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4강. 인류의 진화
우리는 사다리의 꼭대기가 아니라, 한때 무성했던 덤불에서 홀로 남은 마지막 가지입니다.
풀고 시작
루시가 바꾼 그림
1974년 에티오피아 하다르에서 도널드 조핸슨 연구팀이 약 320만 년 전의 화석 골격을 발굴했습니다. 전체의 40%가량이 남은 이례적으로 온전한 표본으로, 발굴 캠프에서 흘러나오던 비틀스 노래에서 루시라는 이름을 얻었죠. 종명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입니다. 루시의 뇌는 침팬지 수준으로 작았지만 골반과 대퇴골은 두 발 걷기에 맞게 재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탄자니아 라에톨리에서 발견된 약 360만 년 전의 발자국 화석도 엄지가 나란한 인간형 보행을 보여줍니다. 결론은 분명합니다. 직립보행이 먼저고 큰 뇌는 한참 나중입니다. 인류 진화의 첫 사건은 똑똑해진 것이 아니라 일어선 것이었죠. 왜 일어섰는가에 대해서는 에너지 효율, 운반의 이점 등 여러 가설이 경쟁할 뿐 확정된 답이 없다는 점도 함께 기억할 만합니다.
호모 속: 도구, 불, 확산
약 280만~250만 년 전 사이에 뇌가 커지기 시작한 호모(Homo) 속이 등장합니다. 석기와 함께 발견되어 "손 쓴 사람"이라 명명된 호모 하빌리스를 거쳐, 약 190만 년 전의 호모 에렉투스는 현대인에 가까운 체형으로 아프리카를 벗어나 조지아, 자바, 중국까지 확산했고 불을 다루며 100만 년 넘게 존속했습니다. 우리 종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모로코 제벨 이르후드의 약 30만 년 전 표본입니다. 화석과 유전자 증거는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고, 그 일부가 약 6만~7만 년 전 아프리카를 나와 전 세계로 퍼졌음을 가리키죠. 1987년 세계 각지 사람들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한 연구는 모계 계보가 아프리카의 한 여성 집단으로 거슬러 올라감을 보였고, 오늘날 유전적 다양성이 아프리카 안에서 가장 크다는 사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다지역에서 각각 진화했다는 경쟁 가설은 이 증거들 앞에서 힘을 잃었습니다.
고DNA 혁명: 우리 안의 네안데르탈인
수만 년 된 뼈에서 DNA를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는 오염을 통제하며 고대 DNA를 읽는 기술을 수십 년에 걸쳐 개발했고, 2010년 네안데르탈인 게놈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통설을 뒤집었죠. 아프리카 밖 현대인 게놈의 약 1~2%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왔습니다. 두 집단은 만났고, 섞였던 것입니다. 같은 해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나온 새끼손가락뼈 하나의 게놈은, 화석 형태로는 아무도 몰랐던 별개 집단 데니소바인의 존재를 DNA만으로 드러냈습니다.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는 오세아니아 집단에서 수 퍼센트에 이르고, 티베트인의 고지대 적응 유전자 EPAS1도 데니소바 유래로 밝혀졌죠. 페보는 이 업적으로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유산은 골동품이 아닙니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에게서 온 변이 중 일부는 오늘날에도 면역 반응과 질병 위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멸종한 친척들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게놈 안에 살아 있는 셈이죠.
사다리가 아니라 덤불
원숭이가 구부정한 자세에서 점점 곧게 서며 현대인으로 행진하는 그림, 다들 한 번쯤 보셨을 것입니다. 1965년 한 과학 총서의 삽화에서 퍼진 도상인데, 과학적으로는 틀렸습니다. 첫째, 인류 진화는 한 줄 계승이 아니라 여러 종이 갈라지고 공존하고 멸종한 덤불입니다. 불과 5만 년 전만 해도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인도네시아의 소형 인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지구에 함께 살았죠. 둘째, 행진 그림은 진화에 정해진 방향과 완성형이 있다는 인상을 주지만, 각 종은 다음 단계로 가는 도중이 아니라 저마다의 환경에 적응한 가지 끝이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만 해도 우리보다 큰 뇌를 지녔고 도구와 매장 흔적을 남긴 성공적 인류였습니다. 우리가 유일하게 남은 인류라는 사실은 필연이 아니라 최근의 우연이며, 이런 오해의 구조는 다음 강에서 정면으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