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 1강. 개체군: 성장의 수학
모든 생물은 세계를 뒤덮을 만큼 불어날 잠재력을 갖고 태어납니다. 생태학은 왜 그 일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는가를 묻는 학문입니다.
풀고 시작
브레이크 없는 성장: 지수 곡선
세균 한 마리를 그냥 내버려 두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계산부터 해 보겠습니다. 개체군(population)은 한 지역에 사는 같은 종의 개체 집단입니다. 자원이 무한하다면 개체수 N은 dN/dt = rN을 따릅니다. r는 내적 증가율(intrinsic rate of increase), 즉 1인당 출생률에서 사망률을 뺀 값이죠. 이 미분방정식의 해는 지수함수 N(t) = N₀e^(rt)입니다. 은행의 복리 이자와 같은 수학이고, 수학 서가에서 다루는 지수함수와 미분방정식이 여기서 생물학의 언어가 됩니다. 지수 성장의 위력은 직관을 배반합니다. 20분마다 분열하는 세균 한 마리를 방치하면 계산상 며칠 만에 지구 표면을 덮어 버립니다. 다윈도 『종의 기원』에서 가장 느리게 번식하는 코끼리조차 몇백 년이면 수백만 마리가 된다고 계산했습니다.
수용력: 환경이 긋는 상한선
그런데 현실의 성장 곡선은 J자가 아니라 S자입니다. 왜 곡선이 꺾이는 걸까요? 1838년 벨기에 수학자 페르휠스트(Pierre-François Verhulst)는 여기에 로지스틱(logistic) 방정식을 제안했습니다. dN/dt = rN(1 - N/K). K는 수용력(carrying capacity), 그 환경이 지속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최대 개체수입니다. N이 K에 가까워지면 괄호 안이 0에 접근해 성장이 멈추죠. 핵심 개념은 밀도 의존성(density dependence)입니다. 붐비면 붐빌수록 제동이 세게 걸린다는 뜻입니다. 물론 실제 개체군은 K에서 얌전히 멈추기보다 K를 넘었다가 폭락하거나 주기적으로 진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지스틱 모형은 사진이 아니라 뼈대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맬서스에서 다윈으로
흥미롭게도 이 수학은 생물학이 아니라 경제학에서 왔습니다. 1798년 맬서스(Thomas Malthus)는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므로 빈곤과 기근이 필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1838년 9월, 다윈은 "재미 삼아" 맬서스를 읽다가 자연선택의 착상을 얻었다고 자서전에 기록했죠. 모든 종이 부양 가능한 수보다 많은 자손을 낳는다면 생존 투쟁은 필연이고, 그 투쟁에서 유리한 변이가 보존된다는 논리입니다.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 역시 맬서스에게서 같은 착상을 얻었습니다. 진화론의 심장에 개체군 수학이 박혀 있는 셈이죠.
r-전략과 K-전략
민들레와 코끼리는 왜 이렇게 다르게 번식할까요? 1967년 맥아더(Robert MacArthur)와 윌슨(E. O. Wilson)은 번식 전략을 두 극단으로 정리했습니다. r-선택 종은 자손을 많이 낳고 개별 투자를 줄입니다. 세균, 민들레, 굴이 그렇습니다. 교란이 잦아 빈 자리가 자주 생기는 환경에서 유리하죠. K-선택 종은 적게 낳아 오래 돌봅니다. 코끼리, 알바트로스, 그리고 인간이 그렇습니다. 포화 상태의 안정된 환경에서는 경쟁력이 자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대 생활사 이론(life history theory)은 이 이분법을 연속적인 스펙트럼으로 다듬었고, 두 축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 종도 많다는 비판이 정착해 있습니다. 교과서의 r-K는 정밀 이론이 아니라 유용한 첫 직관으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맬서스의 예측은 왜 빗나갔나
맬서스 이후 세계 인구는 10억에서 80억으로 늘었는데, 1인당 식량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대예측이 빗나간 겁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식량 곡선이 산술급수가 아니었습니다. 하버-보슈 공정의 합성 비료와 볼로그(Norman Borlaug)의 녹색혁명 품종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몇 배로 끌어올렸죠. 둘째, 인구 곡선도 기하급수를 유지하지 않았습니다. 소득과 교육, 특히 여성 교육이 올라가면 출산율이 떨어지는 인구 변천(demographic transition)이 일어났고, 세계 합계출산율은 1960년대 5명대에서 오늘날 2명대 초반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맬서스의 완전한 패배는 아닙니다.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통찰 자체는 생태학의 초석으로 남았거든요. 인간은 기술로 K를 계속 밀어 올려 왔을 뿐, K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긴장은 4강 생물다양성 위기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인간의 수용력 K는 고정된 수일까요, 아니면 기술과 생활 수준의 함수일까요. 80억을 부양하는 지금의 방식은 K 아래에 있는 것일까요, K를 잠시 초과한 상태일까요.