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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 4강. 학습과 기억의 생물학

기억은 어딘가에 저장된 파일이 아니라, 시냅스의 세기가 바뀐 흔적입니다. 그리고 그 흔적은 꺼내 쓸 때마다 굵어집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배운 내용을 오래 기억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실험으로 확인된 방법은 무엇일까요?
뢰디거와 카피크의 실험에서 반복 읽기 집단은 며칠 뒤 시험에서 인출 연습 집단에게 크게 뒤졌습니다. 다시 읽기는 친숙감을 주지만 인출 경로를 강화하지 않죠. 기억을 꺼내는 행위 자체가 그 기억의 시냅스 흔적을 다시 굳힙니다.

헵의 규칙: 함께 발화하면 함께 연결된다

학습이 뇌의 물리적 변화라면, 그 변화는 대체 어디서 일어날까요? 캐나다의 심리학자 헵(Donald Hebb)은 1949년 『행동의 조직』에서 답의 형식을 제시했습니다. 세포 A가 세포 B를 발화시키는 데 반복적으로 기여하면, 두 세포 사이 연결의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후대가 "함께 발화하면 함께 연결된다"(fire together, wire together)라는 표어로 요약한 헵의 규칙(Hebbian rule)이죠. 이 규칙의 힘은 배선도를 바꾸지 않고도 학습을 설명한다는 데 있습니다. 뉴런을 새로 깔 필요 없이 기존 시냅스의 세기만 조절하면, 자주 함께 쓰인 경로가 점점 잘 통하는 길이 됩니다. 카할이 이미 시냅스 변화를 학습의 후보로 추측했지만, 헵은 그것을 검증 가능한 규칙으로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1949년에는 순수한 이론이었다는 점입니다.

LTP와 군소: 이론이 물질을 만나다

실험적 증거는 두 갈래에서 왔습니다. 1973년 블리스(Tim Bliss)와 뢰모(Terje Lømo)는 토끼 해마의 신경로에 고빈도 자극을 준 뒤, 같은 경로의 시냅스 반응이 몇 시간에서 며칠까지 커진 채 유지되는 현상을 보고했습니다. 장기증강(LTP, long-term potentiation), 곧 헵이 예언한 시냅스 세기 변화의 실물입니다. 한편 캔들(Eric Kandel)은 정반대 전략을 택했습니다. 인간 뇌 대신, 뉴런이 크고 수가 적은 바다달팽이 군소(Aplysia)의 아가미 움츠림 반사를 골라 학습을 시냅스 수준까지 추적한 것이죠. 그는 습관화와 민감화 같은 단순 학습이 특정 시냅스의 전달물질 방출량 변화로 환원됨을 보였고, 나아가 단기 기억은 기존 단백질의 수정으로, 장기 기억은 새 단백질 합성과 시냅스 구조 변화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밝혀 2000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기억이 세포와 분자의 언어로 번역된 순간입니다.

H.M.: 기억은 하나가 아니다

시냅스가 부품이라면 해마는 조립 공장입니다. 1953년 중증 간질 환자 H.M.(사후 헨리 몰레이슨으로 공개)은 양쪽 해마를 포함한 측두엽 안쪽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간질은 잡혔지만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수술 이후 그는 새로운 사실과 사건을 몇 분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순행성 기억상실에 갇혔거든요. 그런데 심리학자 밀너(Brenda Milner)의 검사에서 놀라운 균열이 드러납니다. 거울에 비친 별 모양을 따라 그리는 과제를 며칠간 연습시키자, 그는 연습한 사실 자체는 매번 잊으면서도 수행 실력은 정상인처럼 늘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사실과 사건에 대한 서술 기억과 몸에 배는 절차 기억은 별개의 시스템이고, 해마는 전자의 형성에만 필수입니다. 옛 기억은 상당 부분 남아 있었으므로, 해마는 기억의 영구 창고가 아니라 새 기억을 피질에 굳히는 공사 현장에 가깝습니다.

인출이 기억을 만든다: 문제풀이의 생물학

이 서가 전체가 문제풀이로 진행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기억 흔적은 꺼내 쓸 때 다시 불안정해졌다가 재고정되고, 성공적인 인출(retrieval)은 그 경로의 시냅스를 한 번 더 강화합니다. 뢰디거(Henry Roediger)와 카피크(Jeffrey Karpicke)의 2006년 실험에서, 글을 반복해서 읽은 집단은 직후 시험에서는 앞섰지만 일주일 뒤에는 읽는 대신 인출 시험을 본 집단에게 역전당했습니다. 다시 읽기는 유창한 친숙감만 주는 반면, 애써 꺼내는 행위는 흔적 자체를 개조합니다. 헵의 규칙으로 말하면, 인출은 표적 경로를 다시 발화시켜 다시 연결시키는 훈련인 셈이죠. 여러분이 방금 사전시험에서 틀렸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실패한 인출 시도가 이어질 학습의 효과를 키운다는 것까지 실험으로 확인되어 있거든요. 모던지가 강의를 문제로 시작하고 문제로 끝내는 설계의 근거가 바로 이 생물학입니다(왜 문제풀이인가 참고).

인출 문제

문제 1. 헵의 규칙이 학습 이론으로서 갖는 핵심 장점은 무엇일까요?
함께 발화한 세포 사이의 연결 효율이 높아진다는 규칙은, 구조 변경 없이 연결 강도의 조절만으로 경험이 뇌에 새겨지는 경로를 제시합니다. 1949년 당시에는 이론이었고, LTP 발견으로 실험적 실체를 얻었죠.
문제 2. 캔들이 군소를 연구 대상으로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군소는 단순한 신경계 덕분에 아가미 움츠림 반사의 회로를 세포 단위로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캔들은 이 단순 시스템에서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의 분자적 차이, 특히 장기 기억에 새 단백질 합성이 필요함을 밝혔죠. 참고로 군소에게 해마는 없습니다.
문제 3. H.M.이 거울 따라 그리기 실력은 늘면서 연습한 사실은 기억하지 못한 것이 보여 주는 바는 무엇일까요?
사건의 기억(연습했다는 사실)은 형성되지 않는데 기술은 향상되었으므로, 두 종류의 기억은 다른 신경 기반을 씁니다. 해마 절제가 절차 학습을 막지 못했다는 점이 분리의 결정적 증거죠. 밀너의 이 검사는 기억 시스템 분류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문제 4. 뢰디거와 카피크의 실험에서 일주일 뒤 성적이 역전된 이유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은 무엇일까요?
기억을 애써 꺼내는 것은 그 경로를 다시 발화시키는 일이고, 헵의 규칙대로 함께 발화한 연결은 강화됩니다. 다시 읽기는 친숙감이라는 착각을 줄 뿐 인출 경로를 훈련하지 않죠. 직후 시험에서는 읽기 집단이 앞섰다는 점이 이 착각의 증거입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기억이 인출될 때마다 다시 씌어진다면, 한 번도 꺼내지 않은 기억과 자주 꺼낸 기억 중 어느 쪽이 원본에 가까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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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지 · 궁금하면 모던지 GitHub ·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