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 1강. 뉴런과 신호
뇌는 하나로 이어진 그물이 아니라, 서로 닿지 않은 채 대화하는 수백억 개의 섬입니다.
풀고 시작
골지와 카할: 같은 시상대에 선 두 적수
1906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공동 수상자 한 사람이 다른 수상자의 학설을 수상 강연으로 공격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1873년 이탈리아의 골지(Camillo Golgi)는 신경 조직을 은염으로 물들이는 염색법을 개발했습니다. 이 "검은 반응"은 신경세포의 전체 윤곽을 극소수만 골라 드러내는 기법으로, 처음으로 신경세포의 모양을 온전히 보여 주었죠. 그런데 정작 골지는 자신의 발견을 근거로 신경계가 하나로 이어진 연속 그물이라는 망상설(reticular theory)을 옹호했습니다. 스페인의 카할(Santiago Ramón y Cajal)은 같은 염색법을 개량해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신경계는 서로 붙어 있지 않은 독립 세포, 곧 뉴런(neuron)들의 집합이고 신호는 세포 사이의 틈을 건너 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뉴런주의(neuron doctrine)입니다. 19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두 사람에게 공동으로 주어졌는데, 골지는 수상 강연에서 뉴런주의를 정면으로 공격했고 카할은 그 태도에 경악했다고 회고했습니다. 판정은 전자현미경이 시냅스 틈을 직접 보여 준 1950년대에야 카할의 승리로 확정됩니다. 같은 데이터, 같은 도구에서 다른 결론이 나온 이 논쟁은 관찰이 이론을 자동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과학사의 고전적 사례입니다.
활동전위: 전부 아니면 전무
뉴런은 안팎의 이온 농도 차 덕분에 안쪽이 약 -70mV로 대전된 채 대기합니다. 이것이 휴지전위입니다. 자극이 들어와 막전위가 문턱값(대략 -55mV)을 넘으면 나트륨 통로가 열려 Na⁺가 쏟아져 들어오고 전위가 순간적으로 +쪽으로 뒤집힙니다. 곧이어 칼륨 통로가 열려 K⁺가 빠져나가며 원상 복구되죠. 이 1000분의 1초짜리 전기 스파이크가 활동전위(action potential)입니다. 핵심 성질은 전부 아니면 전무(all-or-none)입니다. 문턱을 못 넘으면 아무 일도 없고, 넘으면 항상 같은 크기의 전위가 발생합니다. 호지킨과 헉슬리는 오징어의 거대 축삭에 전극을 꽂아 이 원리를 정량화했고 1963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활동전위는 축삭을 따라 감쇠 없이 재생되며 전달되므로, 뉴런은 아날로그 세계 위에 디지털 신호를 얹은 셈입니다.
시냅스: 틈을 건너는 화학
축삭 말단에 도착한 활동전위는 다음 세포로 그냥 건너뛰지 못합니다. 두 뉴런 사이에는 약 20nm의 틈, 시냅스(synapse)가 있거든요(용어는 셰링턴이 1897년에 만들었습니다). 전기 신호는 여기서 화학 신호로 번역됩니다. 활동전위가 도착하면 소포에 담긴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 틈으로 방출되고, 건너편 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해 그 세포를 흥분시키거나 억제합니다. 화학 전달의 결정적 증거는 뢰비(Otto Loewi)의 1921년 실험입니다. 그는 개구리 심장의 미주신경을 자극해 심장을 느리게 만든 뒤, 그 심장을 담갔던 용액만 옮겨 부어 두 번째 심장까지 느려지게 했습니다. 신경이 어떤 물질을 내놓는다는 뜻이고, 그 물질은 아세틸콜린으로 밝혀졌죠. 실험 아이디어가 꿈에서 떠올랐다는 그의 회고담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전기와 화학이 교대하는 체계
정리하면 신경 신호는 한 가지 언어가 아닙니다. 뉴런 안에서는 전기(활동전위)로 달리고, 뉴런 사이에서는 화학(전달물질)으로 건넙니다. 이 교대 구조가 뇌 기능의 열쇠입니다. 시냅스는 단순한 중계소가 아니라 신호를 증폭, 억제, 통합하는 계산 지점이고, 하나의 뉴런은 수천 개의 시냅스 입력을 더하고 빼서 발화 여부를 결정합니다. 약물과 독이 작용하는 지점도 대부분 시냅스죠. 그리고 시냅스의 세기가 경험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이 학습의 생물학적 기초가 되는데, 이것이 4강의 주제입니다. 다음 강에서는 이런 뉴런들이 모여 만든 기관, 뇌의 전체 구조를 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골지와 카할은 같은 현미경 사진을 보고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관찰이 이론을 결정하지 못한다면, 과학 논쟁은 결국 무엇으로 판가름 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