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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지리 4강. 생물은 왜 거기에 살까

가장 좁은 곳이 20킬로미터 남짓한 해협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새와 짐승이 완전히 달라지는 선이 있습니다. 그 선을 발견한 사람이 진화론의 공동 발견자였습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열대의 사막에는 선인장이, 아프리카 사막에는 비슷하게 생긴 다육식물이 자랍니다. 이 닮음이 알려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메리카의 선인장과 아프리카의 유포르비아는 서로 다른 계통인데도 물을 저장하는 두꺼운 줄기와 가시라는 같은 해법에 도달했습니다. 수렴진화의 대표 사례죠. 형태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가까운 친척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기후 지도 위에 생물 지도가 겹칩니다

세계 식생 지도와 기후 지도를 겹쳐 보면 놀랄 만큼 잘 포개집니다. 기온과 강수의 조합이 비슷한 곳에는 구조가 비슷한 생태계가 자리 잡는데, 이 단위를 생물군계(biome)라고 부릅니다. 비가 많고 더운 곳에는 여러 층으로 겹친 열대우림이, 비가 계절에 몰리는 곳에는 풀과 드문드문한 나무가 섞인 사바나가, 물이 절대적으로 모자란 곳에는 사막 식생이 들어섭니다. 고위도로 가면 침엽수의 타이가가,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한계를 넘으면 툰드라가 나타납니다. 2강에서 본 쾨펜의 구분이 식생을 기준으로 삼았던 이유가 여기서 분명해집니다.

그런데 생물군계는 종의 목록이 아니라 생김새와 구조의 이름입니다. 아메리카 사막과 아프리카 사막은 둘 다 사막 생물군계지만 사는 종은 거의 겹치지 않습니다. 여기서 생물지리학의 진짜 질문이 나옵니다. 기후가 무대의 모양을 정한다면, 배우를 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월리스가 그은 선

답의 절반은 역사입니다. 1850년대 말레이 제도를 돌며 표본을 모으던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는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발리에서 배로 얼마 걸리지 않는 롬복으로 건너갔을 뿐인데, 새의 종류가 통째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서쪽에는 딱따구리와 호랑이 같은 아시아 계통이, 동쪽에는 앵무와 유대류 같은 오스트레일리아 계통이 있었죠. 기후도 식생도 거의 같은데 동물상만 갈라진 것입니다. 이 경계가 월리스선입니다.

수수께끼는 나중에 풀렸습니다. 빙하기에 해수면이 낮았을 때 서쪽 섬들은 아시아 대륙과 육지로 이어졌고 동쪽 섬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쪽에 붙었지만, 그 사이의 해협은 워낙 깊어 한 번도 마른 적이 없었습니다. 좁지만 한 번도 끊긴 적 없는 물길이 수백만 년 동안 두 세계를 갈라놓은 것이죠. 이 발견 위에서 세계를 구북구, 신북구, 신열대구, 동양구, 오스트레일리아구 등으로 나누는 생물지리구 구분이 세워졌습니다. 기후가 아니라 대륙의 이동과 격리의 역사가 그은 지도입니다.

면적과 거리가 종의 수를 정합니다

1967년 맥아더(Robert MacArthur)와 윌슨(Edward O. Wilson)은 섬의 종 수를 설명하는 대담한 모형을 내놓았습니다. 섬에 사는 종의 수는 새로 들어오는 이입과 사라지는 절멸이 균형을 이룬 지점에서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대륙에서 가까운 섬일수록 이입이 활발하고, 넓은 섬일수록 개체군이 커서 절멸이 드뭅니다. 그래서 크고 가까운 섬은 종이 많고, 작고 먼 섬은 종이 적습니다.

이 이론이 놀라웠던 것은 검증까지 해냈다는 점입니다. 윌슨과 심버로프는 플로리다 앞바다의 아주 작은 맹그로브 섬들에서 절지동물을 모두 없앤 뒤 회복 과정을 추적했고, 종 구성은 달라졌지만 종의 수는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왔습니다. 평형이 실재한다는 증거였죠.

조건 이입률 절멸률 결과
크고 가까운 섬 높음 낮음 종 수 최대
작고 먼 섬 낮음 높음 종 수 최소

이 모형은 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도시와 농지에 둘러싸여 조각난 숲도 생태적으로는 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큰 보호구역 하나가 나은지 작은 여러 개가 나은지를 두고 오랜 논쟁이 이어져 왔고, 답은 대상 종에 따라 달라진다는 쪽으로 정리되는 중입니다.

고립이 만드는 것과 사람이 지우는 것

고립은 종을 만듭니다. 어쩌다 섬에 닿은 소수의 개체는 본토 집단과 유전자를 주고받지 못한 채 그 섬의 조건에만 맞춰 갈라지고, 그 결과 지구에서 그곳에만 사는 고유종이 생깁니다. 하와이의 꿀먹이새 무리와 갈라파고스의 핀치들이 한 조상에서 부리 모양을 달리하며 퍼져 나간 사례죠.

문제는 그 과정이 방어를 함께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포식자가 없던 섬의 새들은 날 필요도, 도망칠 이유도 없었습니다. 모리셔스의 도도가 사람과 사람이 데려온 동물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날 인간은 화물선과 항공기로 종을 대륙 사이로 옮기며 월리스선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1935년 호주는 사탕수수 해충을 잡겠다며 사탕수수두꺼비를 들여왔는데, 해충은 거의 줄지 않았고 두꺼비는 독으로 토착 포식자를 죽이며 대륙을 가로질러 퍼졌습니다. 침입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생물학 서가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수백만 년의 격리가 만든 지도를 몇 세기 만에 다시 그리는 중이라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생물군계가 기후와 잘 대응하는데도 대륙마다 사는 종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생물군계는 종 목록이 아니라 구조와 생김새의 유형입니다. 기후가 무대를 정하고, 대륙 이동과 격리의 역사가 그 무대에 오를 배우를 정하죠. 그래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사막은 같은 생물군계이면서 종은 거의 겹치지 않습니다.
문제 2. 월리스선의 양쪽에서 동물상이 뚜렷하게 갈리는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무엇일까요?
빙하기에 서쪽 섬들은 아시아 대륙과, 동쪽 섬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쪽과 육지로 이어졌지만 그 사이 깊은 해협만은 계속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거리는 짧아도 한 번도 끊기지 않은 장벽이었던 셈이죠. 기후와 식생은 양쪽이 비슷합니다.
문제 3. 섬 생물지리학 평형이론이 예측하는 종 수의 순서로 옳은 것은 무엇일까요?
가까울수록 새로 들어오는 종이 많아 이입률이 높고, 넓을수록 개체군이 커서 절멸률이 낮습니다. 두 요인이 함께 작동해 크고 가까운 섬에서 평형 종 수가 가장 커지죠. 어느 한 요인만으로 설명하는 선택지는 이론의 절반만 옮긴 것입니다.
문제 4. 섬의 고유종이 외부에서 들어온 종에 특히 취약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고립은 고유한 형태를 만들어 주지만 겪어 보지 못한 포식자에 대한 방어까지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도도의 절멸과 호주 사탕수수두꺼비 사례가 그 결과를 보여 주죠. 몸집이나 번식 속도는 일관된 설명이 되지 못합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사람이 종을 대륙 사이로 옮기는 일이 계속된다면 생물지리구라는 구분은 언젠가 의미를 잃을까요. 아니면 새로운 경계가 다시 그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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