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3강. 종분화와 공통 조상의 증거
종의 경계는 창조의 칸막이가 아니라, 한 나무에서 갈라진 가지 사이의 거리입니다.
풀고 시작
종은 어떻게 갈라지는가
하나의 종이 어떻게 둘이 될까요. 생물학자 마이어(Ernst Mayr)의 생물학적 종 개념에 따르면 종은 실제로 또는 잠재적으로 교배하여 번식 가능한 자손을 낳는 집단입니다. 그렇다면 종분화란 하나의 집단이 더는 섞이지 않는 두 집단으로 갈라지는 사건이죠. 가장 흔한 경로는 지리적 격리입니다(이소적 종분화, allopatric speciation). 바다, 산맥, 빙하가 집단을 둘로 나누면 양쪽에서 서로 다른 변이가 선택되고 돌연변이가 독립적으로 쌓입니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만나도 교배가 성립하지 않는 지점, 곧 생식적 격리에 도달합니다. 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노새가 태어나지만 노새가 불임이므로 두 종이 별개인 것처럼, 격리는 교배 자체의 실패일 수도 잡종의 불임일 수도 있죠. 이 종 개념이 무성생식 생물과 화석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정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대륙에서 온 한 무리의 조상이 섬마다 격리되어 10여 종으로 갈라진 갈라파고스 핀치가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몸에 새겨진 역사
사람의 팔, 박쥐의 날개, 고래의 지느러미, 두더지의 앞발은 쓰임이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 뼈의 구성(상완골 하나, 요골과 척골, 손목뼈들, 손가락뼈들)이 같습니다. 이런 상동 기관(homologous structure)은 새로 설계했다면 이상하고 공통 조상의 유산을 개조했다면 자연스럽죠. 흔적 기관은 더 노골적입니다. 고래의 몸속에 떠 있는 골반뼈의 잔재, 동굴어의 퇴화한 눈, 사람의 꼬리뼈와 소름 반응(털을 세우던 근육의 유산)이 그렇습니다. 화석 기록은 지층의 순서와 생물 형태의 순서가 일치함을 보여줍니다. 선캄브리아기 지층에서 토끼 화석이 나오면 진화론은 무너진다는, 생물학자 홀데인의 것으로 전해지는 말처럼 이 일치는 반증 가능한 예측입니다.
분자가 말하는 같은 이야기
모든 생물은 사실상 동일한 유전 부호로 DNA를 읽습니다. 나아가 시토크롬 c 같은 단백질의 서열을 종끼리 비교하면, 해부학으로 그렸던 계통수와 거의 같은 나무가 나옵니다. 사람과 침팬지는 몇 글자 차이, 사람과 효모는 훨씬 큰 차이라는 식으로 차이의 크기가 갈라진 시점의 깊이를 반영하죠. 게놈에는 분자 수준의 흔적 기관도 있습니다. 사람의 DNA에는 비타민C 합성 효소 유전자의 고장 난 잔해가 남아 있는데, 같은 자리의 같은 고장을 다른 영장류들과 공유합니다. 각자 비타민C 합성을 잃은 것이 아니라 고장을 물려받았다는 뜻이죠. 화석, 해부학, 분자라는 서로 독립적인 증거들이 하나의 나무로 수렴한다는 사실이 공통 조상 가설의 힘입니다. 유전학 과목에서 본 DNA 비교 기술이 여기서 역사학의 도구가 됩니다.
걸어 다니던 고래
전이 화석은 큰 가지가 갈라지던 순간을 보여줍니다. 걷는 고래를 상상해 보셨나요. 약 5000만 년 전의 파키케투스는 네 발로 걷던 육상 포유류지만 고래 특유의 귀 뼈 구조를 지녔습니다. 이어서 "걷는 고래"라는 뜻의 암불로케투스, 완전한 수생이면서 작은 뒷다리 흔적을 지닌 바실로사우루스가 이어지죠. 분자 증거는 현생 동물 중 고래의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하마를 지목했고, 이후의 화석 연구가 이를 지지했습니다. 어류와 사지동물 사이의 틱타알릭(2006년 발표)은 연구진이 계통수와 지질도로 "이 시기의 지층을 파면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찾아낸 사례입니다.
계통수 읽는 법
계통수의 가지가 만나는 마디는 공통 조상을 뜻하고, 가지 끝의 현생종들은 모두 같은 시간, 곧 현재에 서 있습니다. 따라서 나무에 위아래 서열은 없습니다. 어느 마디든 축처럼 돌려도 의미가 같으므로 가지의 좌우 배치에도 뜻이 없죠. 묻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두 종의 공통 조상 마디가 얼마나 최근인가. 이 감각은 다음 강에서 인류의 자리를 찾을 때 그대로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