죠. 둘째는 종 다양성입니다. 지금까지 기술된 종은 약 200만이지만, 실제 진핵생물은 800만 종이 넘는다는 추정(모라 등, 2011)이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종이 이름을 얻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겁니다. 셋째는 생태계 다양성입니다. 숲, 습지, 산호초 같은 서식지 유형 자체의 다양성이고, 한 생태계가 사라지면 그 안의 종과 유전자가 함께 사라집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인가: 과장 없이 따져 보기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습니다. 오르도비스기 말, 데본기 후기, 페름기 말(약 2억 5200만 년 전, 해양 종 대부분이 사라진 최대 사건), 트라이아스기 말, 그리고 공룡을 끝낸 백악기 말(6600만 년 전)입니다. 고생물학에서 대멸종은 대략 종의 75% 이상이 지질학적으로 짧은 기간에 사라지는 사건을 가리킵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현재는 아직 대멸종이 아닙니다. 1500년 이후 문서로 확인된 멸종은 900종 안팎이거든요. 그런데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바노스키(Anthony Barnosky) 연구진의 2011년 분석이 보여 준 요점은 규모가 아니라 속도입니다. 현재의 멸종 속도는 배경 멸종률의 수백 배로 추정되고, 지금 위협받는 종들이 실제로 사라진다면 수백 년 단위 안에 대멸종의 규모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미 6차 대멸종"이라는 단정도, "자연스러운 변동"이라는 안심도 모두 데이터를 넘어선 주장입니다.

무엇이 종을 지우는가

수십억 마리였던 새가 어떻게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됐을까요? 주요 원인은 순서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압도적 1위는 서식지 파괴입니다. 열대우림 벌채와 습지 매립은 종이 살 무대 자체를 없애 버립니다. 남획은 수십억 마리였던 여행비둘기를 1914년 신시내티 동물원의 마지막 개체 마사의 죽음으로 끝냈고, 1992년에는 캐나다 뉴펀들랜드 대구 어장을 붕괴시켜 조업 중단(모라토리엄)까지 갔습니다. 침입종은 공진화의 방어가 없는 섬에서 특히 치명적입니다. 2차 대전 후 괌에 유입된 갈색나무뱀은 토착 삼림 조류 대부분을 절멸시켰죠. 여기에 오염과, 서식지를 통째로 이동시키거나 소멸시키는 기후변화가 겹치고, 각 요인은 서로를 증폭합니다. 조각난 서식지의 작은 개체군은 유전자 다양성까지 잃어, 1강의 수학이 경고하는 절멸 소용돌이에 빨려 들기 쉽습니다.

보전은 작동하는가: 성공 사례와 생태계 서비스

그런데 비관만이 데이터는 아닙니다. 카슨(Rachel Carson)의 『침묵의 봄』(1962)이 촉발한 논쟁 끝에 미국은 1972년 DDT를 금지했고, 알을 깨뜨리는 껍질 얇아짐에 시달리던 흰머리수리는 회복되어 2007년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내려왔습니다. 상업 포경 중단 이후 혹등고래의 여러 개체군도 뚜렷이 회복됐죠. 보전은 투자한 만큼 작동한다는 것이 이 사례들의 공통 교훈입니다. 보전의 논리를 경제 언어로 옮긴 것이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s) 개념입니다. 수분(꽃가루받이), 물 정화, 탄소 저장, 홍수 조절처럼 생태계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기능을 말하는데, 코스탄자(Robert Costanza) 연구진은 1997년 그 가치를 연간 수십조 달러로 추산해 논쟁과 함께 이 개념을 주류로 끌어올렸습니다. 3강에서 본 물질 순환의 톱니 하나하나가 사실은 인류의 기반 시설이었던 셈이죠. 생명의 그물을 다뤄 온 생태학 과목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 과목에서는 그 그물의 한 매듭인 신경계 안으로 들어갑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아일랜드 감자 기근이 생물다양성의 세 층위 중 특히 보여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룸퍼 단일 품종은 유전적으로 사실상 클론이어서 감자역병균에 대한 저항성 변이가 없었습니다. 다양성은 환경 충격에 대한 개체군의 보험이라는 것이 이 사건의 교훈이죠. 병원체 유입 사건이기는 하지만 핵심 층위는 종이 아니라 유전자입니다.
문제 2. "현재가 여섯 번째 대멸종인가"에 대한 본문의 평가로 가장 정확한 것은 무엇일까요?
대멸종의 정의는 규모(약 75% 소실)이고 현재 확인된 멸종은 그에 한참 못 미칩니다. 그러나 속도가 배경 멸종률의 100~1000배로 추정된다는 것이 경고의 실체죠. 규모와 속도를 구분하는 것이 과장도 안심도 피하는 길입니다.
문제 3. 괌의 갈색나무뱀 사례가 보여 주는, 침입종이 섬에서 특히 치명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괌의 토착 조류는 뱀 포식자를 겪어 본 진화 역사가 없어 경계 행동도 방어 형질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대륙에서는 오랜 공진화로 힘의 균형이 잡혀 있지만 섬은 무방비죠. 기후나 포식자 부재 자체가 아니라 공진화 부재가 핵심입니다.
문제 4. 생태계 서비스 개념의 핵심 취지는 무엇일까요?
생태계가 공짜로 제공해 온 수분, 정화, 탄소 저장 같은 기능은 시장 가격이 없어 의사결정에서 무시되기 쉽습니다. 이를 가치로 환산해 보전을 경제 언어로 옹호하는 것이 취지이고, 코스탄자의 1997년 추산이 이 개념을 주류로 만들었습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생태계 서비스처럼 자연을 화폐 가치로 환산하는 전략은 보전의 강력한 무기일까요, 아니면 값이 안 나오는 종을 버려도 된다는 논리를 여는 함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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